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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Gaza): 피로 얼룩진 시위, 1년 후 지금은

2019.05.20

2018년 5월 14일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가르는 분리 장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 1,300명에게 총격을 가하면서 그중 60명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총상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은 부상으로 인해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고통이 가중되는 절망스러운 상황에 부딪히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아흐메드(Ahmed, 38세)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Mohammed ABED

가자지구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는 싱가포르 출신의 마취과 의사가 외국인은 보통 쓸 일이 없는 ‘전기, 칼, 타는, 따끔하고 저린’ 이라는 뜻의 아랍어 단어를 구사하고 있다. 이 곳에서 치료를 받는 26세의 환자 무라드(Murad)는 외고정 장치를 하고 있는 왼쪽 다리를 의사에게 보여주며 손으로 여러 가지 느낌의 통증을 묘사한다. 무라드는 피부색이 변해버린 차가운 발에서 전기가 오르는 느낌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1년 동안 통증이 지속하면서 혈관 수축이 일어났다. 

 

무라드(Murad, 26세)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현재 가자 시티(Gaza City) 외곽에서 어머니와 단칸방에 살고 있다. ⓒMohammed ABED

2018년 5월 14일,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을 두고 일어난 일련의 시위 중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 참가자 1,300명에게 실탄을 발포해 최악의 폭력 사태가 발생한 날, 무라드도 총을 맞은 시위대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총 60명이 희생된 이 날은 총상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환자들이 물밀듯이 실려와 병원 전체가 피로 물들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고통 받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은 뼈가 산산조각이 나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상처 부위 감염 발생, 상세 불명의 심각한 통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아흐메드(Ahmed, 38세)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Mohammed ABED

5월 14일 총상을 입은 아흐메드(Ahmed, 38세)는 그 날 왜 시위에 참여했는지 얘기한다. 

“저는 무장을 하지도 않았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시위에 나갔을 뿐이에요. 저는 팔레스타인 비르 알 사바(Bir al-Saba) 출신입니다. 팔레스타인이 2000년부터 세 번의 전쟁을 겪는 동안 가자 지구는 계속 포격을 받았고 13년간 봉쇄된 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나뉘었죠. 여기 사람들은 억압받고 있습니다.”_ 아흐메드

아흐메드(Ahmed, 38세)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 Mohammed ABED

가자지구 최남단 지역 출신 농민인 아흐메드는 여러 번 수술을 받았지만 다리 뼈에 3센티미터 크기의 구멍이 나 예전처럼 농사일을 하지 못한다. 그는 옛날에 동물과 식물을 키웠던 이야기, 치즈와 요거트를 직접 만들곤 했던 이야기를 하며 잠시 기쁨에 잠겼다.

“그냥 잠을 자고 싶어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말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죠.” _ 아흐메드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아흐메드의 딸이 아흐메드를 올려다보고 있다. ⓒ Mohammed ABED

가자지구의 경제는 이스라엘의 봉쇄정책,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갈등, 인접국인 이집트로의 이주 제한으로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이곳에 갇힌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감시 당하고 있으며 생계 수단조차 사라지고 있다. 2018년 3월 30일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이 가한 실탄 총격으로 7,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지금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전엔 위성 방송 접시, 케이블, TV 등 물건들을 고치는 일을 했었어요. 하루에 15~20니스 (한화 4,800원~6,500원) 정도 벌었죠. 그런데 이제는 다리를 다쳐 집 안에만 앉아 있어요.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집을 나가서 도움 받을 곳도 없어요.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하잖아요. 저는 아무도 없어요.” _ 무라드

무라드는 생계 수단을 잃었다고 말한다. 한 달간 단칸방에 난방도 뗄 수 없었고 겨우 빵 한 조각을 구하기 위해 빚을 져야 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을 훔쳤다.

무라드(Murad, 26세)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현재 가자 시티(Gaza City) 외곽에서 어머니와 단칸방에 살고 있다. ⓒ Mohammed ABED

가자지구의 보건 의료도 경제와 마찬가지 이유로 거의 붕괴했다. 장기간의 복합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총상 환자들은 수천 명에 이르고 팔레스타인 보건부와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일부 단체들의 도움으로도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도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시위에 참여해 총상을 입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병원에 두 병동을 열고, 진료소 다섯 곳으로 활동을 확대했으며 외과 의료진 및 설비도 늘렸습니다. 전력을 다해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도 병상이 모자라고,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외과의와 항생제 전문가도 부족해요.” _ 마리 엘리자베스 잉그레스(Marie-Elisabeth Ingres) /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 책임자

이야드(Iyad, 23세)는 총상을 입었지만 운이 좋게도 봉쇄된 가자지구 밖으로 나와 치료를 받았다. 암만(Amman)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 부상 환자의 재건 수술을 전문으로 하며 이 곳에서 이야드는 정형외과 수술을 받았다. 이야드는 뼈에 악성 감염이 생겨 격리 치료실에서 4주간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야드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2019년 5월 가자 시티(Gaza City)에서 해변을 걷고 있는 모습. ⓒ Mohammed ABED

 “매일 부상 생각뿐이에요. ‘언제쯤 걸을 수 있을까? 다시 걸을 수는 있을까?’ 생각하죠.” _ 이야드

이야드는 총상을 입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완치는 불확실하다. 암만에서 다시 6개월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하고 그 후 오랜 기간 재활 치료를 거치면 아마도 걷게 될 수 있을 지 모른다. 

총상으로 인한 부상 환자들은 대다수가 남자다. 때문에 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은 보통 배우자나 어머니에게 돌아간다. 

“제 아내도 힘들어해요. 언제쯤 낫는지 계속 물어봐요. 아내도 물론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겠죠. 아내도 사람이니까요. 친정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아내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요. 인터넷이라도 없었다면 저는 죽었을 거에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가 있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죠.” _ 이야드

이야드는 통증 때문에 혼자서는 바지를 입을 수도, 장을 보러 갈 수도 없고 아이들을 안는 것도 할 수 없어 마음이 무너진다고 전했다. 

 

이야드(Iyad, 23세)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2019년 5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Mohammed ABED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치료를 계속 받고 있어요. 처음엔 두려웠지만 그래도 운명에 맡기고 믿어보려고요.” _ 무라드

무라드는 부상 이후 가난해졌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다리를 회복하고 나면 차와 커피를 파는 노점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다.

 

아흐메드(Ahmed, 38세)는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 Mohammed ABED

한편, 아흐메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며 가족들까지 힘들어졌다.

“차라리 그냥 다리가 잘렸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다리 통증이라도 없을 테니까요.” _ 아흐메드

부상을 입은 지 한 해가 지난 지금, 언제 이 통증이 끝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