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의 성폭력 피해 규모와 그 영향이 극심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극심한 의료적, 법적, 사회경제적 필요에 대한 콩고민주공화국 당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성폭력 생존자의 증언 1]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여섯 명의 무장한 남자들을 마주쳤습니다. 남편과 아이가 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남자가 여섯 명이라 도망칠 수 없었고 아이들이 다칠까봐 저항할 수도 없었어요.
집에 도착한 뒤 남편은 이 일을 견딜 수 없다며 저와 아이들까지 내쫓았어요. 그 후 3개월 동안 친척집에서 머물며 잡동사니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레오니(Léonie, 가명)*, 40세 여성 / 콩고민주공화국 중부 카사이(Kasai)주
*모든 성폭력 생존자의 이름은 가명으로 대체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부터 카난가(Kananga) 주립 병원에서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의료적·심리적 지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 Candida Lobes/MSF
살라마빌라(Salamabila)는 콩고민주공화국 마니에마(Maniema)주에 위치한 인구 7만1000명의 도시이다. 이곳의 성폭력 발생 빈도는 매우 높다. 평균적으로 매달 120~150명의 성폭력 생존자가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는다. 3월에는 한달 간 221명이 진료를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몸과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사회적 낙인까지 겪는 생존자를 위해 혁신적인 분산화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18명의 성∙생식 보건 단원이 각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성폭력을 겪은 이들을 찾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인식 제고 활동에 더해, 보건 단원들은 성폭력을 당한 시점으로부터 72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 필수적인 응급 처치 또한 제공한다. 적절한 치료와 약 처방으로 성 매개 감염병 및 기타 질병을 예방하고, 원치 않는 임신도 방지할 수 있다.
조금 더 복잡한 의료적·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보건 단원들은 환자에게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살라마빌라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고한다.
“밭일을 하러 나갔다가 무장한 남성에 의해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많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다시 밭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을 잃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생존자의 신체적 상태만 살피는 것이 아닌 정신건강도 지원하는 전체론적 접근법이 중요합니다.”
잔느 무사간와 무아비타(Jeanne Musaganwa Mwavita) / 국경없는의사회 성생식보건 전문 간호사
살라마빌라 병원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에는 두 명의 심리치료사가 있다. 이들은 생존자에게 지원을 제공할뿐 아니라 생존자의 가족이 겪는 다양한 감정을 극복하는 과정도 지원한다.
[성폭력 생존자의 증언 2]
시골에 사는 연로한 부모님께 음식을 가져다 드리던 길에 다섯 명의 무장한 남자들과 마주쳤어요. 그중 두 명이 저를 성폭행했고, 이후 저를 길에 버려 두고 갔어요. 가지고 있던 돈도 모두 빼앗아 갔죠.
온 몸에 심한 통증이 와서 겨우 집으로 갈 수 있었어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더니 저를 내쫓았어요. 아이가 셋 있는데 모두 친척에게 맡기고 저는 만나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셋 다 많이 어려서 걱정돼요.
잔느(Jeanne, 가명) / 28세 여성 / 콩고민주공화국 중부 카사이주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보건소에서 치료받고 있다. © MSF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중에는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낭가 주립 병원 인근에서 전문 진료소를 운영하며 이러한 성폭력 생존자에게 심리 치료를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는 대부분 특정한 질병을 앓는 게 아니라 ‘온몸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 심리적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의학적 증상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겪습니다. 성폭행에 더해 피해자를 향한 사회적 거부 때문에 더욱 심한 트라우마를 겪기도 합니다.”
코르네유 칸간길라(Corneille Kangangila) / 카사이 주 카낭가(Kananga)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정신건강 담당자
[성폭력 생존자의 증언 3]
저는 앨버트 호수(Lake Albert) 인근 마을 출신입니다. 마을이 공격을 당해 이 보건소로 피신했죠. 공격 당시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성폭행을 당하고 며칠 후, 우리 마을의 보건 단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털어놨어요. 보건 단원이 저에게 국경없는의사회를 소개해줘서 약을 처방 받고 심리적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베르나데트(Bernadette) / 28세 여성 / 이투리(Ituri) 지역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MSF
“성폭행을 당한 경우 가장 먼저 병원을 찾아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정신건강 지원 또한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항상 경찰이나 주변 사람 모두에게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면 병원에서 치료 받을 것을 안내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회적·법적 지원을 먼저 찾는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 또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지만, 치료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마를레네 민비(Marlène Minbie)/ 국경없는의사회 카낭가 진료소의 콩고민주공화국 보건부 소속 의사
2020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과 정신건강 지원팀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전개하는 22개 프로젝트에 걸쳐 총 10,810명의 성폭력 생존자를 지원했다. 이 중 98%가 여성이었으며 62%가 성폭력을 당한 직후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았다. 전국의 성폭력 피해 규모와 영향을 고려했을 때, 콩고민주공화국 당국, 원조기관과 인도주의 단체는 성폭력을 '긴급 위기'로 간주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펼쳐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성폭력 생존자에게 가능한 한 의료적·심리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생존자의 건강, 보호, 법적 지원에 있어 더욱 강화된 대응이 필요하다. 콩고민주공화국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긴급 및 장기적 지원이 시급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가적으로, 또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대응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