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페루: 코로나 19로 치솟는 사망률과 마비된 의료 시스템

2021.04.27

최근 몇 주 사이 페루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가 심각했다. 병원이 과부하되고 사망률이 급증한 데 더해, 백신 접근성이 제한적인 상황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여전히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페루 보건당국과 협력해 리마(Lima) 북부에서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강화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아초에 개소한 ‘임시 격리 및 산소 공급 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50병상 규모의 이 센터는 인접한 우아초 지역병원을 지원할 목적으로 긴급히 신설되었다. © Jean-Baptiste Marion/MSF

치명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이 페루를 집어삼키고 있다. 병원은 과부하되었고 극심한 의료용 산소 공급난을 겪고 있으며, ‘브라질 변종 바이러스’라 불리는 P1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감염률이 치솟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페루에서 재확산의 여파가 가장 심각했던 4월 첫째 주, 전체 인구 3300만 명중 일일 평균 1만 명의 신규 확진자와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주와 비교해 사망자 수가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결과 페루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초과사망* 수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현지 의료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황이며, 집중치료를 위한 자원 또한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필요가 막대한 데 비해 백신 접근성이 낮아 인구 대비 백신접종률(1회 이상 접종 기준)은 약 3%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모든 문제가 얽히고 설켜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응을 저해하고 있다. 

※초과사망(excess death): 일정 기간에 통상 수준을 초과하여 발생한 사망을 의미하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상황이 전체적인 사망자 수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초 상황조사를 실시한 이후, 현지 보건당국과 함께 리마 북부 우아우라(Huaura)에 긴급 활동을 개시했다. 주도(主都)인 우아초(Huacho)의 지역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페루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원받은 의약품과 기기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페루는 막대한 필요에 비해 의료 수용력이나 의료용 산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 Jean-Baptiste Marion/MSF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현재 경증 코로나19 환자가 우아초 병원으로 몰리면서 시설이 포화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첫 번째 목표는 보조 시설을 통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필요시 산소를 공급하여 우아초 병원과 현지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협업해 환자를 조기 발견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보조 시설 활동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환자의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되기 전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_장 밥티스트 마리옹(Jean-Baptiste Marion) / 국경없는의사회 페루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우아초 병원 및 지역 보건소 네트워크와 연결된 50병상 규모의 입원 시설을 통해 이와 같은 지원 방식을 실행하고 있다. 시설 내 병상 절반은 임상 모니터링 기기가 구비된 격리 병상이며, 나머지 절반 또한 위·중증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병상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우아초 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환자 관리를 개선하고, 환자 동선의 전 단계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 보건당국과 협력해 페루 우아초에서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올해 2~4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여 현재 페루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초과사망 수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 Jean-Baptiste Marion/MSF 

현재 페루의 누적 확진자는 175만명을 웃돌고, 6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현장에서 파악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일 때 병원에 가길 꺼리고 대신 개인 의원을 찾는다는 것인데, 이런 곳은 필요한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는 자가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는 참혹한 결과를 야기했는데, 각 도시에서는 몇 안 되는 산소충전소 앞에서 사람들이 밤새 긴 줄을 지어 가족을 위해 산소탱크를 채워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 당국의 지역사회 참여 활동에 협력하여 지역 내 코로나19 환자를 최대한 빠르게 파악하고 조기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검사 및 환자 관리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백신 접근성 또한 시급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_장 밥티스트 마리옹 / 국경없는의사회 페루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