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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침묵 속 커져가는 성폭력 피해자의 상처

2019.08.01

 

 

“어제 오후 집을 나서 방기(Bangui) 공항 근처 밭에 유카를 좀 구하러 가던 길에 칼을 든 남자 두 명이 저를 붙잡았어요. 저를 앉게 하더니 제 눈을 가리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어요.” _ 올가(Olga, 41세/가명) 

* 유카: 주로 잎에서 섬유를 채취해 직물 원료로 쓰는 열대성 식물

올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올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 수천 명 중 한 명이다. 작년 한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아공에서 성폭력 피해자 약 4,000명에게 지원을 제공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방기 지역 병원에서만 800명 이상의 피해자를 치료했다.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어요. 모두가 저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수치심에 밖을 다닐 수도 없었어요. 밤에도 잠을 못 잤고요.” _ 올가

다른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아공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된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온 가족에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여겨 피해자들은 자신이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곳에서 상고(Sango)어로 ‘별’을 뜻하는 ‘통골로(Tongolo) 프로젝트’를 시작해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하고 있다.

 

침묵 뒤에 숨겨진 이야기

오랜 기간 분쟁이 지속되고 곳곳에 무장 단체들이 있는 중아공에서는 성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여기서는 성폭력 사건 다수가 마을 이웃이나 가족 내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성폭행을 당한 것이 가족에게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져 성폭행 피해가 발생해도 보통 마을 주민들이나 가족들 사이에서 해결하고 넘어갈 뿐, 피해자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 상황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습니다.” _ 베아트리스 가르시아(Beatriz García) / 국경없는의사회 통골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하기 위해 방기 지역 병원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방기 외곽 지역 베데 콤바탕(Bédé-Combattant)주에 새롭게 지원 시설을 열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당한 지 72시간 이내 이곳을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이후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_ 베아트리스 가르시아

 

마음의 짐을 덜고 안정을 되찾는 곳

작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약 4,000명에 이르는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했다. 올해 초부터 6월까지 방기 지역 병원에서만 8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치료를 받았다. ⓒMack Alix Mushitsi / Médecins Sans Frontières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세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는 마르티네(Martine, 53세/가명)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심리 상담 치료를 받았다. 

“2013년 분쟁을 피해 숲 속으로 도망쳤는데 그 곳에서 무장한 남자 두 명에게 강간을 당했어요. 다리 사이 통증이 심했고, 제가 마치 더러운 짓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무장한 남자들을 볼 때마다 무서움에 떨기도 했죠.” _ 마르티네

“지난 6년동안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지냈는데, 이제는 좀 편해졌어요.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할 수 없었는데, 병원에서는 제가 두려워하거나 수치심을 느낄 이유가 없다고 말해줬어요.” _ 마르티네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 지역 병원 프로젝트를 확대해 방기 외곽 지역에도 치료 센터를 열어 성폭행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Mack Alix Mushitsi / Médecins Sans Frontières

중아공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뿐 아니라 다른 인도주의 단체들도 성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지역 사회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통골로 프로젝트는 전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특히 잘 알려지지 않고 더욱 복잡한 형태를 띠는 아동이나 남성 피해자 치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이름은 가명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