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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미국의 망명 신청자 강제 추방 조치가 초래한 극심한 인도적 위기

2021.05.10

지난 몇달간 멕시코 레이노사에는 미국에서 추방당한 이주민이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며칠 전 레이노사의 광장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은 약 400명으로 집계되었다. © MSF/Clémentine Faget

 

미국의 공중보건법에 따라 멕시코로 강제 추방된 수백 명의 이주민이 멕시코 타마울리파스(Tamaulipas)주 레이노사(Reynosa)의 한 광장에 발이 묶여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인데, 식수나 거처, 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 접근성이나 기본적인 필수품도 갖추지 못한 채 납치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2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강제 추방된 수백 명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의료 지원과 심리사회적 치료를 제공해왔다. 대부분은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로 알려진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이며,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레이노사의 ‘헤푸블리카 광장(Plaza de la República)’에 발이 묶여 있다. 이 광장은 인터내셔널 브릿지(International Bridge) 인근이며, 미국 국경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 하루에 약 150 건의 의료, 심리, 보건증진 및 사회복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수백 명의 이주민이 미국의 공중보건법에 따라 멕시코로 강제 추방되어 멕시코 국경도시 레이노사의 광장에 머물고 있다. © MSF/Clémentine Faget

“이주민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오는데, 특히 자녀와 함께 오는 여성이 많습니다. 이들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강제 추방되어 치안이 불안한 이 도시로 왔고, 거리에서 지내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이 지역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이들은 겁에 질려 있고, 멕시코를 통과하며 겪은 끔찍한 여정과 미국에서의 구류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세 안토니오 실바(Jose Antonio Silva) / 국경없는의사회 레이노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지난 한 달간 레이노사로 강제 추방된 이주민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레이노사의 광장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은 약 400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멕시코로 강제 추방됐다. 추방의 근거는 트럼프 정권에서 발동된 공중보건법인데, 현재 바이든 정부까지 이 차별적인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법과 국제법에 반(反)하는 정책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명목으로 이주민과 망명신청자로부터 국경을 원천 봉쇄하고 멕시코로 추방하거나 본국으로 송환한다.

2020년 3월 이후 미국 정부는 이 정책에 의거하여 약 62만 명의 이주민을 강제 추방했다. 2021년 3월 한 달 사이에만 10만4000명이 넘는 이주민이 추방됐다. 

트럼프 정권의 반(反)이주민 정책을 폐지하고 이주민 및 망명신청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미 행정부는 공중보건을 핑계삼아 계속해서 이주민과 망명신청자를 추방하고 있다. 

“티후아나(Tijuana)와 시우다드후아레스(Ciudad Juárez)와 같은 국경도시의 상황도 레이노사와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강제 추방 조치는 레이노사를 비롯해 멕시코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주민의 건강과 안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습니다. 멕시코로 강제 추방되어 어떠한 지원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매우 취약한 인구도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호세 안토니오 실바 / 국경없는의사회 레이노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미국 정부는 특히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중남미 토착민이나 아이티인을 멕시코로 추방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강제 추방된 취약 집단에는 부상자나 환자, 아동을 동반한 자, 청소년, 임산부와 성소수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특정 취약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크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레이노사 광장의 임시 이주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임산부를 검진하고 있다. © MSF/Paola Pérez

“매일 같이 광장에서 이주민이 실종된다는 보고를 받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호세 안토니오 실바 / 국경없는의사회 레이노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Human Rights First)에 따르면 2021년 1월 21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최소 492건의 폭력 사건이 보고되었다. 이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 사이 발이 묶여 있거나 멕시코로 추방당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 강간, 고문, 협박, 절도 및 폭행 사건을 포함한다. 

레이노사의 정신건강 지원 그룹에 속한 이주민을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지원팀에 따르면 이곳의 이주민들은 복합 트라우마와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 또한, 급성 스트레스 반응, 두통이나 요통, 불안정한 치안으로 인한 과잉각성, 불면증을 겪기도 하며, 강제 추방이나 예측 불가능한 폭력적 환경에서의 생활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 같은 심신 증상을 보인다. 

미국에서 추방 당해 멕시코의 국경도시와 인근 지역으로 오는 이주민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멕시코 정부는 이주민을 위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취약집단의 안전을 보장하는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 당국의 대응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데, 과밀집된 임시 거처나 이주민 수용 목적의 정부 시설 부족이 이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바이든 행정부가 즉시 해당 정책을 폐지하고, 망명 신청 처리를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주민을 멕시코 및 본국의 폭력적이고 위험한 환경으로 송환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적이고 차별적인 정책은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 당국이 멕시코 내 추방된 이주민, 특히 가정 및 미성년자를 위해 거처, 의료 서비스 및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를 즉시 실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약 두 달 전 해체된 마타모로스(Matamoros) 캠프와 같이 낙후된 캠프를 설치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주민이 보다 안전하게, 존엄성을 지키며 이주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또한 미국 정부는 미국-멕시코 국경의 인도적 위기를 지속한 책임에 따라, 멕시코 북부의 급증하는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멕시코 당국과 인도주의 단체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