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타들어가는 나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중부 와카 지역의 밤바리. 이 곳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에서 이른 아침부터 차량 한 대가 나섰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향한 곳은 밤바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수풀 속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야말레였습니다.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우기에는 도로가 온통 진흙으로 질퍽거리기 때문에 야말레까지 가려면 족히 두 시간은 걸립니다.
야말레와 같은 마을은 무장 집단과 무법 갱단의 끊임없는 폭력의 표적이 되어 왔습니다. 야말레에 사는 농부, 무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도 겁이 납니다. 교전이 있고 나서 군인들이 저희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훔쳐갔습니다. 그 뒤로 수풀 속에서 3개월을 보냈죠. 거기서 제 아이들은 앓아 눕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불타버렸거나 폐허가 된 마을들도 있습니다. 머물 곳이 없어 주변 들판 곳곳의 작은 움막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떤 마을들은 가옥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보건체계가 파괴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이러한 마을의 주민들에게 도달하기 위해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수풀 속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우리가 준 약을 받고 나면 그대로 수풀로 달아나 숨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의 활동이 끝나고 나서 고작 1분만 지나도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모두 달아나 버리는 거죠. 그리고 지나가는 차들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겁에 질려 있어요. 남아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유령마을이 된 곳도 봤습니다.
와카 지역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로버트 폰시온 의사
차로 이동하면 가장 취약한 마을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단지 폭력 때문만이 아니라 도로 상태도 매우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치안상의 이유로, 6명으로 구성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해가 지기 전에 밤바리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동 시간을 다 따져본다면 5시간 동안 쉼 없이 진료를 진행해야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헛된 일은 아닙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수풀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하루에 최대 500명까지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선 계속되는 분쟁 속에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가장 먼저 챙깁니다. 경미한 부상은 현장에서 치료하고, 더 심각한 부상자들은 특수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깁니다. 폰시온 의사는 말합니다. “얼마 전에 도로를 따라 지나가다가, 다리에 중상을 입은 두 여성을 보았습니다. 한 여성은 아이도 함께 있었죠. 한 여성의 다리뼈들은 완전히 부서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두 여성을 밤바리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다음날 수도 방기에 있는 병원으로 다시 이송했습니다.”
이동 진료소 운영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모든 가정에 모기장과 플라스틱 판자를 나눠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 밑에서 사방이 뚫려 있는 채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기에 수풀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의 최적의 증식 장소가 됩니다. 모든 환자들은 신속하게 말라리아 테스트를 받는데, 이 테스트는 3분이면 결과가 나옵니다. 테스트를 받은 사람의 90%가 말라리아 양성 판정을 받고, 3일치 구강 약품을 받습니다. 이와 함께 해열제인 파라세타몰도 받습니다.
열악한 생활 환경과 의료 지원 부족으로 사람들이 건강에 위협을 받으며, 폐렴과 설사, 결막염, 피부 질환 등은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 지역사회에 감염 질환이 확산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8월에 와카 지역에서 예방접종 캠페인을 수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5세 미만 아동 4천 명이 홍역, 소아마비에 대항하는 예방접종을 받았습니다.
이동 진료소들은 간편한 방편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마을에 ‘팔루 포인트’라는 상설 지점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 곳에서 현지 스태프들이 매일 말라리아 테스트를 진행하고 치료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 진료소에서 만나는 환자들 대부분은 여성 및 5세 미만 아동입니다. 당뇨, 심장병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은 치료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 지역사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적 지원은 상당히 크며, 이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일도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주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천 명의 피난민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활동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4월부터 와카 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들을 대상으로 이동 진료소를 활용해 의료 지원을 해오고 있다. 그리마리에서 제일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밤바리에서 지원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 4,639명의 환자를 치료하였고, 분쟁 상황 속에서 부상을 입은 사람 153명을 안정시키고 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