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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2차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위해 백신 접종이 시급합니다”

2021.04.05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 중인 바그다드 알킨디 병원 내 코로나19 병동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간호사와 물리치료사가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Hassan Kamal Al-Deen/MSF

 

오마르 에베이드 (Omar Ebeid) / 국경없는의사회 바그다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 이 기고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3월 24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새로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시내의 수많은 검문소 중 한 곳에서 흰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군인 앞에 서서 미니밴에 탄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기중인 차량 사이로 지나다니며 담배를 팔던 상인들이 이제는 마스크도 함께 팔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광경 외에는 바그다드에서 코로나19의 여파를 체감하기 어렵다. 바그다드의 길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필자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매일 마주하는 고통의 실상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2차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며 이 고통은 배가했다. 

지난 9월말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는 약 350명의 위·중증 환자가 입원했는데, 이중 120명이 최근 한 달 사이 입원한 환자다. 환자 유입이 급증하며 기존 36개 병상을 51개로 늘렸지만 사망률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우리 팀이 전력을 다했지만 최근 단 하루 사이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마흐무드 모하메드(Mahmood Mohammed)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바그다드 알킨디 병원 내 코로나19 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Hassan Kamal Al-Deen/MSF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의료진과 비의료 분야 직원은 모두 상당히 피로한 상태이다. 바그다드의 1차 확산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긴 시간 지속되어 산소 공급에 난항을 겪었고, 의료 시스템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확진자 수는 12월과 1월 다소 감소했으나 이후 2월부터 현재까지 다시 급증하고 있다. 1월 31일 71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반면 2월 28일에는 3,42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3월 24일에는 확진자 수가 6,051명으로 집계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확진자 수는 더욱 높을 가능성이 크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 중인 바그다드 알킨디 병원 내 코로나19 병동에서 산소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환자의 가족에게 간병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Hassan Kamal Al-Deen/MSF

“계속해서 사망자를 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극복하려 노력합니다. 일터로 돌아가기 전 음악을 듣거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려고 합니다. 야간 통금이 해제되고 도시가 활기를 되찾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했고, 상황은 더욱 처참해졌습니다. 현재 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한 상황입니다.”_국경없는의사회 집중치료실 의사 야신 하산 (Yassin Hassan)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알쉬파13 코로나19 병동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19세 소녀 파티마(Fatima).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양측성 신부전(bilateral kidney failure)이 발생해 집중치료실에서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자가 약물 치료를 진행했지만 상태가 악화되어 바그다드 알킨디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Hassan Kamal Al-Deen/MSF

필자가 바그다드에 온지 1년 정도가 지났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곳에서 이라크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 국경없는의사회는 알킨디(al-Kindi) 병원의 호흡기 병동을 지원했는데, 머지않아 알킨디 병원은 급증하는 환자와 이들이 요하는 후속 처치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병원의 주니어 의사들은 시니어 의사가 부재일때 의사 결정을 내리길 꺼렸고,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9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알킨디 병원 내 24병상 규모의 자체 병동을 열었고, 얼마 후12월 새로운 건물로 옮겨 36병상으로 수용력을 확장했다. 또한 현지 직원과 협력해 위∙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다.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바그다드의 알킨디 병원 내 코로나19 입원 병동을 회진하고 있다. ©Hassan Kamal Al-Deen/MSF

코로나19는 중증 환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치명률이 높으나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입원환자 중 약 40%가 퇴원하고 있다. 이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처음 투입되었을 당시의 환자 생존율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라크 의료 시스템의 코로나19 대응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활동이 이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백신 접종 없이는 코로나19 종식은 어려울 것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38만 6천 회분의 백신이 공급되었는데, 4천만 인구를 접종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이라크 보건부에 따르면 이라크의 의사, 간호사 및 기타 보건의료 종사자의 수는 21만 6천 명이다. 최근 공급된 백신으로 의료 종사자 일부는 접종할 수 있겠지만 우리와 협력하는 의료진은 현재 백신 접종이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상태이며, 접종을 받기 전까지는 의료 인력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이내로 추가 분량이 더 전달될 예정이지만 실제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이라크는 전 세계적 백신 공급을 위한 노력에 있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며, 중동 내에서도 우선 순위로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의료 시스템은 몇 년간 지속된 분쟁과 이로 인한 여파, 유가 폭락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매우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라크 정부는 타 국가의 백신 확보 지원과 기타 국제 기구의 백신 분배 지원이 없이는 예방 접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백신 공급과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해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이라크의 코로나19 확산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