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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편지: “돋보기로 확대해서 본 삶과 죽음”

2012.11.19

호주 출신 간호사 브렛 아담슨(Brett Adamson)은 아프가니스탄 쿤두즈(Kunduz)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6개월간의 활동을 마쳤다. 이 병원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응급 수술을 제공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쿤두즈(Kunduz)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저를 포함하여 해외에서 온 19명의 해외스태프는 150여명의 현지 직원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서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전문 외과 병원은 응급실, 수술실, 남녀 별도의 수술 병동과 중환자실이 있으며 엑스레이 시설, 인공 호흡기, 심장 모니터링 시스템, 약물 주입기, 흡인기와 산소 공급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중환자실에는 총4대의 인공호흡기가 있고 폭탄 폭발로 부상을 입은 환자, 총상 환자, 두부 손상 환자 등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모두를 치료합니다. 나무를 베다가 이웃에게 총을 맞은 이들, 아무런 이유 없이 총을 맞은 아이들, 빵을 사러 가다 폭탄이 터져서 부상을 입은 사람들, 수류탄에 온 가족이 피해를 입는 사람들 모두를 치료합니다. 또한, 가정 폭력 피해자들과 화상 입은 아이들, 교통사고 환자들도 많이 치료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발생할 때도 가끔 있습니다. 교통사고 부상자 10명, 폭탄 폭발로 인한 부상자 15명, 총상 환자 50명이 한꺼번에 병원으로 올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 팀 전체가 밤이 늦도록 활동을 합니다.

오늘 아동 환자 1명이 사망했습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빠르게 달리던 오토바이에 부딪힌 소년은 두개골이 파손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회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흡기를 연결해두었습니다. 이는 치료할 시간, 가족들이 기도 하는 시간, 그리고 우리에게도 희망을 가지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회복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숨을 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인공 호흡기를 끄고 입에서 튜브를 뺐을 때 소년의 가족도 곁에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살아날 확률이 아주 희박하다고 가족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년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은 뇌 기능이 대부분 손상됐을 정도로 두뇌에 출혈이나 붓기가 심해진 것을 뜻합니다.

소년은 기계 도움 없이는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소년이 누운 병상 곁에는 담당 의료진 외에도 근무 시간이 지나고도 곁을 지킨 또 다른 간호사 등 모두 죽어가는 아이를 위해서 뭐든 하려고 했습니다. 아이가 숨을 헐떡이면 약물을 주입해 고통을 덜어주었고, 가족들은 아이의 손을 잡아 주었으며 간호사는 얼굴을 닦아 주었습니다.

저는 소년을 통해 삶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느꼈습니다.  소년이 숨을 헐떡일 때마다 안정시켰는데 그럴 때 마다 소년의 심장은 멈춰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소년은 그렇게 모두의 곁을 떠나갔고 소년의 형은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소년을 데려가고 싶어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우리가 아이를 살리려고 노력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으며 아이를 담요에 싸 낡은 화물차에 태워 산속에 있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병상과 장비를 깨끗이 한 뒤 다른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새 시트로 병상을 정리한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환자가 그 자리에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