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업데이트 2022년 3월 3일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분쟁이 고조됨에 따라 의료 대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민스크 합의 이후로 2개월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동부 상황은 대체로 차분합니다. 그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교전선 양쪽에서 주민들의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활동을 확대해 왔습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중간 지점에 위치해, 지금은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드발체프에서도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휴전이 발효되고 3일 후인 2월 18일까지 대규모 교전이 이어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나탈리 로버츠(Natalie Roberts)가 현장 상황을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Q. 교전선에 위치해 큰 피해를 입은 드발체프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더 이상 교전은 없습니다. 2월에 멈췄죠. 드발체프 곳곳에 있던 불발탄도 모두 제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파괴된 현장도 그대로죠. 수리된 곳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3월 초에 와보니 드발체프 내에 있는 집들은 거의 모든 창문들이 부서져 나간 상태였고, 벽에는 거대한 구멍들이 뚫려 있었고, 지붕도 대부분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전한 건물이라곤 없었죠. 그 상황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주민들의 삶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폭격이 일어나는 동안 피신해 있던 지하실, 임시 거처에서 나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임시 거처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드발체프 재건이 아직 시작되지 않아, 아직도 사람들은 난방과 물 공급이 되지 않는 건물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을 다시 지으려고 하지만, 창문으로 쓸 비닐 외에 건축 재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날씨도 아직 춥습니다. 열흘 전에는 눈도 내렸죠. 악천후와 교전으로 파이프가 훼손돼 공공 난방 시스템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는 일부 지역에만 다시 설치되었습니다. 우물까지 걸어가 길어오는 물은 수질이 매우 나쁩니다.
Q. 사람들이 다시 드발체프로 돌아오고 있나요?
날마다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주민 2만 5000명 대부분이 드발체프를 떠났었고, 5000명 정도가 남아 있었죠. 당시 남아 있던 사람들은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거나, 마땅히 갈 곳이 없었습니다. 너무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자기 집을 떠나길 원치 않아 남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현재 드발체프 주민은 만3000명까지 늘었습니다. 달리 갈 곳이 없어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돌아온다고 해도 머물 만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남아 있던 분들도, 다시 돌아오는 분들도 100% 식량 구호품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재 드발체프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지난 2월에 처음 드발체프에 왔을 때, 먼저 집집마다 방문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주민들이 필요할 때 부를 수 있는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화가 오면 간호사 또는 의사가 주민들을 찾아가죠. 주민 대부분이 연세가 높습니다. 우리는 주로 고혈압, 관절염 등의 만성 질환이 있는데도 몇 달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던 분들에게 의료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추위와 스트레스 속에 지내다 보니 주민들의 증상이 훨씬 악화되었습니다.
이동 진료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내를 두루 다니며 날마다 다른 지점에서 활동하고, 활동에 앞서 주민들에게 방문에 대해 미리 공지합니다. 보통 하루에 60명 정도 치료하고 있고, 환자들이 의료진과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일 진료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료 지원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만성 질환 환자들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만나 뵌 적이 있는데, 그냥 죽고 싶다고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우울증에 걸린 것이 아니라, 나이 여든에 지하실에서 살고 싶지는 않으신 거죠.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주민들은 막막해하고 있습니다. 교전이 너무 오래돼 사람들은 교전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조차 품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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