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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지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3.12.26

12월 5일 밤, 치열한 전투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Bangui)를 뒤흔들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방기의 코뮤나테르 병원을 찾아 긴급 지원을 제공하고 수백 명의 부상자를 치료했다. 16명의 의료진은 응급실, 수술 병동, 입원 병동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활동에 참여했던 의사 사빈 로크포트(Sabine Roquefort)가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저는 11월 15일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고 방기에는 총성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전체의 긴급 구호 활동을 총괄했고, 일주일 후 우리는 숙소에서도 가깝고 도시 중앙에 위치한 코뮤나테르 병원에 수술팀을 파견했습니다.

병원 환경 개선이 가장 시급했습니다. 수술실은 비가 새는 데다가 페인트는 다 벗겨졌고 천장에는 버섯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수술실 중 한 곳을 먼저 복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후 의약품과 의료 물품이 국제 운송으로 배달되었고, 외과 의사, 마취 전문 간호사, 수술실 간호사로 구성된 외과 수술팀도 매우 신속하게 도착했습니다. 11월 30일 토요일, 우리는 부상자를 받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6개월 된 아기가 마체테 칼로 살해당했습니다.”

12월 2일, 방기에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유목민 풀라니족(Fulani)의 캠프, 보우알리(Bouali)가 공격을 받았습니다. 자경단(반(反)발라카 세력)이 이들을 공격했다고 했습니다. 부상자들은 수풀을 헤치고 빠져 나와 중앙도로를 따라 차를 얻어타 가면서 병원까지 왔습니다. 한 여성은 6개월된 아기가 마체테 칼에 살해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도 머리에 베인 상처가 여러 개 있었고 그녀의 다른 아이 한 명도 부상을 입었습니다. 우리는 그 아이를 포함한 여러 명을 수술했습니다.

방기의 경우 12월 5일 새벽 5시경에 전투가 시작되었고 하루 종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이날 하루만 코뮤나테르 병원에 120명의 환자가 찾아왔습니다. 8명은 이송 도중 사망했습니다. 부상자 중에는 응급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흉부 및 복부 부상 환자들이 대표적인데 먼저 개복 후 환자의 몸 속에 총알이 박혀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진단 개복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 시간에서 네 시간까지 걸리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관절이나 뼈에 총알이 박힌 개방골절이었습니다. 저는 양쪽 무릎에 총상을 입은 한 할머니를 치료했습니다. 그녀는 남은 평생 그 후유증에 시달릴 것입니다.

무장괴한들이 병원을 드나들었고 상황은 매우 긴박했습니다. 위협과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통금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는 너무 위험해 병원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밤에 환자들이 살해 당하지는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다행히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우리는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부상자 분류를 마치고 치료 등록을 하러 가는 피난민

“이처럼 조직적이며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불구로 만들고
부상을 입히고, 죽이는 상황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병원 밖에서는 총성이 계속 들렸습니다. 도시 내에서 이동할 때에도 아주 조심해야만 했습니다. 거리에는 시체들만 있을 뿐,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아 마치 도시 전체가 텅 빈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은 도시를 빠져나갔거나 집에 숨어 있었습니다.

12월 8일,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공항 인근에서 전투가 벌어지면서 새롭게 부상자들이 밀려들었습니다. 앰뷸런스로 환자들이 단체로 이송되어서 환자 수용은 조금 더 쉬워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미한 부상을 입었지만, 환자 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부상자에 무장괴한, 가족들, 직원들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이 밀려들고 섞이면서 스트레스가 엄청났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극도로 폭력적인 환경에서 활동하는 데에 익숙하지만 이처럼 조직적이며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불구로 만들고, 부상을 입히고, 죽이는 상황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20명의 무장괴한이 집에 들이닥쳐 모든 것을 약탈했습니다. 30세 가량 된 아들은 양쪽 팔에 마체테 칼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가족은 집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공항으로 도망쳤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가슴까지 오는 강물을 건너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양쪽 팔에 개방골절상을 입은 이 아들은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참여했는데, 전에 활동했던 다른 분쟁 상황들과 비교해보더라도 너무도 심각한 이곳의 폭력과 고통은 저에게 가장 충격적입니다.

우리는 12월 5일에 보상고아(Bossangoa)에 있었던 기자들을 만났는데 매우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기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보상고아에서 목격한 상황, 예를 들어서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무방비 상태로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정신을 빼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극도의 폭력에 피해를 입은 도시는 방기만이 아닙니다. 나라 전체가 폭력에 휘말려 있습니다. 벌써 몇 개월째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목격자 증언을 취합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학살’이나 ‘기독교인 대 무슬림’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