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2일
국경없는의사회 네덜란드 사무총장 아르한 헤헨캄프(Arjan Hehenkamp)
4주 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상고아(Bossangoa)의 한 카톨릭 전교에는 3만 명의 사람들이 대피해 있었다. 그들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불안에 떨고 있었다. 한 순간, 피난민들이 일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찬송가는 신의 가호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이 뭉클한 장면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나약함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이 나라의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악화될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들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증가하는 폭력과 혼란은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 10명 중 1명이 강제이주를 당하였으며 잔인한 학살이 이어지고 종교 갈등으로 인한 증오, 두려움, 그리고 복수심이 불타는 이 상황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공공 서비스마저 제공되지 않고 전염병이 만연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르완다 대량 학살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군사적 개입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인도주의 이념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경험에 비춰 볼 때 보통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우리는 군사적 개입에 대한 촉구 입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미 언급한 이유 외에도 UN을 포함한 다른 국제기구들이 수도 방기(Bangui)로 피신하는 상황 속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 속으로 우리들은 각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자체적인 역량을 두고 전 지역의 국민들을 지원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유혈 사태가 더해진다면 인도주의적 상황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irstalina Geogieva) EU 구호 담당 집행위원과 발레리 아모스(Valérie Amos) 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장(OCHA), 그리고 프랑스군의 정치적 용기와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프랑스군이 방기에 도착해 속속 주둔하는 동안 국제 현장활동가와 현지 스태프들은 희망을 남겨둔 채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최고의 군사력이라도 사태의 진정을 도모하려면 명확하고 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군사적인 힘이라는 것은 수 십 년간 지속되어 온 정치적 안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가진 그 희망이라는 건 프랑스군의 투입으로 상황이 안정되어, UN과 비정부기구가 수도 바깥으로 영역을 확대해 인도주의적 활동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7월 이후 악화된 사태에 움츠러든 국제 구호 사회에게 국경없는의사회는 실망을 거듭했다. 한편으로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2013년 3월 쿠테타 이후, 우리를 포함한 다른 국제기구들의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수록 국제원조에 대한 필요는 더욱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도 국제 인도주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한참이나 늦어지고 있다. 물론 우리 국경없는의사회처럼 빠르고 많은 구호활동을 한 좋은 선례도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대응하기에 국제원조는 현재 너무나 미비하다.
국제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고통을 외면했다. 앞으로 몇 주간 인도주의 활동이 늘어난다 해도 지난 시간 동안의 외면은 잊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UN의 행보가 특히 아쉽다. 아모스 국장은 올 7월 직접 이 곳을 방문하고 10월에는 팀장급 담당자 8명을 현지 파견시키며 통찰력을 발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보인 행보를 보면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주의 구호 활동을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집중 공격을 받아 최근 소말리아에서 철수를 결정해야 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은 소말리아와 다르다. 분명 걸림돌이 많지만 구호활동이 있어왔으며, 최악의 국면까지 겪으면서도 우리는 각국에서 온 활동가를 모두 유지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가장 취약한 여섯 군데 지역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UN이 주도하여 진행되는 국제 비정부기구들의 구호활동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서서히 넓혀가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형편없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UN 체제 구호 시스템이 정당하고 적절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과거를 반성하고 동시에 추후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본 기고문은 12월 11일 영국 일간지 The Guardian에 개제되었습니다.
http://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3/dec/11/aid-failed-central-african-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