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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보고서 <다시 학대자의 손아귀로(Return to Abuser)>

2016.03.08

오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이 중요한 날을 기념하며,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푸아뉴기니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정폭력 및 성폭력, 그리고 여성과 아동들을 위한 의료 지원 및 다른 지원들에 나타나는 격차에 관해 다룬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펴낸 새 보고서는 파푸아뉴기니에서 심각한 가정폭력 및 성폭력의 사이클 속에 여성과 아동들이 갇혀 있게 만드는 체계 및 서비스상의 격차를 폭로한다.

새 보고서 <다시 학대자의 손아귀로(Return to Abuser)>에서는 보호 메커니즘의 심각한 부족, 빈약한 사법 체계, 불처벌(impunity) 문화가 한데 뒤섞여, 환자들이 가까스로 의료 지원 시설까지 찾아온 이후에도 그들의 건강과 삶이 위험에 빠지는 현실을 자세히 설명한다.

파푸아뉴기니 연구 결과

이 보고서에는 2014년~2015년에 헬라 주(州) 시골 지역 타리(Tari), 그리고 수도 포트 모르즈비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가정폭력, 성폭력 생존자 3000여 명의 종합적인 데이터가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집, 마을 등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장소에서 여성과 아동들이 당하고 있는 반복적인, 그리고 때로는 점점 격해지는 폭력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 치료받은 환자의 대다수(94%)가 여성이었다.
  • 가장 흔하게(49%) 나타나는 폭력은 배우자가 저지른 것이었다.
  • 배우자에게 폭력을 당한 여성 중 1/4 이상은 죽음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 성폭력 생존자의 절반 이상(56%)이 아동이었고, 이러한 아동 6명 중의 1명(17%)은 5세 미만이었다.
  • 성폭력 생존자 4명 중 3명(76%)은 전에 알던 사람에게 폭력을 당했다.
  • 성인 여성 10명 중 1명(10%)은 반복적인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아동의 경우 그 비율은 더 높아, 5명 중 2명(38%)이 반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고했다.

그동안 파푸아뉴기니에서는 가정폭력, 성폭력 문제 해결에 많은 진전을 보여 왔으나, 생존자들이 후속 지원, 사법 처리, 보호 등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지금도 침묵 속에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지역이 많다.

국경없는의사회 파푸아뉴기니 현장 책임자 안젤리카 허브(Angelika Herb)는 “안타깝게도 폭력의 생존자들을 돕기 위한 몇몇 중요한 정책과 법들을 개혁하는 일이 거의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파괴적인 결과들이 나타났는데, 특히 아동들이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허브 현장 책임자는 “당국에서 대응 수준을 한층 더 높이지 않는다면, 여성들은 자기 자신과 자녀들을 해로운 상황에서 빼내지 못한 채 계속 폭력적인 관계 속에 묶여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집에서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 취약한 미성년자들은 계속 학대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필수적인 의료 지원은 반복되는 학대 사이에서 생존자들을 겨우 회복시키는 정도로 그 역할이 축소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이 보고서는 당국이 파푸아뉴기니 전역에서 필수 의료 및 심리사회 서비스의 가용성과 접근성을 높일 것을 권고한다. 특히, 국경없는의사회는 실질적인 보호 서비스, 그리고 ‘세이프 하우스’ 등의 대안적인 장소를 더 많이 마련해, 폭력의 생존자들이 더 이상 학대자들에게 되돌아가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다.

또한 아동복지법(Child Welfare Act)의 신속한 실행을 비롯해, 아동들의 필요사항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허브 현장 책임자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불러오는 신체적, 심리적 부상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더더욱 파푸아뉴기니는 비밀이 보장되는 양질의 무료 치료를 모든 생존자들에게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당국은 여성들과 아동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필요한 의료 지원의 차원을 넘어, 더 많은 서비스 공급을 시급히 보장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3월 1일, 포트 모르즈비에서 발표된다.

