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세계 말라리아의 날’을 맞이하여, 국경없는의사회 열대의학 자문 니네스 리마(Nines Lima)가 아동들의 말라리아 발병 예방을 위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말라리아 사망률은 전 세계적으로 47%, 아프리카 지역에서 54% 감소했다고 합니다. 아르테미시닌 기반 병용요법(Aartemisinin-based Combination Therapies, ACTs)으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말라리아는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주요 사망 원인이 되고 있으며, 전 세계 말라리아 사망의 90%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해마다 아동 43만여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습니다.
말라리아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현장에서 가장 많이 치료하는 질환입니다. 2013년, 우리는 180만여 명의 말라리아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기생충과 싸우는 데 가장 취약한 5세 미만 아동과 임산부들이 최대한 신속하게 진단 및 치료를 받아 합병증을 예방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살충제와 함께 모기장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아동들의 말라리아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전략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니제르, 차드, 말리에서 생후 3개월~5세 아동 73만5000명에게 예방 치료제를 제공했습니다. 계절성 말라리아 화학예방요법(SMC)으로 알려진 이 전략은 사헬 국가들에서 사용하도록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방법입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말라리아 감염 대부분이 단 몇 개월 안에 나타나는데, 이렇게 말라리아가 급속히 퍼지는 기간 동안 이 전략을 사용하여 아동들에게 설파독신-피리메타민(SP), 아모다이아퀸(AQ)을 혼합하여 3일간, 월 1회 복용하도록 돕습니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이 전략이 경증 및 중중 말라리아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더 많은 아동들에게 이 전략을 실시할 수 있었고, 말리 북부처럼 치안 상황이 나쁘고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이를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말리 북부에서는 분쟁 분파들의 이해관계 틈바구니 속에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려는 주민들에게 적합한 치료법 고안하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연중 말라리아 감염이 나타나는데, 특히 약 4개월간 말라리아가 유행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중아공 북부 카보 지역에서 15세 미만의 모든 아동들에게 항말라리아 약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르테미시닌 기반 병용요법으로 만7000명의 아동들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카보 주민들이 매우 취약한 상황인데다 2013년부터 이어진 분쟁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주를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말라리아 유행 기간에 아동들을 보호해 줄 치료제를 모든 아동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는 아동들이 병으로 앓아 누웠을 때, 우리가 치료할 여건이 주어질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후 통계를 내보니, 경증 말라리아 환자 수도 줄었고, 카보 지역에서 중증 환자 혹은 말라리아 관련 입원 환자를 치료할 때 필요한 수혈도 줄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수년간 활동해 왔는데, 우리의 전략이 이러한 감소를 가져온 주요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 보건소 및 병원에서 말라리아 감염 환자 수가 감소한 데에는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앞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항말라리아 약을 활용한 또 다른 예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년에 3번,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따라 12개월 미만 아동들에게 설파독신-피리메타민(SP) 1정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또한 WHO에서 권고한 것으로, 민주콩고 정부도 이 방법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5세 미만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이 아동들에게 항말라리아 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에볼라 위기 속에서 말라리아 감염 줄이기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에볼라 확산은 그 영향 국가의 보건 체계를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그 곳에서 말라리아 예방 활동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고열, 어지럼증, 두통, 근골격통, 복통 등의 말라리아 증상은 에볼라 초기 증세와 비슷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유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손꼽히는 시에라리온의 경우,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에라리온 보건부와 협력하여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한 사례 중 최대 규모로 말라리아 약을 배급했습니다. 수도 프리타운 및 서부 5개 지역 주민들에게 총 180만 개의 약을 배급했습니다. 캠페인은 4일간 실시했고, 제공한 약은 알테수네이트 아모다퀸(artesunate amodiaquine)으로 말라리아 유행 시기에 말라리아 치료 및 예방에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말라리아 증상인 고열을 줄이게 되면서, 에볼라에 걸린 줄 알고 에볼라 치료센터를 찾아가는 사람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약을 배급해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전략을 사용하면, 의료 지원 수준이 각기 다른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보다 체계적으로 말라리아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기장 사용, 경증 및 중중 말라리아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등 기본적인 대응 활동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현재 활동하는 지역 너머에서도 말라리아 감염을 줄이는 데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향후에는 다른 전략들도 사용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