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2023년 10월 15일 2차 업데이트: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현장 책임자 인터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급박한 상황을 맞아 해당 지역 의료지원 활동을 조정 혹은 확대하고 있다(►팔레스타인 현장소식 1차 업데이트). 가자지구 의료 코디네이터 다윈 디아즈(Darwin Diaz)에 따르면 국경없는의사회는 2개월치의 비상용 지원품을 알 아우다(Al-Awda) 병원으로 보냈는데, 단 3일만에 3주일치 분량이 소진됐을 정도다. 예루살렘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을 총괄하는 레오 칸(Léo Cans)이 현지시각 10월 10일자로 자세한 상황을 전해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2023년 10월 9일 ©Mohammed ABED
가자 상황은 재앙 상태입니다. 병원들은 과부하 상태예요. 부상자 수가 정말 많고 가자지구 모든 병원에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어요. 의료팀은 밤낮없이 부상자를 치료하느라 지쳐있습니다.
폭격 강도가 매우 심합니다. 많은 건물들이 형체도 없게 파괴되고 있는데 어젯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소 바로 옆에 있는 건물 하나도 그렇게 됐습니다. 어떤 이들은 밤중에 집에서 대피하라는 문자를 받습니다. 가자지구 우리
팀원들에게도 그런 문자가 왔습니다. 한밤중에 아이들을 깨워서 아무것도 못 챙기고 집을 떠나 안전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지 못해요. 한밤중에 폭탄들이 떨어지는데 바깥에 나와있어야 하는 겁니다. 어디서 안전을 찾을 수 있겠어요?
가장 최근 집계된 실향민 수가 200,000명에 이릅니다. 주로 그런 문자를 받았고 집은 파괴된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은 지금 모든 것이 부족하죠. 물, 샤워할 곳, 음식, 잠잘 곳… 한 마디로 모든 기초적인 것들이 필요한 상태인 겁니다.
이제 이스라엘 정부는 물과 전력을 완전히 끊어버렸어요. 전화 네트워크도 심각하게 손상됐죠. 오늘 아침 가자에 있는 우리 팀에 전화 연락을 취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구조 작업이나 부상자 접근을 굉장히 어렵게 만듭니다.
오늘 가자지구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있습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그곳 우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불행하게도 이 사람들은 이미 전쟁을 여러 번 겪은 사람들이라 아주 터프해진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도 이번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출구도 보이지 않고 어떻게 상황이 종료될지 모르겠다고 해요. 굉장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국경없는의사회로서는 의료시설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병원 한 곳도 공습을 받아 파괴됐죠. 또다른 공습으로 부상자를 옮기던 구급차도 우리가 지원하는 병원 바로 앞에서 파괴됐습니다. 환자 수술중이던 국경없는의사회 팀도 서둘러 병원을 떠나야 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의료시설들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건 협상의 대상이 될 일이 아닙니다.
지금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주요 병원들에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병원 두 곳에는 부상자 치료를 위한 수술팀도 보냈습니다. 향후 며칠간 수술후 치료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유입되는 부상자 중 상당수가 여러 번의 수술을 필요로 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우리는 가자시내에도 진료소를 설치해 다른 부상자들을 치료했는데요. 상황이 허락하는 한 이를 유지할 겁니다.
어제 아침 집 바로 옆에 폭탄이 떨어져 화재가 나는 바람에 거의 전신에 화상을 입은 13세 소년이 입원했습니다. 이런 경우 치료가 매우 복잡하고, 아동이니까 더 마음이 힘듭니다.
이러한 폭격 강도만큼이나 사망자 수가 정말 충격적입니다. 전쟁이 선언됐더라도 이게 가자지구 주민 전체에 가해지는 형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물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체 거주 인구를 형벌에 처하고 그들에게서 필수적 요소를 빼앗는 조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