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
2016년 2월 18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팔레 데 나시옹)에서 발표한 조앤 리우 박사의 성명문
지금, 시리아에서는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이 되었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민간인들을 겨냥한 무자비하고 잔인한 표적 공격들이 이번 전쟁의 주된 특성입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숨진데다, 수십만 명이 목숨을 지키고자 피신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기본적인 도주의 권리조차 빼앗긴 채 갇혀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병원들을 포함한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시리아 내의 의료 지원은 폭탄과 미사일의 십자선 안에 놓여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밝힙니다. 민간인과 병원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합니다. 그러한 공격이 일상화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가장 최근 공격은 단 3일 전, 2월 15일에 이들리브 주 마라트 알 누만(Ma’arat Al Numan)에서 벌어졌습니다. 오전 9시경에 공습이 일어나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이 파괴되었습니다. 최소 25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 9명은 의료진이었으며 16명은 환자들이었습니다. 그 밖에 1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의료진에 따르면, 약 2분간 지속된 공격 속에 병원은 4차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40분 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다시 폭격이 일어났습니다.
군사 용어로 ‘더블 탭(double tap)’이라 불리는 이 2차 공격들은 부상자들을 살리려는 의료대원 및 구조대원들을 겨냥한 극악무도한 행위입니다.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1시간 뒤, 1차 공격으로 발생한 수많은 부상자들을 받았던 인근 병원 또한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병원들을 무참히 파괴하고 의료진들을 살해한 결과, 중대한 의료 지원이 필요한 여러 지역사회가 송두리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격은 고의적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추정컨대, 이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시리아 정부 주도 연합군의 소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분명하게 밝힙니다. 적을 치료하는 의사마저 적은 아닙니다.
마라트 알 누만 병원은 생명줄이었습니다. 이 병원은 병상 30개를 갖추고 직원 54명이 근무하는 가운데, 수술실 2곳, 외래진료 부서 1곳, 응급실 1곳이 있었습니다. 매달 수천 명이 이 곳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마라트 알 누만에서 벌어진 공격은 그보다 더 큰 현실이 어떠한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2015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내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 및 진료소 70곳에서 작성한 의료 데이터들을 수집했습니다.<보고서 다운로드> 15만4000여 명의 전쟁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30~40%는 여성과 아동이었습니다.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 자체도 놀랍지만, 이는 더 큰 피해의 단면을 보여줄 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의료 시설 밖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여전히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3개월간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시설들을 타격했던 101차례의 공습 및 폭격 또한 충격적입니다. 몇몇 시설들은 의료대원과 구조대원들이 도착한 후 또 다시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너무 무서워서 병원에 갈 수 없다는 것이 환자들의 말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공격이 더 격렬해지는 가운데, 여성과 아동을 포함한 수천 명이 목숨을 지키고자 탈출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북부 아자즈 부근에는 10만 명이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들은 날로 격화되는 공중 폭격과 지상 전투를 피해 탈출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터키 국경과 교전선 사이에 갇혀 있습니다.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을 수용하고자 터키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재 국경 전역에는 민간인 재앙의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한편 남부 지역의 경우, 지금은 봉쇄된 요르단 국경 지역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밖에 160만~190만 명의 시리아인들은 포위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파괴적인 무작위 공중 폭격을 피해 달아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들에게는 의료 물자, 식량, 그 밖의 구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금, 시리아는 죽음의 도가니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4개 상임이사국은 현재 시리아 내에서 군사 작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민간인 및 의료 지원을 보호하고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겠다는 자신들의 결의안들을 지키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안에서의 삶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이 무자비한 공격을 피할 그 어떤 안전한 곳도 피난처도 없습니다. 학교, 병원, 가옥들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이 피신했습니다. 그러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봉쇄된 국경 안쪽에 꼼짝 없이 갇혀 있습니다.
지금, 시리아는 죽음의 도가니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가 함께 실패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의료 시설을 비롯한 민간 시설들을 겨냥한 공격은 멈춰야 하며, 앞서 벌어진 공격들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포위 지역의 폭격을 멈춰야 한다고 우리는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우리는 인도적 지원을 늘려 제한 없이 이를 포위 지역 안으로 전달하고, 부상자 및 환자들은 즉각 대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은 요청합니다. 사람들은 한창 전쟁이 벌어질 때 이를 피해 달아날 기본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그리고 이 지역에 연루된 모든 세력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고통을 멈추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