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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섬 망명신청자의 고통을 멈춰야 합니다

2019.12.03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Christos Christou)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의 공개 성명서

 

저는 최근 그리스 섬을 방문했는데, 제가 그곳에서 직접 목격한 것과 현장 동료의 설명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레스보스(Lesbos)섬 모리아(Moria)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온 12살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년은 반복적으로 자해를 했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로 중상을 입은 9살 소녀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소녀는 그리스에 도착할 때만해도 웃고 있었지만, 레스보스섬에 수개월을 갇혀있는 동안 말도 없어지고, 식음을 전폐하며,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었다고 합니다. 

전쟁과 박해에서도 살아남았지만, 모리아와 같이 위험하고 비참한 곳에서 수개월을 지내며 아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자해를 하고 자살을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지금도 그리스섬에 갇혀 있는 아이들과 모든 이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고문을 견뎌낸 이들은 수개월간 낯선 사람과 한 텐트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한 성폭력 생존자는 사모스(Samos)섬 바티(Vathy)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 “밤중에 화장실에 가기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취약성을 발견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들의 목소리는 복잡한 행정 절차 가운데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2016년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섬에 사람을 가두는 것이 필수적인 잠정적 방침이라고 판단해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EU-터키 합의*가 가져올 수 있는 인도주의적 대가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항의의 표시로 EU 회원국의 지원금을 받는 것 또한 중단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결정의 결과를 봅니다. 그것은 바로 만성적인 응급 상황과 고질적인 고통의 순환입니다. 

지난 4년간 이곳의 인도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최근 3개월 사이 모리아의 위험하고 끔찍한 환경과 의료 부족으로 여성, 아동, 9개월된 유아가 사망했습니다. 안전한 곳을 찾아 유럽으로 왔지만 입구에서 그들을 맞이한 건 죽음이었습니다.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Christos Christou)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이 그리스 레스보스섬을 방문해 망명신청자의 실태에 대해 듣고 있다 ⓒAnna Pantelia/MSF

현재 이곳의 상황은 자연재해나 분쟁지역에서 볼 법한 광경과 비슷합니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유럽에서 이런 상황을 보는 것이 매우 충격적입니다. 이것이 의도적인 정치적 선택의 결과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U는 그들의 결정이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하는 것임을 직시하는 대신, 터키와의 합의 수행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더욱 잔혹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그리스 정부가 난민 구역을 대규모 구금 센터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계획 또한 이 중 하나입니다.

멈춰야 합니다. 

4년이나 지난 지금, 사람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EU의 정책이 죽음과 고통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중해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해상에서의 이주 차단, 리비아에서 일어나는 임의적인 구금과 고문, 또한 발칸 반도의 혹독한 겨울 날씨 속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는 난민의 강력한 반발까지, EU 정책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억제와 구금, 차별과 학대와 같은 조치는 세계적인 범위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정치적 근거도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해를 가하는 정책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반복적으로 이 정책의 폐해를 경고했습니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인정할 때입니다. 

인도주의 단체를 대표하는 의사로서, 이런 고통이 정당화되고 일반화되는 것이 매우 유감입니다. 마치 사람들이 유럽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데 필요한 합리적인 대가인 것처럼 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런 노골적인 인간성의 말살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환자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한 다음, 다시 그들에게 병이 생기게 한 환경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이 고통의 순환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입니다. 우리는 이 상황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 국가가 나서서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이 비극을 끝내야 합니다. 안전을 찾아 유럽을 찾아온 이들의 고통을 멈춰야 합니다. 난민 구금 센터의 가장 취약한 이들을 대피시키고 이들에게 유럽 내 안전한 거처가 제공 되어야 합니다. 난민 억제 정책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그리스 섬에서 일어나는 고통의 순환이 끊어지길 바랍니다.


* EU-터키 난민 송환 협약: 2016년 3월에 체결된 협정으로, EU 회원국과 터키 정부간 난민 관련 협력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난민 대부분이 터키-그리스 경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그리스로의 밀입국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협정의 핵심은 공식 허가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리스 섬에 도착하는 모든 난민을 다시 터키로 송환하고, 그리스 섬에서 송환되는 시리아 난민 한 명당 터키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 한 명을 유럽 연합국에서 수용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