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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인도적 위기 심화

2024.03.20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 주민들의 긴급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 수준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북서부 지역에서는 영양실조 수준이 심각하고 예방 가능한 질병이 반복적으로 유행하는 등 인도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공여국 및 구호단체들에 의해 대체로 등한시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폭력 사태 및 경제 상황 악화, 기후변화로 인해 나이지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600,000명이 넘는 실향민이 발생했다. 2023년에 인도주의 단체와 공여국들이 협력을 통해 지원 활동에 나서려는 고무적인 조짐이 있었으나, 증가하는 인도적 지원 수요에 비해 현재 제공되는 재원 및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북동부와 북서부 지역 모두 여전히 심각한 수준의 영양실조와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북서부 지역은 기존의 모든 인도적대응계획(Humanitarian Response Plans, HRP)에 포함되지 않아 특히 우려스럽다.

우리는 북서부 지역에서 인도적 위기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국제연합(UN)과 공여국들에게 거듭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인식 부족은 지역 주민의 보건 및 인도적 지원 수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절실히 필요한 대응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_아흐메드 빌랄(Ahmed Bilal) /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잠파라(Zamfara) 및 소코토(Sokoto), 카치나(Katsina), 케비(Kebbi)주 주민들은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발생하는 무장 강도와 납치 등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무력 분쟁 지역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 Project)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지역에서 1,000건 이상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역 주민들은 집을 강제로 떠나왔을 뿐만 아니라 생계도 잃고, 치안 문제로 더 이상 농작지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식량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의료지원과 기타 기본적인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점점 더 어렵고 위험해졌다.

영양실조와 기타 질병 사례가 급증하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유니세프(UNICEF)를 포함한 여러 당국이 실시한 국가 영양실조 조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약 260만 명의 아동이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그중 532,163명은 소코토 및 카치나, 잠파라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치나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입원 치료식 센터 병상에 환자들이 누워있다. 2023년 5월. ©MSF/Ehab Zawati

지난해 케비 및 소코토, 잠파라, 카치나, 카노(Kano)주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영양실조 아동 환자 171,465명에게 외래 진료를 제공하고, 치명적인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32,104명의 아동에게 입원 치료를 제공했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카치나 지역은 2023년에 심각한 수준의 급성 영양실조를 기록했는데, 심지어는 식량 접근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아닌 춘궁기 초입에 지비아(Jibia) 지방자치 지역에서 조사 대상 아동의 17.4%가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비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외래환자 급식 센터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2년 7월. ©KC NWAKALOR

입원 시설의 높은 입원율에 심각한 수준의 사망률 역시 지속된다. 잠파라주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한 시설에서는 사망률이 23.1%에 도달했다. 안타깝게도 아동 환자들이 위독한 상태로 시설에 도착해서 48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 지원 접근성 장벽으로 인해 생명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경우다. 2023년 총 854명의 아동이 북서부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 입원한 지 24~48시간 만에 사망했다.

아픈 사람이 생기면 가족들은 의료시설로 향하는 것과 치료를 받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중 무엇이 더 위험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 마을이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이동하는 게 두렵지만 아기가 너무 아팠고 마을 진료소에는 의료진과 의약품이 부족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_아이샤(Aisha) / 잠파라주 굼미(Gummi)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에서 말라리아 치료를 받는 아기의 모친

말라리아 및 콜레라, 뇌수막염, 홍역, 디프테리아 등 예방 가능한 질병이 반복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행하고 있다. 2023년,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말라리아 169,954건, 콜레라 4,462건, 뇌수막염 1,548건, 홍역 1,850건, 디프테리아 13,290건을 치료했다.

잠파라주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중증 말라리아에 걸린 2세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3년 8월. ©MSF/Abba Adamu Musa

구호 단체들은 치안 문제로 인해 특정 지역에 접근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폭력 사태 격화로 활동이 영향을 받고 때로는 방해받고 있다. 지난 9월, 잠파라주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안카(Anka) 지역 소재 영양실조 입원 시설 지원을 중단해야 했다. 또한 12월에는 병원 근처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주르미(Zurmi)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대피해야 했다.

2023년, 공여국 및 구호 단체들이 나이지리아 북서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려는 작은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조 재원이 삭감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구호 단체들은 활동 규모를 확대할 여력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도적 지원이 축소되는 가운데, 앞으로 일부 단체들의 활동 자금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정부 또는 기관 자금에 의존하고 있지 않으나,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활동하는 구호 단체들은 대부분 국제연합의 인도적대응계획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상황이 다릅니다. 작년에 북서부 지역을 위한 희망적인 조짐이 있었으나, 일련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같은 일이 2024년에도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올해는 인도적 지원 수요와 주민들이 겪는 고통 측면에서 최악의 해가 될 수 있습니다.”_닥터 심바 티리마(Dr. Simba Tirima) /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취약한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양실조 예방 및 치료와 예방 가능한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 실시를 최우선시해야 하며, 특히 정기 및 추가 예방접종을 강화하고 현재 유행하는 질병에 대응하여 반응형 예방접종(reactive vaccination)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취약한 인구, 특히 5세 미만 아동의 발병률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소코토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간호사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의 몸무게를 측정하고 있다. 2022년 7월. ©KC NWAKALOR

2024년 어려운 상황이 전망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구호 단체들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나이지리아 북서부 내 접근 가능한 지역에서 조속히 힘을 합쳐 등한시되고 있는 인도적 긴급사태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1996년부터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북서부 지역에서는 잠파라 및 소코토, 카치나, 카노, 케비주 전역에 걸쳐 외래 및 입원 치료식 센터  각각 28곳과 7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북동부 지역에서는 보르노(Borno)주 마이두구리(Maiduguri) 소재 병원과 바우치(Bauchi)주 카핀 마다키(Kafin Madaki) 소재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외래환자 영양실조 프로그램을 통해 영양실조 아동 환자 202,083명을 치료했고,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아동 52,124명에게 입원 치료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