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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다다브 난민 캠프 인도적 위기 심화로 영양실조 아동 치솟아

2023.02.01

 

다가할리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소말리아 출신의 가족 ©MSF/Lucy Makori

케냐 다다브(Dadaab) 난민 캠프가 날로 악화하는 인도적 상황에 처한 가운데, 다다브 캠프를 이루는 세 곳 중 하나인 다가할리(Dagahaley) 캠프에서 중증 영양실조로 입원하는 아동이 급증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다가할리 캠프의 국경없는의사회 소아 병동 및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영양실조 환자 수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12,007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는데, 환자 대부분이 아동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다가할리 캠프 내 아동의 포괄적 급성 영양실조율(GAM)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12월 실시한 뮤악* 검사 결과 아동 종합 급성 영양실조율이 무려 8%에 달했는데, 동년 7월 대비 45%나 급증한 수치다. *뮤악(MUAC, mid-upper arm circumference): 위팔 둘레를 측정해 영양실조를 진단하는 방법

다가할리 캠프에 설치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아동들 ©MSF

이처럼 다가할리 캠프의 인도적 상황이 악화하고, 의료서비스 역량이 한계에 다다른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지난 10월 말에 시작된 콜레라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난민 캠프뿐 아니라 가리사(Garissa)와 와지르(Wajir) 지역사회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북동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장기화된 내전으로 계속해서 피난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은 식량 및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지원금이 줄어들면서 인도적 대응에 차질이 생겨 식수위생, 영양, 보건의료 및 보호 등의 인도적 서비스 제공에도 큰 공백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올해 3~5월 우기에도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6년째 이어져 아프리카 북동부 인도적 위기의 규모와 정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사회의 지원금까지 삭감될 것으로 예상되어 필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인도주의 구호 단체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수용 지역사회 및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하여 종합 의료서비스에 더해 긴급 지원까지 제공하기 위해 다가할리 캠프에서 활동을 확대했다. 현재까지 진료소 2곳과 화장실 50개, 물탱크 2개를 설치했으며, 캠프 외곽에 새로 유입된  800여 가정에 비닐 시트와 바닥 매트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 외곽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인 난민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다다브의 인도적 위기가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지원이 절실하다.

다가할리 캠프 내에서 물이 든 통을 굴려서 옮기는 중인 난민들  ©MSF/Lucy Makori

국경없는의사회는 급증하는 필요에 대응하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신속히 재정 지원이 확대되길 촉구한다. 앞서 유엔난민기구(UNHCR)도 2018년에 폐쇄된 이포2(IFO 2) 캠프를 재개방하는데 필요한 재원 마련에 동참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한 바 있다. 이는 건기에 더 많은 난민이 다다브 캠프로 몰릴 것을 예상해 약 8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포2 캠프를 열어 과밀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만약 신규 난민 유입 대응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늘날의 인도적 위기는 손쓸 수 없는 재난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다다브 캠프 난민은 30년에 걸친 위기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난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이란 개념은 특히 2022년 개정된 케냐 난민법 등 케냐 법적 틀 전반에 통합되어 있지만 다다브 캠프에 실질적으로 적용되진 않고 있다. 캠프 내 급증하는 필요에 대응하는 것만큼 난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실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재 다다브 캠프는 233,000여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2022년 7월 통계에 따르면 대다수가 30년 넘게 다다브 캠프에 장기 체류 중이고, 미등록 난민은 80,000여 명에 달한다. 또 2022년 한 해에만 50,000명이 넘는 미등록 난민이 다다브 캠프에 신규 유입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다브 캠프 설치 초기부터 현재까지 캠프 안팎에서 30년간 난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다가할리 캠프에 집중되어 있는데, 두 곳의 보건지소와 92병상 규모의 병원을 통해 난민과 수용 지역사회 주민에게 1, 2차 의료서비스 등 종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산과 수술, 성·젠더 폭력 생존자를 위한 의료적·심리적 지원, 정신건강 지원, 자가 인슐린 치료 및 완화 치료 등 성·생식 보건 서비스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