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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환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2021.06.04

HIV/C형 간염 환자가 미얀마 양곤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진료받고 있다. © MSF/Ben Small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미얀마를 통제하고 있는 군부와 기타 단체들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미얀마 전역의 환자가 안전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모든 의료 종사자는 공격, 구금 및 위협을 당하지 않고 생명을 구하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미얀마에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지 4개월 가까이 된 현재, 미얀마의 공공 의료 서비스는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 병원과 진료소는 폐쇄했거나 군이 점거했으며, 그나마 운영이 되고 있는 의료 시설에서는 의료 파업으로 인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극히 제한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또한 전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 접근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미얀마의 코로나19 진단, 치료 및 백신접종 역량 또한 군부 정권 장악 이후 현저히 축소되어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큰 공중보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불안정한 정세로 제한된 의료 서비스 접근성

현재 미얀마 환자들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민간 의료시설 또는 군부가 통제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군이 통제하는 병원은 환자가 시위나 '시민 불복종 운동'(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에 참여한 경우 환자의 안전이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일부 지역에 비정부단체가 운영하는 진료소가 있긴 하지만 지역의 필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데다 군부에 의해 활동이 제한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한 진료소는 시위 참여자를 치료하지 말라는 보안군의 명령을 전달 받았으며, 응급실 병상을 치우고 부상자를 군 병원이나 군부 통제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경찰은 진료소 자원봉사자를 시위 참여를 명목으로 체포하여 다른 진료소 직원들에 대한 신상 정보를 요구했다. 해당 진료소는 잠정 폐쇄되었다가 현재는 소규모 기본 의료 지원팀인 스켈레톤(skeleton) 팀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의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매우 위험하다. 검문소마다 배치된 보안군에게 조사를 받고 소지품 수색을 거치며,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HIV나 결핵, C형 간염과 같이 장기적으로 주기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이렇게 불안정한 정세로 인한 치료 중단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양곤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환자에게 처방하기 위한 의약품을 준비하고 있다. © MSF/Ben Small

“현재 환자들은 진료소에서 약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검문소의 보안군이 환자를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면,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_카친(Kachin) 주 병원의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의료진을 향한 공격

의사와 간호사는 계속해서 폭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의료시설에서는 의료진이 체포 및 구금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료시설 공격 감시 체계(Surveillance System of Attacks on Healthcare)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군부 정권 장악 이후 미얀마에서는 의료진 및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이 179건 발생했으며, 13명이 사망했다.

평화적인 시위의 선두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던 응급 의료진과 긴급 구조원이 실탄에 맞는 모습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협력 단체 또한 시위 부상자에게 응급처치를 하던 단체가 습격을 당하고 보급 물자가 파괴된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인도적 지원을 위협하는 경제적 여파

미얀마의 공공 의료시스템이 악화되면서 경제도 무너지고 있다. 현금자동인출기가 채워지지 않아 사람들은 매일 긴 줄을 서고, 현금 확보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얀마 차트(Kyat)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17% 급락하며 수입품이나 식용류, 쌀, 연료의 물가는 급증하고 있다. 

인도주의 단체 또한 현금 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단체들은  물자 및 의약품 구입 및 수송, 직원 급여 지급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카친(Kachin) 주에서 운영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HIV 프로젝트 또한 영향을 받았다.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2월 1일 이전에는 국경없는의사회가 HIV 환자 코호트를 미얀마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 에이즈 프로그램(NAP: National AIDS Programme)으로 점진적 인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 에이즈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진료소가 운영을 중단하여 약2000명의 기존 HIV 환자가 국경없는의사회 시설로 돌아와 진료와 약 처방을 받았다. 이에 더해 200명 이상의 신규 HIV 환자가 등록하기도 했다. 

 

HIV와 C형 간염 동시 감염 환자 두 명이 양곤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진료받고 있다. © MSF/Ben Small

한편 라카인(Rakhine) 주의 로힝야 난민 캠프는 고질적인 식수·위생 문제를 겪어왔는데, 깨끗한 식수를 구하려면 인도적 단체의 지원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현금 확보와 캠프 내 물자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인도적 지원 단체가 활동을 축소하면서, 급성 수양성 설사 환자가 급증했다. 

 

인도적 위기를 심화하는 분쟁의 재점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월 1일 이후 미얀마 내부에서는 6만 명, 주변국에서는 1만 명이 피난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로 미얀마 국경지역, 특히 친(Chin), 카친(Kachin), 케인(Kayin) 주에서 분쟁이 재점화되면서 피난한 이들이다. 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으며, 민주화 세력의 시민방위군(People’s Defense Force) 개입도 점차 늘고 있다. 공습과 포격으로 주민들은 집을 떠나 피신하고 있고, 민간인 사상자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친 주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로 직원을 철수시켜야 했는데, 이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하던 의료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카친 지역에서는 포격과 총격이 일상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뿐만 아니라 직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며, 환자가 치료를 위해 이동하는 것 또한 제한하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의료 종사자와 인도주의 단체는 폭력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며, 분쟁지역에 안전하게 접근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나날이 악화하는 의료 위기 상황에 처한 미얀마 환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력, 구금 및 위협 등 환자와 부상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은 즉시 제거되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92년부터 미얀마에서 의료 및 인도적 지원 활동을 개진해왔다. 현재 1100명 이상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미얀마 전역의 의료 시설 및 이동 진료소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월 18일자 국경없는의사회의 미얀마 관련 입장문 읽어보기: https://msf.or.kr/article/msf-concerned-welfare-people-myan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