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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사상 최악 폭력사태로 민간인 피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9.06.26

패트릭 아이렌지(Patrick Irenge)는 2017년 9월부터 말리 바마코(Bamako)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말리는 2012년부터 정치•안보 위기를 겪고 있으며 최근 중앙 지역에서는 폭력사태가 거세져 민간인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패트릭은 이 불안정한 치안 상황으로 발생한 전례 없는 인도적 위기, 그로 인해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자 국경없는의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긴급 대응활동과 정기 구호 활동을 소개한다. 

패트릭 아이렌지(Patrick Irenge)는 2017년 9부터 말리 바마코(Bamako)에서 의료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Juan Carlos Tomasi/MSF

말리 북부에서 2012년 시작된 위기는 지금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말리 중앙 지역까지 사태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은 어떤가요?

말리 중앙과 북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폭력사태는 거의 매일 일어나다시피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말리 중앙지역에서 치안 관련 사건과 지역사회 갈등은 1년 넘게 지속 증가했습니다. 2019년 3월 말리 오고사구(Ogossagou)에서 160명이 희생된 집단학살과 2019년 6월 소바네(Sobane)에서 아동 24명을 포함해 총 35명이 사망한(6월 17일 기준) 집단학살이 그 예입니다. 수많은 사망자를 낳은 이 사건들은 전 세계로 보도되어 전폭적인 분노를 사고 잔인한 폭력 사태로 주목 받았지만 사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현재 말리 몹티(Mopti) 지역은 거의 매일 치안 사고로 민간인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나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사회 내에서 치안 불안뿐 아니라 공포와 불신을 낳아 더욱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 폭력은 어떤 영향을 주게 되나요?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본 지역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먼저, 중앙 및 북부 말리는 농촌 지역으로 대부분이 농업과 목축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우기와 건기 때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다른 지역 이동이 제한되며 일부는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 완전히 불가능 합니다. 길을 가다 지뢰를 밟거나 무장 단체를 마주칠 수 있다는 불안과 다른 민족이 사는 마을을 지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마을 전체가 글자 그대로 한 곳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으며 1차 보건의료를 받을 수 없는 여건에 놓여 있습니다. 두엔자(Douentza)에서 활동하는 저희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 지역 주민들이 치료를 받기까지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바로 폭력을 피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살림살이부터 가축을 비롯해 모든 것을 두고 떠났고 임시 거처나 수용 지역에서 머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과 이주민들은 식량부터 보건의료, 기본 생활 필수품, 거처, 식수까지 도움이 필요하며 보호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정기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특히 가장 외진 지역의 경우 지원 제공이 거의 불가능해 안타깝게도 이들이 받는 인도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보건의료 측면에서는 극심한 인도적 위기 상황으로 어떤 점을 가장 주목할 수 있을까요?

위급함을 알리는 신호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건의료 시설에 너무 늦게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치료를 받으러 오기까지 오래 걸리다 보니 결국 병세가 악화되는 환자가 너무 많습니다. 저희는 이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줄어든 결과로 기본 식량조차 구하지 못해 영양실조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대부분 임산부는 보건소에 가지 못해 출산전 진료를 받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출산을 하게 돼 합병증을 얻거나 사망까지도 이어집니다. 또한, 아동의 경우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계절성 말라리아 백신 같은 예방적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심각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치명적 질병에 걸릴 위험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일부 외진 마을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단 한번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아동을 치료했으며 이는 몇 년 동안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폭력을 겪은 경험이 있거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정신적 장애를 겪는 환자들도 급증했습니다.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말리 오고사구(Ogossagou) 마을에 거주지 지원과 심리 상담을 위해 파견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Lamine Keita/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에서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5월부터는 긴급 대응활동도 강화했습니다.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이 있고 경계 관리 시스템도 갖춰 말리 전체에 걸쳐 지역주민들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모니터링합니다. 또한 지역 조사와 평가를 통해 대규모 인구이동이나 그 외 다른 문제 상황들을 파악합니다. 이 활동들은 주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해 환자를 치료하거나 예방진료 또는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생활 필수품 배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렇게 지역별로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단기적으로나마 이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정기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전략으로, “원샷(one-shot)” 진료라고 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폭력 사태가 잠시 잠잠해져 여건이 안전해지면 그 즉시 활동팀을 파견해 현장에서 예방적 치료부터 예방접종에 이르기까지 최대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진행한 진료가 최대 180건에 이를 때도 있습니다. 

이동 진료소 운영을 통한 ‘원샷’ 진료처럼 지역사회 접근이 제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도입한 다른 전략들도 있나요? 

국경없는의사회의 핵심 가치인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 그리고 수용적 자세가 있었기에 계속해서 특히 제한된 지역에서의 구호 활동이 받아들여 졌습니다. 다만 치안이 불안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아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리 중부와 북부에서 일어나는 분쟁 상황에 적합하게 구호 활동을 조정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전략이 바로 보건 인력 교육과 의약품 지원으로 질병 관리를 위한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말라리아나 설사병과 같이 처치가 간단한 병의 경우 환자들은 보건소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보건 인력들은 임산부의 임신 경과를 관찰하고 영양실조나 다른 중증 질환 증상을 발견해 알리도록 교육 받아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 분산화 전략은 생활 방식으로 의료 시설에 가기 어려운 유목민 사회에 적용됩니다. 즉, 한 유목 집단이 이동하게 되면 지역 보건 인력도 함께 이동해 계속해서 보건의료를 제공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중점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또 한가지 중요한 부문은 바로 예방접종입니다. 분쟁 지역에서는 예방접종으로 아동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현재로서는 치안이 더 나빠져 사람들이 보건의료를 받지 못하고 기본 생활 물품들도 구하지 못하게 되는 점이 우려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말리는 주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기가 막 시작되어 곧 말라리아가 유행할 것이고, 홍수로 도로 여건이 악화되면 지역 간 접근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치안 불안으로 지역민들의 농업도 제한돼 식량 부족 문제도 겹칠 우려가 있습니다. 말리 국민들은 지난 몇 년간 겪은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문제들을 겪게 될 것입니다. 저희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미 바마코(Bamako)에 비축해둔 물자와 의약품이 있고 긴급 상황 대응 전문팀이 있어 앞으로 일어날 문제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몇 달 간 말리에서 의료활동을 강화했다. 치안 관련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거점 지역에 긴급 투입돼 지역민들이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응했다. 이동 진료소를 배치해 보건의료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폭력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치료•예방 진료와 심리상담 진료를 진행했다. 현장활동 규모 확대가 보여주듯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 걸쳐 가장 취약한 여건에 놓인 지역사회를 돕는 데 중점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활동이 확대된다는 것은 위급한 인도적 상황이 계속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지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