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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시리아에서의 조산원

2013.04.26

최근 국경없는의사회 현장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조산사 캐시 젠센스 (Cathy Janssens)가 시리아에서의 산모보건활동에 대해 설명한다.

조산사 캐시 젠센스가 시리아 북부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한 산모의 자연분만을 돕고있다. (2013년 2월 2일)

저는 시리아 내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에 모자보건 프로그램을 수립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당시, 병원에는 여성 의료진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곳에서 막중한 책임과 함께 많은 업무량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임산부를 위한 산모보건활동이 막 시작된 상태라 아직 장비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저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병상이 딸린 방 한 칸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분만대를 신속히 제공할 것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걸리므로 첫째 주에는 주어진 장비로만 진료를 해야 했습니다.

물론 분만대가 없다고 임산부들이 출산일을 늦출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병원 앞까지 와 있는 임산부를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분만의 경우 장비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합병증세가 동반되면 특수의료장비가 정말 절실해집니다.

보온팩 대신 IV수액 팩

첫 주에는 주어진 장비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사람의 적응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봉착하게 된 가장 큰 문제는 조산아에 대한 특수장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 안은 매우 추웠는데, 체온이 많이 떨어지는 아이를 따뜻하게 만드는 피부 접촉법 (엄마의 가슴으로 아기를 끌어 안는 등의 방법)은 시리아에서 사용되지 않으며, 엄마들도 오히려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신생아 보온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 IV수액 팩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작은 보온팩처럼 사용했습니다.

우리는 임신하지 않은 수 많은 여성도 치료하게 될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 의사가 왔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수 많은 여성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분쟁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여성들은 필요한 치료를 받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었고, 이 지역에서는 우리 병원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들에게 저는 조산사 그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이 상담 차 방문하여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 비록 분쟁 중이라도 그들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환자의 사생활 보장

출산에 필요한 장비가 도착하고 나서 우리는 진료실을 병원 다른 쪽 끝 편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응급실을 가까이에 두고 진료를 해야 했는데, 여성들의 사생활이 거의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응급실에는 수 많은 남성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불편해했습니다. 진료실을 옮기자마자 사생활 문제는 사라졌고 응급실에도 더 넓은 공간이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여성전용 병동 운영을 시작하고 나서 여성들의 부끄러움이 사라졌고, 환자와의 상담 또한 급속히 개선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여성들이 부르카를 완전히 두르고 병원에 나타났었다면, 점차 상담실에 도착해 앉자마자 둘렀던 부르카를 벗고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와의 상담 시간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이는 시리아로 다시 돌아가 또 다른 역할을 하고 싶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4시간 대기

24시간 대기 근무는 매우 고되었습니다. 종종 여성들이 밤에 출산하는 경우가 있어서, 낮에 하루 종일 근무하고 나서도 밤 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주로 낮 시간을 진료에 할애했고, 자주 호출되어 출산을 도왔습니다. 저를 돕는 두 명의 시리아인 출산 보조가 있었지만, 분만에 필요한 특수 기술은 물론, 의료 훈련을 받은 적이 없어 이들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했습니다. 이들 홀로 상담을 하거나 조산하지 않도록 모든 진료에 참여해야 했고, 동시에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면 매번 달려가야 했습니다.

이처럼 업무량이 많고 극도로 피곤했지만 다른 곳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저를 두 팔로 감싸고 안으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할 때면 정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리아로 돌아가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이 보람있는 프로젝트를 또 진행하고 싶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 밖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