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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배에 오르는 난민들은 잘 압니다. 죽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2015.04.24

지중해 해상에서 구출된 난민들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칠리아에서 의료 및 심리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시칠리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총괄하는 치아라 몬탈도(Chiara Montaldo) 박사가 자세한 현장 상황에 대해 들려 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시칠리아 남부 해안에 위치한 포잘로라는 작은 관광도시에 있습니다. 최근 700명이 넘는 난민들이 이곳에 도착했죠. 화요일에 373명, 금요일에 300명, 일요일에 100명. 밤낮으로 일하던 우리 팀은 지쳐 있습니다. 포잘로에 있는 수용센터는 단 180명을 위해 마련된 곳이었습니다. 작은 고무 배, 나무 보트 등을 타고 바다를 건너온 사람도 있는데, 그 어느 것 하나 바다를 건너오기에 안전한 배들은 아니었습니다.

포잘로에 도착한 난민선의 모습 ⓒMSF

지난 일요일 밤 도착한 배는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에서 청년들을 태우고 터키를 출발했습니다. 그나마 나은 배 중에 하나였죠. 그래서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의 건강 상태도 더 나았습니다. 시리아인들은 돈을 조금 더 지불할 여력이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배를 타고 이동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이틀 전에 도착한 배는 상황이 전혀 달랐습니다. 나이지리아, 감비아, 말리, 에리트리아, 소말리아 출신 이주민들을 태우고 리비아를 출발해 왔고, 난민 대부분은 어린 아동들을 동반한 가족들이었습니다. 6~8개월 정도 리비아 구치소에서 머물러 있던 바람에 옴, 이 같은 피부 질환을 얻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문을 당하거나 분쟁의 피해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는 거의 무정부 상태라서 거리로 나가려면 총에 맞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에 오르는 난민들은 잘 압니다. 누군가는 죽을 것이고, 누군가는 살아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자신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는 있지만, 살던 곳이 너무 열악해 그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거죠.

리비아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사나흘이 걸립니다. 그래서 난민들은 몹시 배고픈 상태로 이곳에 도착합니다. 배에 마실 물은 있을 때가 많지만, 식량이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이 있었다고 해도, 이곳에 도착한 난민 중에는 탈수 상태인 사람들이 많고, 험난한 여정 때문에 완전히 지쳐 있습니다. 수백 명이 좁은 배 안에 빼곡히 타 있다 보니, 온몸에 통증이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난파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의 상태는 더 심각합니다. 신체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상태죠. 바닷물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고, 호흡기 질환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바다에 있는 동안 다른 이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심리적 외상도 많이 입습니다.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지중해를 건너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배를 탑니다. 조부모에서부터 어린 아이까지 온 가족이 바다를 건너기도 하죠. 지난주에는 영아 2명을 보았습니다. 한 명은 생후 8일이었고, 다른 한 명은 생후 4일된 아이였습니다. 둘 다 리비아에서 배가 출발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들이었습니다. 노년의 난민들은 당뇨, 고혈압과 같은 의료 문제들을 안고 옵니다. 그런가 하면 보호자 없이 홀로 오는 아이들도 점점 많이 눈에 띕니다. 대부분 13세 이상의 십대인데 부모님도 없이 홀홀 단신으로 바다를 건너는 것이지요.

난민들이 배에서 내리면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가서 인사를 건넵니다. 많은 난민들에게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친근하고 익숙한 사람들일 때가 많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한 남성은 가자에 있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국경없는의사회 로고를 알아보았다고 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온 어떤 여성은 카이로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번역가로 활동했다고도 했습니다.

도착한 난민들은 먼저 질병의 중증도를 확인하는 천막으로 갑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그 곳에서 결핵, 만성 질환 등의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난민들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합니다. 시칠리아 섬에 도착한 난민들이 처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대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입니다. “지금 여기가 어딘가요?”, “이제 어떻게 되나요?” 난민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죠.

연료 때문에 온몸에 화학적 화상을 입고 있었던 19세의 나이지리아 여성은 바닷물, 연료가 뒤섞인 선체에 몸이 온통 잠겨 있었습니다. 실수로 그 물을 마셔 목숨을 잃은 사람도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 여성은 몰랐습니다. 19세라니…… 그 어린 소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구출 활동만으로는 이 상황을 풀 수 없습니다. 유럽은 이제 문을 열고, 절박한 사람들이 이렇게 목숨을 걸지 않고도 합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