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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그리스: 구금 • 폭력 • 혼돈 …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유럽 난민캠프

2018.07.20

Robin Hammond/Witness Change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수단, 콩고를 탈출해 안전한 곳을 찾아나선 수천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중 터키와 에게 해를 거쳐 가는 사람들은 그리스 군도에 무기한 갇혀 있게 되었다. EU-터키 협상 아래 억제/봉쇄 정책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이주민 • 난민 수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지금, 모리아 난민캠프 상황은 혼돈 속으로 치닫고 있다. 충돌과 폭동이 잇따르고 성폭력 사건도 일어나고 있으며, 캠프에 갇힌 수천 명의 정신건강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리아 캠프에는 현재 8000여 명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사람들의 신체적 • 정신적 건강 상태에는 큰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리아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의 수위가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목격했고, 캠프 안팎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을 치료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긴장은 과밀하고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생활 환경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현재 모리아 캠프와 올리브 그로브(비공식 거처)에서는 화장실 1곳을 72명이 함께 쓰고, 샤워실 1곳을 84명이 함께 쓰고 있다. 비상 상황에서 지켜야 할 인도적 수준으로 권고되는 것보다 훨씬 모자라는 수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크게 우려하는 것은 치안 불안, 부적합한 생활 환경, 그리고 수개월 • 수년간 사람들이 처한 교착 상태 때문에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틸레네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진료소에서는 가장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만 받고 있으며, 현재 총력을 기울여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 레스보스에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이렇게 급격히 악화된 이유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충격적인 일을 겪은 사람들이 존엄한 삶과 피난처를 찾아 유럽으로 왔는데, 와보니 상황이 반대였건 겁니다. 더 심한 폭력을 당하고 더 열악한 환경에 처했으니까요.” _ 지오반나 본비니(Giovanna Bonvini) / 미틸레네 진료소의 정신건강 활동 매니저

“얼마 전에 성폭력을 당한 젊은 남성이 진료소에 왔습니다.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친구가 데려온 거였죠. 그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었습니다. 환각 경험, 순간순간 떠오르는 무서운 기억,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2시간 상담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그는 행여 모리아에서 또 다시 공격을 당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년에게 약을 처방하기 시작했고, 현재 집중적인 심리 상담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안정된 상태를 회복했죠. 하지만 모리아에 살면서 절망과 괴로움 속에 갇혀 있는 한, 그의 상태는 결코 호전되지 못할 겁니다.”

Robin Hammond/Witness Change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레스보스의 모리아 난민캠프로 이주해온 난민 올리브 그로브(Olive Grove.)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타 NGO 단체들로부터 매주 평균 15~18명의 환자를 넘겨받고 있다. 아동을 포함한 이 환자들은 급성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중증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있으나 미처 우리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취약 계층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특수 서비스 제공 단체는 국경없는의사회뿐이다.

“환자 대다수는 최근 캠프에 온 사람들로 환각, 불안, 혼란, 상황파악 능력 상실 등 정신과 증상을 앓고 있고,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거나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입니다.” _ 알레산드로 바베리오(Alessandro Barberio) 박사 / 미틸레네 진료소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과의

미동반 아동이든 가족과 함께 있는 아동이든 국경없는의사회의 정신건강 집단 치료를 받은 아동들은 모리아에 살면서 또 다시 충격 속에 빠지게 되는데, 이 점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지난 4주간 심각한 공황 발작, 자살 생각, 자살 시도로 괴로워하며 찾아오는 미성년자 수가 늘었습니다. 모리아 캠프의 열악한 환경과 일상적인 폭력이 우리 환자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_ 알레산드로 바베리오(Alessandro Barberio) 박사 / 미틸레네 진료소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과의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취약민을 모리아로부터 안전한 생활 공간으로 이주시키고 캠프의 인구과밀 문제를 해소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또한 캠프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 줄 것을 유럽연합(EU)과 주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EU-터키 협정의 억제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전쟁과 테러를 피해 살던 곳을 떠나서 생존을 찾아 나설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 가둔다는 것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들을 또 다른 충격 속에 빠뜨리는 일일 뿐이다.
 

Robin Hammond/Witness Change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당도한 이주민들이 남긴 수천 개의 구명조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