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방가수에서 일련의 치안 문제가 벌어지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팀을 대피시키고 5개월간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그 후 2018년 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시 방가수로 돌아갔다. 2017년부터 방가수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활동 중단과 재개를 함께했던 루알루알리 이봉고(Lualuali Ibongu) 박사가 방가수 상황에 대해 들려 주었다.
Q. 처음 도착했을 때 방가수는 어떤 상태였나요?
현장에 가기 전까지 저는 방가수를 ‘작은 천국’이라고 들어 왔습니다. 2013년~2014년 부족 갈등으로 나라가 분열됐지만 방가수는 사회적 결속이 단단해서 그 영향이 덜했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도착하고 3일 지났을 때, 저는 이미 전투 지역 한가운데서 구급차를 타고 있었습니다. 전투 속에 부상을 입은 환자 27명을 태우고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었죠. 그 전까지 제가 알았던 도시는 사라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곳에서 대대적으로 활동했습니다. 병원도 확장하고, 시골 보건소 3곳에서 의료진도 교육하고, 설사 질환 예방을 위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실시해 식수 접근성 개선에 힘썼고, 말라리아 감염 예방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대응하는 질병들은 총, 칼처럼 무시무시해 보이지는 않아도 실제로는 훨씬 더 치명적입니다. 그러나 치안이 불안해지다 보니 팀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 긴장되는 시기였습니다. 그 전까지 심각한 외상으로 입원하는 환자 수는 한 손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4월에는 전쟁 부상 환자를 무려 141명이나 치료했는데도 계속 환자들이 찾아왔습니다. 한 달에 30명 이상이 왔습니다. 게다가 분쟁 동안에도 사람들은 계속 병에 걸리니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했지만, 다들 오는 길에 무장한 남성들을 만날까 봐 두려워, 상태가 매우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인가 9월에 만났던 환자를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말라리아 합병증을 앓던 4살 아동이었는데요. 병원에서 무려 2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이송돼 온 아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먼 거리를 올 때까지 생명을 보존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는 왜 방가수 활동을 중단해야 했습니까?
방가수에서 힘들었던 점은, 어떻게 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지원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지대에서 우리를 지켜줄 중립성과 공정성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의료적 필요에만 근거하여 치료할 수 없다면 현장 활동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총상을 입은 12살 아동이 있었습니다. 우리 스태프가 백방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아동은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이 아동이 장폐색에 걸렸습니다. 아동이 머물던 곳은 우리 시설에서 1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피난민 캠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병원 데려가면 우리가 당신들 다 죽일 거야.”라는 말을 듣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캠프에서 48시간 동안 응급 처치를 실시해 아이의 상태를 안정시켰고, 그 뒤에 700km 이상 떨어진 방기로 이송해 수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계속 겪으면서 우리는 방가수 활동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민들에게 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무장한 남성들이 계속 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7년 11월, 우리 시설을 겨냥한 무장 강도 사건이 벌어진 후, 우리는 결국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Q. 2018년 4월에 방가수를 다시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방가수의 긴장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조금씩 현장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든 분쟁 당사자들이 인도주의 원칙을 따르고, 환자가 누구인가에 관계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우리 서비스를 받도록 허락해 줘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나긴 논의를 진행하고 현지 주민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돌아가려면 충분한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지역사회 모든 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그제야 우리는 방가수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차근차근 활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소아과, 외과 응급환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방가수 병원 소아과에서 우리는 매달 최소 60번의 수혈을 실시합니다. 주로 중증 말라리아 환자의 경우인데, 이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방가수 병원은 지역민 20만 명이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의료 시설입니다. 사람들을 실망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계속 경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중아공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니까요.
Q. 현재 방가수 상황은 어떤가요?
꽤 좋아졌습니다. 사람들도 풀을 베러 나가기 시작했고, 밖에서는 지평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거리에서 뛰노는 모습도 볼 수 있죠. 진료를 받으러 피난민 캠프에서 병원까지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몇 달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방가수에 있던 전투원들이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단지 주변으로 물러나 있을 뿐이며, 지역민들은 지금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직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생각만큼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거든요. 방가수에서는 무슬림과 크리스천이 늘 함께 살아왔습니다. 두 종교를 각각 가지고 있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방가수 내부 분위기를 바꾼 건 외부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우리가 활동을 중단했던 시기에 그런 것을 느꼈는데요. 방가수 사람들은 모두가 의료 지원을 받게 하려고 힘을 합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의욕이 생겨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