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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휴전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

2025.03.06

카트린 글라츠 브루박(Katrin Glatz Brubakk)은 국경없는의사회 아동 심리치료사이자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다.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카트린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정신건강 상태와 지속적인 휴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답한다. 

 

2025년 2월 가자지구 데이르 알 발라에서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는 카트린과 심리상담사 사마르 이스마일 아부 메즈예드 ⓒMSF

2024년 8월~9월, 그리고 2025년 1월~2월에 가자지구를 두 번 방문했는데, 휴전이 발표되었을 당시 주민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어땠나요? 

휴전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마침내 숨을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5개월 넘게 생존 모드에 있던 주민들은 드디어 밤에 폭탄이 텐트에 떨어지지 않을까, 자녀가 빵이나 물을 가지러 나갔다가 살해당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삶이 어떤 형태로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휴전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녀는 언제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든 것이 파괴된 가자지구에서 정상적인 삶을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을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평화와 함께 찾아오는 슬픔”윽 목격했어요. 전쟁 중에는 생존에 대해서만 생각했다면, 휴전 이후에는 집과 평범한 삶, 가족(일부는 아직 잔해 속에 묻혀 있죠), 자녀 교육, 안정감, 번영,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함해 그들이 잃은 모든 것을 떠올리며 슬퍼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폭탄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여전히 걱정할 게 많았습니다. 

주민들은 휴전이 지속되는 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동료 중 한 명은 “그들이 우리를 죽이지 않는 한, 얼마나 많은 것이 파괴되었는지와 우리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휴전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다시 학교에 다니는 것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휴전이 지속되지 않으면 이러한 희망은 사라질 것이며, 가자지구 주민들은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나세르 병원(Nasser Hospital)과 데이르 알 발라(Deir-al -Balah) 소재 모듈형 야전병원에서 근무하셨는데, 그곳에서 치료한 환자들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가자지구 아동과 성인 모두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1년 넘게 삶에 대해 걱정하며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성인과 아동한테서 우울증 증상이 보입니다. 머리카락을 뽑거나, 손톱을 물어뜯거나, 항상 안절부절못하거나,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사회에서 완전히 위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만난 어떤 아이는 엄마가 “코알라”라고 부르는데, 항상 엄마한테 달라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곱슬머리에 호기심 많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세 살짜리 소녀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아이는 무서워하며 뒤로 물러나서 엄마한테 더욱 꼭 달라붙습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가족과 살았는데, 처음에 폭격으로 부상을 입었어요. 그러다가 식량이 부족해졌고, 아직 태어난 지 1년 2개월밖에 안 된 여동생이 굶어 죽었습니다. 그 이후로 쉬지 않고 엄마한테 매달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고 있을 때도, 깨어 있을 때도, 심지어 무엇인가 궁금할 때도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항상 가까이 붙어 있으려고 합니다. 이것이 전쟁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삶이 극도로 불확실하고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은 내내 겁에 질려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고 배우고 탐험하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지내야 하는데, 이들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발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앞으로 수년간 아이들한테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휴전이 지속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휴전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아이들은 다시 한번 극심한 생존 모드에 갇혀 매 순간을 살아남기 위해서만 살게 될 것입니다. 휴전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미래를 빼앗기고 있고, 전쟁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습니다. 매일 누군가 살해당하는 두려움, 자녀들을 보호해야 하는 두려움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가자지구 내 휴전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불확실성과 두려움, 트라우마가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