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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귀환민 사이에서 증가하는 말라리아 및 영양실조, 의료 대응 확대 필요

2023.10.12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 분쟁을 피해 남수단 최북단 어퍼나일(Upper Nile)주에 위치한 마을 렝크(Renk)를 통해 남수단으로 피란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 및 인도주의 대응 활동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수단에서 분쟁이 발생한 이후부터 약 290,000명이 남수단에 유입되었으며, 그중 80%는 어퍼나일 주의 조다(Joda) 국경을 통해 건너왔다. 렝크에 마련된 공식·비공식 경유 센터는 귀환민이 국가 안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원칙적으로는 잠시 머무를 공간이지만, 머무는 기간이 수주에서 수개월로 길어지기도 한다. 경유 센터에서는 식량, 거처, 물, 위생 시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곳에 머무는 귀환민들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렝크 내 경유 센터에 소재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 ©NASIR GHAFOOR/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렝크 민간 병원에서 홍역 격리 병동 및 입원 치료식 센터, 소아 병동을 지원하고 있다. 환자 급증에 따라 병상을 22개에서 45개로 확대했다. 7월 이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 환자 232명을 수용하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홍역 환자 282명을 치료했다.

나날이 증가하는 지원 수요에 비해 렝크에서 제공되는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도주의 및 의료 단체가 모든 유입 지점과 경유 센터에서의 의료 및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확대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경에서는 의료 처치가 필요한 귀환민을 위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상시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수단의 낮은 예방접종률과 양국의 홍역 유행 상태를 고려하여 국경 지대에서 예방접종을 항시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_조슬린 야피(Jocelyn Yapi) /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 책임자

제한적인 식량 공급 및 열악한 생활 환경

특히 아동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홍역과 영양실조와 같이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위중한 상태로 도착해 치료가 즉시 필요한 경우가 많다. 우기가 지나고 있어 해당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시설에서는 말라리아 양성 비율이 70%를 기록하고 있는데, 말라리아는 남수단에서 다른 어떤 질병보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질병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바닥에 말라리아 검사 키트가 놓여 있다. ©EVANI DEBONE/MSF

특히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들은 국경에서 긴급 영양 지원을 받고 즉시 의료시설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기장, 비닐시트, 비식량 키트 등 구호 물품이 국경 지역에서 제공되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_조슬린 야피

해당 지역에서 1인당 미화 12달러 수준의 현금이 일회성으로 지급되고 있지만, 높은 물가(렝크에서 일반 식사 1인분 평균 가격은 미화 2달러)를 고려하면 이는 일주일 동안 하루 한 끼를 감당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정도다. 귀환민들은 수주에서 때로는 수개월 동안 추가적인 현금 지원 없이 머물고 있는데, 인도주의 단체 및 지역 당국의 정기적인 식량 배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는 음식을 사기 위해 한 벌당 2천 남수단 파운드(미화 약 2달러)에 옷을 팔고 있어요. 여섯 벌은 이미 팔았고, 이제 입을 수 있는 두 벌만 남겨뒀어요.”_마르타 멘허르(Marta Manher) / 렝크 내 귀환민 비공식 정착지 제로(Zero)에 머물고 있는 여섯 아이의 모친

제한적인 식량과 열악한 생활 환경은 귀환민 건강 상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제로 및 아부카드라(Abukadra)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이동진료소 두 곳에서는 하루 300건의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중 70%는 말라리아 환자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 대부분은 지붕 없이 뚫린 하늘 아래 혹은 옷으로 만든 임시 피난처에서 생활한다. 고인 빗물 때문에 모기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지만, 사람들은 모기장이나 다른 보호 수단도 없이 지내고 있다.

인도주의 기반 대응 시급

국경없는의사회가 홍역 격리 병동을 지원하는 렝크 민간 병원의 환자 90%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귀환민이다. 중증 환자 중에는 치료받지 못하고 48~72시간 동안 의료서비스, 식수, 식량도 없는 보트를 타고 말라칼(Malakal)로 이송되는 경우도 있다. 이송 중에 보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국경없는의사회가 불루카트(Bulukat) 경유 센터에서 중증 환자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망률이 말라칼 내 시설에서보다 높게 기록되고 있다.

귀환민 지역사회가 너무 취약합니다. 식량과 식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피난처도 없어서 천 조각으로 햇빛과 비를 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병원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들을 치료하면서 많은 엄마들도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_아브라함 앤히니(Abraham Anhieny) / 렝크 기반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천 조각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햇빛을 피하고 있는 귀환민들 ©EVANI DEBONE/MSF

수년간의 분쟁으로 인해 이미 남수단은 세계 최대 인도주의적 위기에 봉착했다. 남수단은 주기적인 질병 발생, 홍수, 실향, 높은 영양실조율로 이미 고통받고 있는데, 귀환민이 유입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응은 이러한 추가 지원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속되는 인도주의적 위기와 수단 분쟁으로 인한 또 다른 긴급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더 자세한 상황을 전하기 위해 남수단에서 날아온 편지 내용을 첨부한다.

마르타 칼리바가 영양실조에 걸린 딸과 함께 앉아있는 모습 ©EVANI DEBONE/MSF

2023년 10월 3일

수신: 인도주의 단체들 앞

제목: 분쟁을 피하다가 자녀를 잃은 엄마입니다

전 세계 여러분,

저는 지난 3주간 병원에서 지내면서 영양실조에 걸린 8살짜리 아들과 5살짜리 딸을 간병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고향인 카르툼(Khartoum)에서 제가 기억하는 아이들의 모습과는 다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특별한 음식과 약을 제공받고 있으며, 의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4월에 우리 가족의 삶은 바뀌었습니다. 우리 가족 8명은 카르툼에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여섯 아이를 돌보고, 남편은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충분한 수입을 벌고 있었습니다. 막내는 아직 아기라서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고요. 집은 당연히 꽉 차 있었고,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뛰놀았습니다. 폭탄과 총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았습니다. 일단 분쟁이 시작되자 우리가 알고 지내던 이웃과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떠나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뒤에 남았고, 저는 여섯 아이와 함께 우리가 떠나왔던 남수단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난민 캠프를 전전하며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단의 알라가야(Alagaya) 캠프에 도착하고 나서 아이들이 홍역을 앓아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기에게 먼저 열이 났고, 일주일이 지나고 3세 아이가, 그 후에는 9세 아이가 증상을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결국 세 아이를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묻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을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도 멀고, 우리의 목적지와도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남수단을 향해 이동했습니다. 렝크 지역에 도착했을 때, 8살짜리 아들과 5살짜리 딸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뀐 식단, 긴 여정, 슬픔을 겪으면서 우리는 취약해졌습니다. 저는 아이 셋을 잃었는데, 다른 두 아이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병원에서 기운을 차리려 노력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자녀를 간병하고 있는 다른 엄마들과 우리가 가진 것으로 요리를 합니다. 나무 아래 함께 앉아 다른 아이들이 나무를 오르면서 노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제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놀 수 있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가족이 식량과 물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제대로 된 거처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 건강이 호전되기만 하면 남편도 우리와 합류해 아마도 말라칼(Malakal)을 향한 남은 여정을 같이 이어가려고 합니다. 남수단에 있는 친척들에게 연락을 해볼 것이지만,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남수단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면 앞으로 다가올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많은 용기와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 집은 여전히 절반의 상태겠죠.

여러분과 같은 인간,

마르타 칼리바(Marta Kiliba)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