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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아동 영양실조 및 말라리아 위기를 타개하는 새로운 접근법  

2022.04.04

여성과 아동이 보건 증진 교육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MSF/LAURENCE HOENIG

2018년, 니제르 남부 마가리아(Magaria)에서는 아동 환자가 일주일에 850명이나 입원할 정도로 영양실조 및 말라리아 아동 환자가 급증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도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고자 마가리아 지역에서 활동 규모를 전면 확대하여, 의료시스템에 가중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서비스의 탈중앙화와 지역사회 기반 활동 활성화를 목표로 한 새로운 다층적 접근법을 시도했다. 

말라리아와 영양실조가 만연한 지역, 마가리아

2018년 9월, 서아프리카 니제르 남부 마가리아(Magaria)의 국경없는의사회 소아병동은 600명 넘는 의료진이 상시 대기 중인 세계에서 가장 큰 영양실조 및 말라리아 전문 소아 병동으로 기록됐다. 매주 약 850명의 아동이 입원할 정도로 붐볐는데 입원하는 아동 환자 대부분은 말라리아나 영양실조 환자였다. 개소 당시 200병상 규모였던 이 소아병동은 병상을 증축하고 의료 인력을 충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심하게 과부화되어 중증 아동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 명백했다. 

니제르 남부에 위치한 마가리아는 나이지리아 국경과 맞닿은 지역이다. 수자원이 풍부하며 넓은 농경지를 자랑하는 마가리아는 인구 약 80만 명이 거주 중이고, 이들 중 21퍼센트가 5세 미만 아동이다. 마가리아에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소아병원 한 곳과, 76개의 보건지소, 20개의 통합보건지소가 있지만, 2018년도 연간 통계에 따르면 마가리아 인구 중 41.5%는 정기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니제르 남부에 위치한 마가리아는 나이지리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 Mario Fawaz/MSF 

국경없는의사회는 2005년 니제르 남부에서 발생한 영양실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가리아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현재까지도 활동하며 지역 병원의 소아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5세 미만 아동에게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병원에는 대부분 말라리아 및 영양실조 아동 환자가 찾아온다. 특히 우기인 6월부터 10월까지는 5세 미만 말라리아 환자가 눈에 띄게 급증하며, 이에 따라 입원율도 솟구친다. 

2018년 마가리아 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 소아병동의 입원 환자수는 20,235명으로 6년 만에 최다였는데, 2017년 14,849명과 2019년 15,344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2018년의 사망률 또한 7.5%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망률 증가에는 아동이 병원에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생후 14개월 된 겸상적혈구빈혈 환자 카이라니(Kaylani)가 말라리아에 걸려 입원했다. © MSF/Laurence Hoenig 

2018년 대유행 경험을 토대로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보건센터를 지원하고, 환자 관찰실 및 안정실을 정비하고, 마을 단위부터 인식제고 활동을 확대하는 등 마가리아 지역에서의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 목표는 명확했다. 소아병동의 위중증 환자 수를 줄이는 것. 그리고 다시는 2018년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비록 2018년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 후 3년 동안 9월에서 10월 사이 말라리아와 영양실조 유행기가 되면 두 병의 발병률은 꾸준히 높았다. 하지만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3년간 니제르 정부가 수립한 계획과 맥을 같이 하며 의료서비스의 탈중앙화 전략을 고수했다. 더 나아가, 계절성 말라리아 화학예방요법 활동, 모기장 보급, 수질관리, 가정에서의 방제 작업 등 전략적 말라리아 예방 활동을 전개했다. 동시적이든 간헐적이든 이 활동들을 함께 진행하여 병원에 가중된 부담을 줄이고 결과적으로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1. 환자 초기 발견 및 지역사회 치료 관리 

2019년 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마가리아 35개 마을에서 총 68명에게 지역사회 환자 통합관리(ICCM )* 전략 교육을 진행했다. 이 전략은 지역사회 보건인력을 교육한 후 외곽으로 파견하여 5세 미만 아동에게 흔히 발생하는 말라리아와 폐렴, 설사를 예방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이 활동의 주 목표는 기본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여 이러한 질병으로 인한 아동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ICCM 활동은 외곽 지역의 아동이 멀리 떨어진 보건 센터까지 가거나 전통 민간요법 또는 허가 받지 않은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Integrated Community Case Management

