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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에볼라 대응 긴급회의 연설문

2014.09.19

사진 출처 (AP=연합뉴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강타한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 라이베리아의 팀원인 잭슨 나이마가 에볼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연설을 진행했습니다. 의사 보조원(PA)인 잭슨은 에볼라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은 국가 중 하나인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 직접 소식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번 위기에 대응할 만한 역량이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번 긴급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의료적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수준의 행동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3월 22일 이후 총 5개국에서 2,461명의 사망자 발생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239명의 국제활동가와 2천명의 현지활동가가 활동 중

지난 3월 22일에 기니에서 에볼라 창궐이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된 이래로 9월 13일 현재까지 총 2,4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이 바이러스는 기니,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세네갈 등 5개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3월부터 에볼라 대응 활동을 펼쳐왔으며, 현재 239명의 국제 활동가들과 2천 명의 현지 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에볼라 치료센터는 5곳으로, 이 곳들을 통해 총 502개의 병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볼라 창궐 이래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총 2,932명의 환자의 입원 치료를 지원하였는데 이 가운데 1,747명이 에볼라 감염환자였으며, 520명은 회복되었습니다. 에볼라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에는 435톤이 넘는 물자를 조달하였고, 연말까지 에볼라 대응활동에 활용되는 예산은 4,050만 유로로 추산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에볼라 대응 긴급회의 국경없는의사회 연설문

발표: 국경없는의사회 PA(의사 보조원) 잭슨 K.P. 나이마

라이베리아 사람들과 나라 전체, 그리고 제가 속한 지역을 도와줄 수 있는 국가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를 초대해 주신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대표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에볼라 대응 계획에 환영하며, 이 계획이 즉각 실행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도 이처럼 자국의 역량을 동원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 속에 바이러스는 계속 확산되면서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에볼라 감염 사례를 처음 접한 것은 3월이었습니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몬로비아에 에볼라가 나타났고, 그 때부터 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조카 프란실라 콜리와 제 사촌 준푸 로웨아도 일하다가 에볼라에 감염되었습니다. 치료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7월 후순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의 여러 친한 친구들과 대학 학우들, 동료들도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생명을 잃었습니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우리나라를 도와야 할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현재 몬로비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치료센터의 팀 리더입니다. 환자 분류구역에서 일하면서, 입원에 앞서 감염 의심환자들이 머무는 천막에서 환자들을 평가하기도 하고,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환자들을 돌보기도 했습니다. 아직 에볼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환자들에게 음식 제공, 수분 보충, 기본적인 증상 치료와 같은 보조 치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이른 시기에 치료하기만 한다면 생존 확률은 훨씬 더 높습니다.

 

저는 옆으로 비켜 서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저와 제 동료들만의 힘으로 에볼라에 대항해 싸울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 여러분이 반드시 우리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환자들이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도 곁에 없이 외롭고 두려운 상태 속에서 죽습니다. 의사는 이러한 상황에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일단 치료센터 안으로 들어가면, 저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선 더 약한 사람들, 섭식에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혹은 너무 큰 충격으로 공포에 떨고 있어서 우리 상담가와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치료센터와 병상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병원 입구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발언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치료센터 문 앞에 앉아 말 그대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끔찍하고 품위 없는 죽음을 맞도록 내버려진 그들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환자들을 낙담시키고 있습니다. 현장에 충분한 도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 불가피하게 감염될 사람들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환자들을 보호하면서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결국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치료센터 밖에 앉아 있었는데, 한 소년이 문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1주일 전에 에볼라로 사망했습니다. 소년의 입가에는 피가 고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를 수용할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를 돌려보내자 소년은 시내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족들에게 돌아가면 식구들을 다 감염시킬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 야간 교대근무를 할 때는, 다른 치료센터가 없어서 앰뷸런스를 타고 거의 12시간을 달려 이곳 치료센터까지 온 환자도 보았습니다.

 

이 질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시급하며, 우리는 바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접촉 추적’이라 일컫는 것을 실행해야 합니다. 이것은 에볼라를 앓았거나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과 접촉했던 모든 사람들을 추적해내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증진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국제적인 관심이 이렇게 높은 지금까지도 이 병을 부인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치료센터가 필요합니다. 집에 머물러 가족들에게 병을 옮길 위험이 없도록 모든 환자들이 치료센터에서 병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의료진을 훈련함으로써 치료센터가 계속 차질 없이 운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료 지원을 계속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의료 인력들이 기관에 나가 일을 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의료 인력들과 앰뷸런스 운전사들이 동일한 위험에 부딪혀 환자가 되어 치료센터로 들어오는 것을 너무도 많이 목격했습니다.

 

상황이 이와 같습니다. 그러니 헬리콥터, 치료센터, 병상, 전문 인력을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들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여전히 몬로비아에는 비누, 식수, 양동이조차 구비하지 못한 집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에볼라는 우리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학교와 대학들이 휴교에 들어갔고, 공공 서비스 또한 중단되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지금 매우 불안정합니다.

 

제 아내는 이곳 몬로비아에 위치한 JFK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의료계통에 몸담은 사람들의 자녀들로서 우리 아이들이 다른 또래 아이들에게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도 이번 재앙을 멈추는 데 필요한 각종 자원과 자산, 기술을 가진 나라들로서 다른 국가들에 좋은 예가 되어주기를 부탁 드립니다.

 

우리에게는 이번 위기에 대응할 만한 역량이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