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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부를 직접 목격하고 돌아온 토마스 로방 인터뷰 - 끝이 보이지 않는 피난의 길, 무너진 삶

2013.12.20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었다는 것은 확연하며 피난민들의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무 것도 없이 옷가지만 짊어지고 피난에 나서야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 흙바닥 위에 양철판으로 지은 양계장에서 화장실도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로방(Thomas Lauvin)은 시리아 알레포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수술실, 산모병동, 응급실, 외래병동을 갖춘 병원에서 활동한 후 최근 귀국했다. 그곳에서 로방은 시리아 의사들과 현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조정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외래 진료소를
의대생이 운영하고 있다(2013년 10월).

▲알레포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 수술실(2013년 4월).

동부 알레포 지역 보건 체계는 잘 운영되고 있나요?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었다는 것은 확연합니다. 3~4개월 전 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상황이 아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필요한 것이 초음파 기계나 스캐너 같은 특수 장비뿐이라고들 했고, 5월 말 다마스쿠스로부터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었어도 일시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물품이 뭐냐고 물어보면 기초의약품이나 장갑, 압박붕대 같은 기본적인 것도 없다고 합니다.

저는 알레포 지역에서 지역 병원이 있는 알-밥(Al Bab) 시와 만비즈(Manbij) 시를 정기적으로 방문했습니다. 알-밥 병원은 220병상을 갖춘 지역 병원이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으로 10월에 재개한 투석 치료와 소아과 진료를 제외하면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병원에 남아 있지만, 의료용품과 의약품이 부족한 나머지 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병원에 의약품과 의료용품, 발전기용 연료 구입비 등을 지원했고, 겨울에 대비해 난방시설을 설치했습니다. 그 결과 소아과 진료를 일 년 만에 재개해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비즈 지역 병원은 250병상 규모인데, 물품이 부족한 와중에도 응급실, 외래병동, 소아과병동은 어느 정도 운영되는 편입니다. 10월 초 폭탄이 안마당에 떨어져 창문이 전부 깨지는 등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도 부상자나 사망자는 없었으며 의료 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가기는 하지만 병원에 약이나 의료용품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아서 필요한 약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비즈 병원에 약품을 기증했습니다.

이 지역병원들이 제 기능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활동을 확대하고 국제 의료팀을 파견해야 합니다. 이 병원들의 규모를 고려하면 매우 큰 활동이 될 테지만, 불행히도 현재의 치안 상황에서는 시행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지 의료진의 상황은 어떤가요?

상당수의 의사와 간호사가 시리아를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남아서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급여는 정부가 지불하지만 급여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정부군 점령 지역으로 직접 가야 합니다. 반군 점령 지역에서 나오는 길은 한 곳만 승인이 되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저격수들이 배치되어 있어요. 즉, 의료진은 매달 목숨을 걸고 급여를 수령하기 위해 이 길을 오가는 겁니다. 의사의 월급은 환율에 따라 10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를 오가는데, 이 정도 월급마저도 이들에게는 매우 긴요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사와 의료기관에 어떤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2가지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부상자 치료와 관계가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알레포 지역 남동쪽 알-사피라(Al Safira) 지구에서 약 30명의 현지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료인이거나 작년에 치료법을 배운 사람들로, 의사의 지도 아래 전선 근처 2차 진료소에서 부상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진료소는 부상자를 빠르게 후송할 수 있도록 전선에 가깝게 위치하되 직접 전투에 노출되지는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지만,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운영이 가능한 곳에 진료소를 세우고 이동할 필요가 있으면 이동하는 식이죠. 실제로, 알-사피라에서 폭격 표적이 됐을 때 진료소를 옮겼다가, 군대가 도시를 점령하자 다시 철수해서 24시간 안에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다시 진료소를 세운 적도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훈련과 자문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약품과 의료 용품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앰뷸런스용 연료를 구입할 자금이 없다면 비용을 지원하기도 하고,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이송해 온 환자를 치료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또 다른 지원은 간접적인 분쟁 피해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건소에 의약품을 기부해서 보건소가 진료를 하고, 당뇨, 간질,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관리를 비롯해 아이들에게 치료를 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알-밥 시과 만비즈 시에 소재한 여러 보건소에서 피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의약품을 지원합니다.

만비즈 시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젊은 자원봉사자 팀이 6월에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우리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렸습니다. 국가 예방 접종 프로그램에서 규정된 백신을 공급하고, 농촌 오지 지역의 아이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차량 연료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피난민이 많나요? 그들이 처한 상황은 어떻습니까?

알레포 지역 동부에서 피난민들의 상황은 매우 걱정스러운 실정입니다. 9월 말에 이 지역은 피난민 수용 한계를 초과했습니다. 만비즈 지역에만 2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유입되어 인구가 이전보다 두 배로 늘었습니다. 

알레포 알-사피라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텐트를 공급했다(2013년 10월).

10월 말에는 약 1만 5000에서 2만 가구가 대규모 폭격을 받는 알-사피라 지구를 빠져 나왔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전투를 피해 알-사피라 남부로 온 피난민들이었는데, 알-사피라도 폭격을 당하자 다시 피난길에 오른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아무 것도 없이 옷가지만 짊어지고 피난에 나서야 했습니다. 공격 위험이 높은 마을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해 북쪽 농촌 지역으로 도망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지금 흙 바닥 위에 골이 진 양철판으로 지은 양계장에서 화장실도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25가구가 이런 건물에 살고 있고, 위생 상태는 끔찍할 정도입니다. 다른 피난민들은 공사가 끝나지 않은 건물, 문이나 창문이 없는 아파트 등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많게는 10가구가 한 아파트를 같이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난민들은 들판에서 천이나 마 따위로 만든 임시 보호막이나 운이 좋은 경우 텐트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와 소수의 다른 인도주의 단체들은 텐트, 담요, 물통, 위생 키트 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군 점령 지역에는 기존 인도주의 단체들이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에 비해 지원이 매우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