첫 활동을 개시하고 약 2년 후인 2021년 10월을 기준으로, 총 278명의 지역사회 보건인력이 네 개 행정구역 내 165개 마을에서 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는 ICCM 전략은 경증 아동환자에게는 의약품을 처방한 후 집으로 돌려보내고 위중증 아동환자는 보건 센터로 이송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건 센터로 간 아동 환자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인력이 안정화시키거나 며칠 동안 지켜본다. 필요 시, 마가리아 소아병동으로 전원해 치료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에서 제공된 진료 횟수는 2019년 45,045회에서 2021년 10월 113,652회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는 말라리아 진료 57,617회, 설사 진료 22,623회, 폐렴 진료 24,131회, 일반 감기 진료 4,768회를 제공했다. 이는 지역사회 규모에서 의료서비스의 필요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지역사회 보건인력을 적절히 관리·감독하고 의약품 및 의료기기 또한 충분히 제공한다면, 이와 같은 필요를 충족할 수 있다. 

2. 말라리아 감염 사슬 끊기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마가리아 반데(Bandé) 지역에서 수질 처리를 하고 있다. © Mario Fawaz/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사회 보건 증진 활동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초점을 맞췄다. 2021년 6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반데(Bandé) 행정구역 내 15개 마을에서 말라리아 발병의 원인인 모기 유충 발생을 예방하고자 파일럿 활동을 개시했다. 

이 마을들의 주거지역 근처에는 우물이나 연못 등 물이 고여 있는 장소가 많은데, 말라리아 전염의 주요 매개인 학질모기 등 각종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심지어 우기 때마다 수위(水位)가 서너배씩 높아져 모기가 산란하거나 유충의 성장이 더욱 쉽다. 

따라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약품 처리를 통한 모기 박멸 및 유충 제거 활동과 마이다무사(Maidamoussa) 지역의 9개 마을을 가가호호 방문해 벽에 살충제로 방제 작업을 진행했다. 

3. 지역사회 보건 인식 제고 및 교육

또 다른 중요한 활동은 지역사회 교육 활동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 담당자가 교육을 담당하고, “마망 루미에르 (Mamans Lumière, 빛의 어머니들)”라고 불리는 지역사회 보건단원이 지역사회의 인식을 제고하러 다닌다. 

마망 루미에르 프로젝트는 각 마을에서 어머니들이 자원해 교육을 받고 각자의 마을로 돌아가 말라리아 및 영양실조에 대해 마을 사람들을 교육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환자의 증상이 악화하기 전 조기 발견해서 병원에 가지 않게끔 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니제르 도니(Doney) 지역에서 한 여성이 마망 루미에르(Mamans Lumière, 빛의 어머니들)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MSF 

‘빛의 어머니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말라리아 예방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영양실조와의 싸움에 있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예컨대 건기 등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마을 어머니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영양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아동의 팔에 둘러 영양 상태를 측정하는 밴드인 뮤악 밴드(MUAC) 사용법 훈련을 받아 아동 영양실조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도 한다. 

2021년 10월 기준, 마망 루미에르 프로젝트는 165개 마을에서 활동하는 총 181명의 지역사회 보건단원을 갖춘 규모로 확대됐다. 

전체론적 접근법 

지역사회 수준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노력에 따라, 마가리아 소아병동에 입원하는 위중증 아동 환자 수가 감소했다. 동시에, 증상 초기에 지역사회에서 치료받는 환자 수는 증가했다.  

이러한 접근법을 시도한 지 2년이 넘어가면서 가시적인 효과를 보았지만 결코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기적인 후속 치료, 세심한 환자 관찰, 지속적인 지원 등이 꾸준히 이루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지역사회의 적극적 참여와 새로운 시도를 과감히 수용한 개방성이다. 

또한 이러한 지역사회 참여형 프로젝트는 효율적인 환자 이송 체계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위중증 환자의 치료가 연결되고 의료서비스 접근 장벽이 없어야 성공 가능한, 전체론적인 접근방식을 요하는 프로젝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마가리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구호단체이기 때문에 기존의 긴급 대응 위주 활동에서 대응 역량 증진 및 예방 중심적인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다시 말해, 의료 구호 활동뿐만 아니라, 다층적인 접근법에 집중하고 있다. 

아동 영양실조 및 말라리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 임상적 단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아동 영양실조 및 말라리아 위기를 확실히 해결하려면. 종합적인 대응 프로그램에 더해 식량안보와 보건 증진에 정통한 다양한 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