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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걸로도 부족해요: 극단적 폭력을 지속하는 남수단 종글레이주(Jonglei) 유혈사태

2012.01.24

남수단종글레이(Jonglei)주피보 지역에서 MSF 소속 의사가 아이를 진찰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공격을 피해 숨어든 피보 지역 사람들이 문을 다시 연 MSF 시설로 시급히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기 위해 계속 찾아오고 있다. South Sudan 2012 © Heather Whelan/MSF
2012년 1월 24일, 주바(Juba)—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종글레이(Jonglei)주에서 일어난 부족간 분쟁의 피해를 민간인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으며, 분쟁의 당사자들은 민간인들이 가진 자원을 파괴할 뿐 아니라 이들의 생존에 직결된 병원이나 수도 공급시설까지도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오늘 전했다.

피보(Pibor) 마을과 마을 주위 촌락에 대한 공격이 발발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다친 사람들이 피보 마을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풀 속에서 상처를 입었다. 이 수풀림에는 여전히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수 천명의 사람들이 숨어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또한 공격의 목표 중 하나였다.

북 종글레이주 전역에 걸쳐 공격과 보복이 서로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이 지역 민간인들이 집을 떠나 도망쳐야 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데 대한 공포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책임자 호세 헐센벡(Jose Hulsenbek)

종글레이에서 매번 발생하는 공격은 극단적인 폭력이다. 피보 지역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의 치료를 받았던 총상을 입은 한 여성은 남편과 아이를 비롯한 15명의 가족들과 함께 수풀로 도망쳤다고 한다. 11시간을 달려서 도망치다 마주친 무장세력 한 무리는 가족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어요. 저는 아기를 업고 허벅지에 총을 맞았어요. 키가 큰 수풀 속에 숨으려고 했는데 아기가 우는 바람에 발각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 딸이 조용해 질 때까지 때렸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떴어요.” 그녀의 아들 역시 가슴에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콜렛 가덴(Colette Gadenne) 남수단 운영 코디네이터는 “공격 이후 많은 여성들과 아이들이 총상 혹은 자상을 입거나 구타를 당해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수풀 속에 숨으려 했지만, 도망치는 걸로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부족간 폭력에 연루된 모든 무장세력은 민간인들과 그들이 가진 빈약한 자원을 의도적으로 목표로 삼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점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병원, 보건소, 수자원이 모두 공격대상이며, 이는 생존의 필수품이 가장 필요한 때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피보 마을 북쪽의 레퀑골레(Lekwongole) 촌락은 공격을 당한 뒤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1월 18일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진료를 개시했지만 그곳에 남은 것이라고는 콘크리트 바닥과 담장뿐이었다.

 “사람들은 낮에는 먹을 것을 찾거나 진료를 받으러 숨어있는 곳을 빠져나갈 생각도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밤이 되면 말라리아에 걸리거나 호흡기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다시 수풀 속 은신처로 돌아간답니다” 카렐 얀센스(Karel Janssens)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의 말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현재 중증의 상처감염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환자 중 몇몇은 상처를 몇 주나 방치한 경우도 있다. 1월 7일 피보에서 응급의료활동을 재개한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47명의 총상환자를 치료하였는데, 그 중에 16명은 여성이었고 8명은 아이였다. 자상, 구타, 수풀 속에서 도망치면서 생긴 상처 입은 환자 43명도 보았다. 1월 7일 이후 피보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진찰한 환자 중 약 절반은 말라리아 환자였다. 수풀에서 잠을 자면 말라리아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건 공격에 대한 공포 때문이건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민간인들의 건강 문제를 특히 염려하고 있다. 이들은 보호막도 거의 없다시피 한 수풀 속에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숨어 지냈던 것이다. 이들이 돌아왔을 때 집이 있던 자리에 잿더미만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았다.

피보 공세 뒤, 국경없는의사회는 경비원 앨런 룸차(Allan Rumchar)와 그의 아내가 살해당한 것을 알았다. 현지채용 국경없는의사회 인원 156명 중 25명의 행방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의 안위를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다.

폭력은 피보 지역에만 벌어난 일이 아니다. 북부 종글레이주 웩(Wek) 촌락에 대한 1월 11일 공세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13명의 환자를 항공편으로 후송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나시르(Nasir)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지난 2011년 8월에서 피에리(Pieri) 마을과 그 주변 촌락에 대한 공격이 있었고, 그 와중에 수 십 명의 주민들이 살해당했다. 지난 6개월간 185명의 중상자들이 랑키엔(Lankien)와 피에리, 유아이(Yuai)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으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2009년 발간된 보고서 “현실 마주하기: 남수단 폭력 사태 악화에 따른 보건 위기 심화”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종족간 폭력이 종글레이와 북부나일(Upper Nile) 주에서 악화되고 있고 민간인 피해도 심각해져 가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9년 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환자 392명을 치료했고, 86,000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6개월간 MSF는 종글레이 주 폭력사태로 인한 환자 250명 이상을 진료하였으며, 그 절반 이상은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3년 이래로 남수단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8개 주에서 십여 개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종글레이 주에서 독자적인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수단 보건국의 의료시설 6곳을 지원하고 있다. 약 285,000명을 대상으로 기초 진료, 영양실조 치료식 공급, 흑열병과 결핵 치료 등을 수행하고 있다. 2011년 종족간 분쟁의 와중에 레퀑골레, 피보, 피에리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이 공격목표가 되어 파괴되거나 약탈당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비무장 민간인과 의료자원을 공격하는 모든 무장 세력을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