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아사리(Amboasary) 구 라노비(Ranobe) 마을. 마다가스카르 남동부 주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심각한 영양 및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3월 말 암보아사리구의 라노비 마을과 같은 외딴 지역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며 급성 영양실조 진단 및 치료를 제공하고, 영양실조 치료식과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 iAko M. Randrianarivelo
마다가스카르 남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최근 지역의 영양실조 위기가 극심하며, 일부 지역은 기근에 가까운 수준에 다다른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식량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곳의 극빈층은 실제로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나마 있던 조리 도구마저 팔아야 했거나 물을 길어올 통조차 없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_줄리 헤베르세(Julie Reversé) / 국경없는의사회 마다가스카르 운영 코디네이터
마다가스카르 아노시(Anôsy) 구 암보아사리(Amboasary) 지역에서는 5세 미만 아동의 평균 28%가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1이 중증 영양실조 상태로 사망의 위험이 높다. 마다가스카르의 영양 감시 체계와 유엔기구 및 기타 단체가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남부에 거주하는 아동 7만4000명이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고, 이중 1만2000명이 중증 영양실조 상태인데, 이는 2020년 4분기에 비해 80%가 증가한 수치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암보아사리에서는 약 1만4000명이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식량 안보 기준 관련 참고자료:
1.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 마다가스카르: 2021년 4-9월의 식량 현황 및 10-12월 식량 안보 전망[Madagascar: Acute Food Insecurity Situation April - September 2021 and Projection for October - December 2021],
2. 유엔세계식량계획 - 마다가스카르 남부: 정부 및 유엔, 기근 위험에 대해 경고 및 지원 촉구[Southern Madagascar: Government and UN sound the alarm on famine risk, urge action]
이동 진료소를 찾아온 대부분의 환자와 마찬가지로 소남비니나(Sonambinina)도 페노아리보(Fenoarivo)에서부터 약 다섯 시간 정도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 © iAko M. Randrianarivelo
“국경없는의사회가 3월 말부터 치료한 급성 영양실조 환자는 2200명에 달하는데, 그 중에는 5세미만 아동도 있지만 청소년이나 성인도 있습니다."_줄리 헤베르세 / 국경없는의사회 마다가스카르 운영 코디네이터
메티(Metee)가 라노비 마을에서 운영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 아픈 딸을 데려왔다. © iAko M. Randrianarivelo
"베라케타(Beraketa)에서는 아무런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요. 가장 가까운 보건소가 있는 에벨로(Ebelo)까지 가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보건소에서는 치료비를 내야 하는데, 우리 가족에게는 어려운 일이에요. 그릇이나 주방용품 같은 걸 시장에서 팔아야 겨우 치료비를 낼 수 있죠.
우리 아이들은 자주 아파요. 강물을 길어다 마셔서 그런 것 같아요.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아서 덩이줄기 같은 걸 찾아 먹어야 해요.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모든 것은 비에 달려있는데, 비를 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곧 우린 모두 굶어 죽을 수도 있어요.”_메티(Metee) 마다가스카르 마을 주민
마다가스카르 남부의 식량 위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은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고, 삼림 파괴로 인해 일어난 황사가 경작지를 뒤덮으며 선인장 열매와 같은 최후의 식량원까지 모두 파괴됐다.
코로나19가 마다가스카르 경제에 미친 영향 또한 원인이 되었으며, 식량난으로 인해 가축, 재산 및 식량을 노린 공격이나 강도, 절도 같은 범죄 또한 횡행하고 있다.
말라리아 감염이 급증하고 의료 서비스 및 식수 접근성이 부족해진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이로 인해 지역의 보건 상황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와 기타 지원 단체의 식량 보급은 심각한 자원 부족으로 인해 반일(半日)치 식량으로 양이 한정되어 있는데, 일부 마을은 이 조차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식량 접근성이 더욱 약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6월에는 수확물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10월에는 기근이 시작될 것이다.
타보아라(Taboara)는 호박을 으깨서 만든 음식이다. 건기가 지속되며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주민들은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 의존해야 한다. 이 타보아라는 여러 명이 점심과 저녁 두 끼에 나눠 먹어야 하는 양이다. © iAko M. Randrianarivelo
지원이 필요한 주민 모두에게 적재적소에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지형적으로 제약이 많고, 반건조지대인 남부 지역에는 외딴 마을이 많은데다 포장도로가 거의 없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에서 암보아사리 구의 중심지까지 가려면 최소 사흘 동안 차로 이동해야 하고, 중심지로부터 외곽 마을까지 가려면 비포장도로를 따라 몇 시간을 더 이동해야 한다. 이에 더해 3월 중순, 마다가스카르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국 금지와 지역간 이동 금지 조치를 취하며 이동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동 진료소 운영을 앞두고 물류팀이 현장에 미리 도착해 시설을 준비하고 장비를 설치한다. 이 트럭은 물통이나 영양실조 치료식 플럼피 너트(Plumpy Nut) 등 부피가 큰 용품을 운반하는 데 사용된다. © iAko M. Randrianarivelo
“마다가스카르 남부 주민 수십 만 명이 오로지 식량 원조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충분한 양의 식량이 정기적으로 보급될 수 있으려면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물자 보급 및 인력 면에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기 항공편을 보장하여 지원 인력이 마다가스카르에 쉽게 진입하고 지역 간에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프라가 부족한 외딴 지역에 흩어져 사는 마다가스카르 남부 인구 전체가 생존을 위한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_베랑제레 구애(Bérengère Guais)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구호 활동 책임자
첫 현장 파견을 마다가스카르로 온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패니 토디에르(Fanny Taudière)는 라노비 이동 진료소의 유일한 의사이다. 이곳에서는 영양실조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응급 의료 처치가 필요한 환자도 치료한다. 이 지역에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거나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 © iAko M. Randrianarivelo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 3월 말부터 마다가스카르 암보아사리 지역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급성 영양실조 진단 및 치료와 기초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플라스틱 물통을 보급하고, 수동 식수 펌프를 보수하며, 강물을 정수 처리하여 보급하는 등 마을 주민의 식수 접근성을 개선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식량 보급 활동을 시작하고 급성 중증 영양실조 및 합병증 환자를 위한 입원 치료를 확대하고자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