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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기상이변, 식량부족, 말라리아… 삼중고에 시달리는 주민들

2023.05.04

현재 마다가스카르 남동부 지역에서는 식량 부족과 기상 이변에 더해 말라리아 유행기까지 중첩돼 주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영양실조 환자까지 치솟고 있어 우려스러운 실정이다. 올해 1~4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치료센터에 1,200명 이상의 5세 미만 아동이 중증 급성 영양실조로 입원했는데, 이 중 75%는 말라리아에도 걸렸다. 특히 2월 21일에 사이클론(열대성 폭풍) ‘프레디’가 17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전에 수차례 발생한 폭풍의 여파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사이클론 프레디가 마다가스카르를 덮쳐 취약 지역사회의 보건 문제가 악화했다. 사이클론 프레디는 역대 최장기간 지속된 폭풍으로 기록될 것이다.

극한 기후 현상

삶이 너무 팍팍해졌어요. 사이클론으로 모든 게 파괴되고 질병도 창궐하고 있어요. 병원 건물도 무너졌어요.”_조엘라(Joella) / 임신부 

19세 임신부 조엘라는 국경없는의사회가 마다가스카르 남동부 암보디리아니(Ambodirian’i) 지역에서 운영하는 진료소에서 산전 관리를 받고 있다. 조엘라 외에도 여러 환자들이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해 쌀 재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마다가스카르의 주요 농작물인 쌀 재배는 가구 소득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의 경제적 안정에 있어 중요하다. 

쌍둥이 자식이 영양실조에 걸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은 제네시아(Genecia) 또한 사이클론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저희 집이 관리하던 논이 침수되어 모래밭이 됐고 수위도 상승해 작물이 파괴됐어요.”_제네시아 / 쌍둥이 환자의 보호자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은 제네시아 ©MSF/Kathryn Dalziel
2022년 마다가스카르 남동부에서 생산된 작물 중 약 80%가 사이클론으로 파괴됐다. 사이클론 프레디 발생 직후 마다가스카르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가 예비평가를 실시한 결과, 약 148,000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됐다. 

임신부 및 모유수유 중인 산모를 위한 프로젝트에서도 수많은 여성이 벼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이클론이나 폭우가 발생할 때 노동의 결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전했다. 특히 두 아이의 어머니 제네시아는 식량 부족으로 힘이 없어 논밭에서 오래 일하지 힘들까봐 두렵다고 덧붙였다.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작물 외에도 도로나 다리를 파괴해 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차단시켰다. 마다가스카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도로 인프라가 낙후된 곳 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위험한 길목을 따라오거나 침수된 도로를 건너오는데, 가는 길이 너무 위험해 아예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외곽 지역사회 주민들이 안전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트, 차량, 오토바이 등의 이동수단을 통한 이동진료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식량 부족 

또한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수차례 발생한 사이클론이 작물에 미친 피해로 비축 식량이 바닥나고 있다. 사이클론 프레디가 마다가스카르에 상륙하기 전날, 외곽 지역사회 주민들은 비상식량을 최대한 모아두기 위해 과일이나 야채 등을 찾아 나섰다. 

이콩고(Ikongo) 동남부 이파네리아(Ifaneria) 마을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진료소를 찾는 영양실조 아동이 늘어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진료소에서 영양실조 검사를 받는 아동 ©MSF/Kathryn Dalziel

다들 국경없는의사회가 5세 미만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적극 데려오려고 하고 있어요.”_올가(Olga) /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책임자

4월 초부터 중순까지 이콩고에서 영양실조 검사를 받은 아동은 2,200명에 달하는데, 이 중 5%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사이클론 프레디로 식량 부족 등 큰 피해를 입은 해안지역 노시 바리카(Nosy Varika)에서 현지 보건당국과 협력하여 영양실조 검사에 박차를 가했다. 2~3월, 중증 급성 영양실조로 입원하는 5세 미만 아동의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이클론 강타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진료 및 영양실조 치료 활동을 확대했으며, 접근이 어려운 신규 외곽 지역을 발굴해 의료지원을 전개했다. 

말라리아 

사이클론 발생 시기와 수확기 사이 식량이 부족한 시기인 단경기(lean season)는 말라리아 유행기와 겹친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말라리아는 심각한 보건 문제인데, 특히 말라가시(Malagasy) 지역 인구의 5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말라리아 검사키트 ©MSF/Kathryn Dalziel

노시 바리카 남동부 사하바토(Sahavato) 마을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진료소를 찾은 마시(Masy)는 말라리아 발생 양상이 예전과는 다르다며 “이전에는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쳤다면 요즘엔 어른들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사하바토 진료소의 환자와 보호자들 ©MSF/Kathryn Dalziel

말라리아는 고인 물웅덩이가 많이 생겨 모기가 번식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우기 때 급증한다. 마다가스카르 동남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말라리아 유행기 때 말라리아 검사 및 추적 활동을 전개하는데, 급성 영양실조 아동 중 90%가 말라리아 양성인 지역사회도 있었다.  

폭우와 홍수 또한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전문가들은 4~5 등급의 열대성 폭풍이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마다가스카르 인구의 80%가 외곽 지역에 살고 노시 바리카 등 지역 인구 80%가 빈곤선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취약 인구가 더욱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마다가스카르 남동부의 아동 중 4분의 1이 급성 영양실조에 걸렸습니다. 정치적, 집단적 행동 없이는 반복되는 기후 충격(climate shock)과 빈곤 장기화로 인해 극심한 인도적 위기가 지속될 것입니다.”_브라이언 윌렛(Brian Willett) / 국경없는의사회 마다가스카르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