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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가자지구: 평온 속에 드리운 비관주의

2014.09.23

7월 8일 이후로 폭탄이 떨어지던 팔레스타인 지역은 8월26일에 드디어 차분한 겉모습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인적•물적 피해가 어마어마했고, 지금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은 그 어떤 낙관적인 전망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무기한 휴전이 발표되었을 때, 그 전까지는 용감한 앰뷸런스 차들만 다니던 가자지구 거리가 기뻐하는 군중으로 가득 찼습니다. 학생들도 지체 없이 교실로 돌아갔고, 회사들도 업무를 재개했으며, 어부들도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고립지역의 주민들은 여전히 그 강렬했던 거리를 생각하며 멍해 있었고, 그 지역이 여기저기 훼손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학교나 병원에 피신해 있었던 피난민 수십만 명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건물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곳이라면 그럴 수 있었습니다. 가자 시는 비교적 피해가 적었지만, 베이트 하눈이나 셰자이야와 같은 일부 지역들은 거의 전멸되었습니다.

수돗물이나 전기도 없이 수십 명의 주민들이 지금 한 가정이 살 만한 집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학 코디네이터 아부 아베드 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화상, 감전과 같은 가내 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손상된 가옥이 직접적인 원인일 때가 많지요.”

대치가 시작된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병원인 쉬파 병원을 지원해왔습니다. 소아과 마취 전문의 켈리 딜워스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수십 명씩 몰려드는 중상자들을 치료하느라 며칠 동안 눈도 못 붙이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말이죠. 팔레스타인 동료들이 정말 수고해 줬어요. 정말 얼마나 일이 많았는지 모른답니다.”

여전히 팀원들은 너무도 휴식이 필요한데, 이 시간을 갖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혈관 외과의사 잔 스위넨은 말합니다. “가장 심각한 부상자들은 앞으로도 몇 개월 동안 수십 차례 수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외상을 겪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짓눌린 팔다리, 심한 화상, 내장기능 장애와 신경학적 문제들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심리적인 측면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가자지구 봉쇄로 팔레스타인 의료계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재건 성형수술과 같은 여러 전문 분야의 의사들이 외부와 교류가 없어 자신의 기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시내에 자리한 수술 후 치료 진료소에서는 2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진료소는 2007년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가 관리한 곳입니다. 두 번째 진료소는 그 곳에서 남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문을 열었는데, 이 진료소의 수요도 비슷합니다. 드레싱을 교체하고 물리치료를 제공하는 진료실들은 항상 가득 찹니다. 아말 다반은 다섯 살 난 아들 모하마드를 격일로 이 곳에 데리고 옵니다. 모하마드의 부상은 특수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건물에 포탄이 떨어졌을 때, 침실 벽이 무너지면서 모하마드의 대퇴부가 부러졌습니다. 이제 곧 모하마드는 골접합 수술을 받기 위해 독일로 가게 됩니다. 이 수술은 가자지구에서 수요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수술을 실시하는 곳이 드뭅니다. 수술할 기회를 얻는 운 좋은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폭격으로 인해 가슴에 화상을 입은 4세 어린이 미나 ⓒYann Libessart/MSF

사망자 2천명 중, 500명 이상이 아동

이스라엘의 '프로텍티브 에지' 군사 프로그램 실시 동안 집계된 사망자가 2천 명이 넘는데, 그 중 500명 이상이 아동이었습니다. 생존자들이 받은 심리적인 사후 영향은 뚜렷합니다. 비정상적인 불안을 보이거나 입을 굳게 닫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일곱 살인 비산 다헤르는 부모님, 형제 셋, 자매 둘과 함께 셰자이야에서 살았습니다. 7월 21일, 공중 미사일이 건물을 강타한 후, 6시간 넘게 파편 속에 묻혀 있다가 구출된 비산은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의사들은 비산 이마에 생긴 부상에 대해 더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 비산을 모두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마치 제 딸을 보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간호사 모하메드 와디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모하메드는 가자지구에서 7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해온 간호사입니다.

교전 기간 내내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을 주관했던 니콜라스 팔라루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곳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대개 민간인들은 무리를 지어 주변 국가로 피난을 갑니다. 가자지구에서는 안전을 위해 찾아갈 곳이 없어요. 모든 사람이 잠재적인 목표물이 되고, 바로 이것이 희생자들 중에 아동의 비율이 그렇게 높은 이유입니다.”

지금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감옥을 다시 짓는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머리 위로 윙윙거리는 무인기의 대규모 폭격을 받은 이 곳은 심지어 야외라고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활동을 하던 일부 산업 부문도 대부분 이스라엘과의 국경을 따라 지어졌는데, 이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번 교전은 생산, 고용 분야에도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 가자지구의 외부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 평온함을 모두가 누리고 있지만,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정치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가자지구의 상황은 더욱 위태로울 뿐입니다. 사람들 마음 속에 지금은 전후 시기가 아닙니다. 지나간 전쟁과 다가올 전쟁 사이의 임시적인 시기일 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가 니콜라스 팔라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