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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쓰레기와 폭력, 그리고 희망의 사이에서

2013.02.26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Nairobi)의 키베라(Kibera) 빈민가에서 의료 담당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켈리 카발라(Kelly Khabala)는 키베라에서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과 앞으로의 과제들, 그리고 희망적인 미래에 대해서 전한다.

 

제가 키베라에 처음으로 왔을 때 저는 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키베라에는 현재 25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면적이 5km2 밖에 되지 않는 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같은 면적당 서울의 인구 수는 약 82,830명). 이들은 진흙이나 철판으로 만들어진 아주 좁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먼지와 매연, 악취, 하수, 쓰레기 그리고 물 부족은 흔한 일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이들의 일상 생활을 힘들게 합니다. 화장실이 충분히 많지 않은데, 심지어 사용하려면 5실링을 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이 돈을 내지 못해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이를 빈민가의 좁은 길가에 내다 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일반 질병을 치료하도록 훈련 받은 임상의로, 2004년부터 키베라의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의료 담당관(Clinical Officer)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HIV/에이즈 및 결핵 환자를 돌보는 일과 환자 이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1년 의대를 졸업할 당시 저는 가능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큰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했었는데 2004년 마침내 국경없는의사회의 키베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HIV 양성 환자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혔고, 대부분은 에이즈 말기에 다다라 죽어가고 있을 때에야 병원으로 왔습니다. 이 환자들은 종종 전통 요법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뒤늦게 받는 바람에 카포시 육종(Kaposi's sarcoma, 암의 한 형태로서 흔히 HIV/에이즈와 관련 있음) 혹은 크립토코쿠스 수막염(cryptococcal meningitis), 중증 영양실조, 폐외결핵(extrapulmonary tuberculosis) 등의 심각한 공존이환(co-morbidity, 한 환자가 두 만성 질환을 동시에 앓는 상태)에 시달려야 하기도 했습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ARVs)와 동시감염(coinfection)에 대한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단체는 국경없는의사회 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HIV/에이즈에 대한 당국의 본격적인 대응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었고, 민간 병원에서도 과도한 치료비를 요구했었습니다.

그 후로 2년 동안, 더욱 많은 수의 HIV/에이즈 환자들이 결핵도 함께 앓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는데, 이는 사실 거리상의 문제와 종종 치료가 불충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고의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결핵치료를 우리 프로그램에 통합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결핵치료는 진찰뿐 아니라 검사, 약물치료, 가족계획, 사회심리적 상담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일

키베라에서 살아가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 곳의 많은 십대들은 나이로비 대중 교통 수단으로 이용되는 미니버스인 마타투(matatus)의 암표를 팔며 시간을 보냅니다. 다른 이들은 절도, 강도, 매춘에 연루되어 있고, 알코올과 약물 남용은 흔한 일입니다. 강도질을 하다가 잡히는 십대 아이들은 종종 군중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최근 강도 혐의로 기소된 다섯 명의 청년들이 군중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 후 그대로 방치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려 시도했지만, 군중들이 매우 예민한 상황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200여 명의 군중과 경찰이 이 청년들을 치료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은 우리가 이 청년들을 구하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부상자들에게 다가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응급 치료를 마친 후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나중에 청년 중 한 명은 감사를 표하며 그들 조직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는 키베라 주민들이 우리의 활동을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긴급하게 이 곳 사람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을 때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키베라에서 우리를 받아들이는 일은 앞으로 다가오는 선거철에 특히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2008년 케냐는 선거 후에 폭동과 폭력사태를 경험했고, 당시 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키베라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어떤 종족들은 다른 종족들에 의해 빈민가에서 쫓겨났습니다. 다른 보건 시설들이 모두 문을 닫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아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환자들에게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난민들을 위해 구호물자를 배분하고 여러 빈민가 외곽에 임시 의료소 한 곳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독립성과 공평성 그리고 활동에 대한 집단의 수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해집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도움을 받는 이들의 필요에 맞춰 그 활동을 조정하는데, 저는 이런 점을 무척이나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성공적인 아이디어 - 무상의료지원 통합모델

국경없는의사회는 키베라의 HIV/에이즈 치료에 있어 성공적인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 빈민가의 일반적인 의료 지원 부족은 커다란 도전이었습니다. 한 예로, 한 아버지는 HIV/에이즈에 대한 무상 치료를 국경없는의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었지만, HIV 음성인 그의 딸은 단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폐렴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기본 의료 서비스, 만성 질환 치료, 성폭력 피해 환자 치료를 모두 포함하는 무상 의료지원 통합모델을 개발했습니다. 키베라의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은 케냐에서 이와 같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패키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의료지원서비스를 찾아 다른 나이로비 인근 지역, 그리고 심지어는 케냐의 다른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오곤 합니다. 이는 양질의 의료 지원을 유지하려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입니다. 우리는 현재 환자의 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케냐 보건부에서도 인력과 장비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방법은 진화고 있으나 우리의 목표는 항상 하나입니다. 바로 키베라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계속해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