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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실향민 출신 직원이 전하는 백나일주 캠프 상황

2023.10.05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 활동가 아이샤(Aisha)는 수단 백나일(White Nile) 지역에 소재한 3개의 캠프에서 활동하며 국내 실향민과 난민 지역 공동체를 지원하고 있다. 아이샤는 2020년에 이미 백나일 주에 위치한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2023년 6월 분쟁으로 악화된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을 재개하자 해당 캠프로 다시 돌아와 힘을 보태고 있다. 2023년 4월 수단 내 분쟁이 격화된 이후 백나일 주에 위치한 난민 캠프에는 매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카르툼 내 전투로 발생한 국내 실향민들이다. 보건증진가로서 주로 보건 교육을 제공하며 사회적 측면에서 사람들의 수요 파악과 지역사회 참여 독려에도 힘쓰고 있는 아이샤가 수단 백나일 캠프의 실향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증언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 활동가 아이샤 ©MSF

사람들이 처한 거주 환경을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과밀하고 과열된 텐트 안에서 깨끗한 물이나 적절한 위생시설도 없이 여성들이 출산을 하고 신생아를 돌보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이곳에 2020년에도 왔었는데, 그때도 백나일 주 내 난민 캠프들은 사람들의 기본적 수요에 대응하는 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현재 분쟁이 다섯 달째로 접어들면서 백나일 주 내 10개 캠프에서 거주하고 있는 실향민과 난민의 수가 거의 5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상황은 이제 임계점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직업과 생계를 잃었는데 이보다 더 최악인 것은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보건증진가로서 제 역할은 보건 교육을 제공하며 사회적 측면에서 사람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특히나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역사회와 교류 면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제가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가 아이샤 ©MAZIN AL-HADI

백나일 주 난민 캠프 중 두 번째로 큰 알라가야(Alagaya) 캠프에서 카르툼 내 분쟁으로부터 피난한 여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죠. 그 중 막내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의사들은 아이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캠프 밖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함을 분명히 알 수 있었죠. 하지만 대개 다른 모친들도 그렇듯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가족과 다른 자식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당 여성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저는 몇 시간 동안 그녀에게 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지 설명했고 국경없는의사회가 교통비와 의약품 비용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실히 얘기해주었죠. 그래도 그녀는 다른 두 아이를 캠프에 두고 떠날 수 없어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자식들도 함께 데려갈 수 있게 하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그제서야 알겠다고 한 뒤 소지품을 챙기러 갔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가 돌아왔을 때 보니 아이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이 전부 아픈 상태였습니다. 왜 다른 두 명의 상태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냐고 묻자, 우리가 세 아이 모두에게 치료를 제공해주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세 아이 모두 병원으로 이송되도록 조치했습니다.

 

저 또한 국내 실향민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지역사회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있죠.  제가 겪었던 경험과 보건증진 활동가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란 때로 어려운 일이고요.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모두에게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엄청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 곳의 캠프에서 계속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수요는 여전히 막대하죠. 하지만 제 곁에 언제나 저를 지지해주는 든든한 팀이 있어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 8월 말, 수단 백나일 주 내 캠프에서 의료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