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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정을 떠난 여성들"이 겪는 극심한 폭력 사태

2024.11.22


•    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하여 이주 경로에서 극심한 폭력과 고문을 당한 후 치료 받고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국경없는의사회 단편 애니메이션 “여정을 떠난 여성들(One and thousands)”을 소개한다.

•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주 경로를 따라 여성에 대한 극심한 폭력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그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사례는 성폭력이다.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에서 성폭력과 관련하여 744건의 진료 및 치료를 제공했다. 환자의 93%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었다.

•    국경없는의사회는 각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고 조기 및 시의적절한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공을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주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각국 정부의 대의적이고 인도적인 대처가 시급하다.

그들이 제게 말하더군요. ‘네가 임신했다고 안전할 거라 생각해? 아니, 나한텐 아니야’라고요. 보시다시피 저는 37주 차 임신부입니다.”

한 여성이 종합치료센터(Comprehensive Care Center, CAI) 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 말했다. 종합치료센터는 멕시코 시티에서 극심한 성폭력 및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이다.

 


멕시코 소재 종합치료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환자들과 함께 있는 모습. 2021년 11월. ©Yesika Ocampo/MSF
극심한 폭력에서 살아남아 회복 중인 그녀는 미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폭력을 당한 수천 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이주 경로에서는 출신이나 나이, 지위,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견디기 힘든 생활 환경을 피해 도망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이 일상처럼 발생하고 있다. 

종합치료센터에서 치료받은 여성들의 회복력과 강인함, 그리고 이들이 이주 경로에서 직면하는 폭력을 보여주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13명의 멕시코 예술인과 협업하여 단편 애니메이션 “여정을 떠난 여성들(One and thousands)”을 제작했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종합치료센터에서 치료받는 여성 환자 두 명의 이야기를 따라 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더 나은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수천 명의 여성에게는 일상적인 현실이 되어버린 납치나 갈취와 같은 폭력 사례들을 조명한다. 

혼자 또는 보호자로서 이주하는 라틴아메리카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러한 여성들이 단순히 미등록 이주민일 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출되는 위험을 강조한다.

현재 가족을 비롯해 모든 지원 체계에서 멀리 떨어져 이주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조치와 공감을 촉구합니다. 또한 점점 악화하는 여성들의 이주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_라몬 마르케스(Ramón Márquez) / CAI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더 많은 여성들에게 드리우는 폭력의 그림자 

2022년 이후 여성, 아동, 청소년과 함께 미국을 향해 이주하는 가족이 늘어났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 현장에서는 혼자 또는 미성년자와 이동하는 경우를 포함해 젊은 여성과 임신부, 수유 여성의 등록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주 인구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변화함에 따라 더 많은 여성들이 더욱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극심한 폭력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폭력은 성폭력이다. 2024년 1월-8월 사이에만 멕시코에서 성폭력 관련 진료가 744건이나 이루어졌으며, 환자의 93%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었다. 이에 대응하여 국경없는의사회는 구호 활동을 조정했다.

가령 포괄적인 의료지원 접근성이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종합치료센터를 구축하여 의학,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적 지원, 작업치료를 통합한 다학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성폭력 대응 강화: 국경없는의사회의 새로운 전략

폭력 및 성폭력이 야기한 이주 경로에서의 보건 위기 대응은 멕시코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핵심 활동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들과 미성년자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로 인해 이러한 지원 제공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이주 여정이 끊기는 위험을 피하고자 보안 또는 의료 당국에 접근하기를 꺼리거나 멕시코를 통과하는 동안 검문소에서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 제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주를 범죄화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생존자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 72시간 이내에 의료적 또는 심리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_라몬 마르케스

또한 이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동의 없이 강제로 옷을 벗도록 요구받거나 생식기를 포함해 폭력적인 몸수색을 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폭력 행위는 범죄 조직 구성원과 경찰에 의해 자주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 중에 성폭력을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이주민들은 주변 사람들이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가족과 아동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강제로 목격하기도 한다.

다행히 저는 수색을 당하지 않았지만, 제 여자 형제들이 그 짓을 당하면서 비명 지르는 걸 들었어요.”_멕시코 북동부 국경 도시 피에드라스 네그라스(Piedras Negras)에서 치료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환자

이를 비롯한  각종 어려움에 대응하고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전문 진료를 제공하거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강화하고,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환자를 지역 보건센터에 이송하기 위한 절차를 강화하는 등 환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특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의료서비스를 조정했다. 또한 성폭력과 의료적 및 법적 권리, 이용 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교육 및 인식 제고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모든 형태의 폭력은 피해자의 기억에 오랫동안 흔적을 남깁니다. 따라서 폭력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는 것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종합치료센터  팀은 극심한 폭력 및 고문 생존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고, 포괄적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에게도 정신적 지원을 제공하여 환자와 환자의 자녀들 모두 기능과 자신감, 자립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상당히 취약하고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 있어 끊임없는 어려움이 존재합니다”_라몬 마르케스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고 폭력 행위가 더욱 잔인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서비스와 정신건강, 사회적 지원, 보건증진 활동을 확대해야 했다. 

이번 단편 애니메이션 ‘여성을 떠난 여성들’을 통해 이주 여성들의 회복력과 힘, 강인함에 경의를 표하며 이들이 혼자 남겨져선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가 모든 형태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_라몬 마르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