<다시 학대자의 손아귀로(Return to Abuser)> 보고서에 실린 추가 통계 정보

  • 친밀한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생존자 3명 중 2명은 막대기, 칼, 마체테(날이 넓은 벌채용 칼), 뭉툭한 도구 등의 무기로 인한 부상을 입었다.
  • 성폭력 피해를 입고 치료 서비스를 받으러 온 환자 중 49%는 집에서 학대(대부분 강간)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생존자가 어릴수록 집에서 학대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 환자 대부분의 경우, 성폭력 가해자는 피해자가 아는 사람이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전에 알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한 경우가 높았고, 피해 아동 10명 중 9명은 5세 미만일 경우가 높았다.
  • 가족이 가해자인 경우는 타리에서는 피해 아동 10명 중 1명 꼴이었고, 포트 모르즈비에서는 피해 아동 3명 중 1명 꼴이었다.
  • 성폭력을 당한 뒤 포트 모르즈비의 여러 센터로 치료를 받고자 찾아온 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은 가해자가 경찰 혹은 군대의 일원이었다고 보고했다.
  • 세이프 하우스가 없는 타리의 경우,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족지원센터(Family Support Centre)에서 치료한 생존자 15명 중 1명은 센터를 여러 번 찾아왔던 환자들로, 전에도 폭력적인 사건을 겪은 후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 속에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이 생존자들은 치료 후에 선택할 만한 대안이 없어 학대자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주요 메시지

서비스 상의 격차, 특히 의료 지원에 속하지 않는 서비스(정의, 보호, 사회적 지원 등)에서 격차가 나타나, 생존자들이 또 다시 학대 가해자들에게 돌아가 전보다 더 심한 폭력을 겪게 만든다. 이는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해, 건강을 비롯하여 생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위험에 빠뜨린다. 이는 또한 점점 더 심해지는 학대 사이에서 그저 생존자들을 겨우 회복시키는 정도로 의료 지원의 역할을 축소시키게 만든다.

피해자들의 증언

파푸아뉴기니 타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 그녀는 남편에게 칼로 베여 부상을 입었다.

남편이 말하더군요. 제 딸은 전에 강간을 당했으니 이제 자기도 그럴 수 있겠다고요. 그러고는 정말 제 앞에서 딸애를 강간했어요. 저더러 같이 하지 않겠냐고 묻기까지 했으니까요. 저는 그저 울고만 있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포트모즈비(Port Moresby) 세이프 하우스에 있는 한 여성

“남편의 폭력은 작년부터 시작됐어요. 제 몸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냈죠. 손목이 부러지고, 등과 팔꿈치에 칼자국도 나고, 얼굴에 온통 멍이 들기도 했어요… 그가 경찰이기 때문에 경찰들이 절 도와주지는 않을 거예요. 이 센터는 제가 찾아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랍니다… 하지만 여기 올 때마다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야만 해요. 달리 갈 곳이 없거든요… 아무리 왔다갔다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서 그저 우울하기만 해요.”

2015년, 포트모즈비 가족지원센터에 온 여성(30세, 세 자녀의 어머니, 배우자 폭력 생존자)

“제 어린 딸아이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걸 알고는 이곳(가족지원센터)에 와 도움을 청했습니다. 딸아이가 너무 걱정이 돼요.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이 남자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알 수가 없네요. 아는 사람이에요. 같은 지역,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집에 돌아가 그 사람 얼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부모는 그가 제 딸, 그리고 다른 여자 아이들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면서도 그를 바로잡지 않습니다. 그걸 보니 더더욱 화가 나요.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가 처벌을 받았으며 좋겠습니다. 법에 따라 정의롭게요.”

파푸아뉴기니 포트모즈비에 사는 3세 여자 아이(18세 이웃 남성에게 수차례 강간 당함)의 아버지

남편은 자주 절 때려요. 제가 시장에 가거나 다른 사람들, 심지어 식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싫어하죠. 그는 관목 절단기나 막대기를 사용한 적도 있고, 제게 주먹질을 하거나 손바닥으로 저를 때린 적도 있어요. 이혼하려고도 해봤는데, 마을 어른들이 허락해 주질 않았어요. 남편이 저를 위해 신부 지참금을 지불해 줬기 때문이죠. 돼지 여덟 마리와 300키나를 내줬어요. 그런데다가 남편이 마을 어른들을 위협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저더러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라고들 말했죠.”

파푸아뉴기니 타리 병원, 입원환자 병동에 있는 여성(25세, 두 자녀의 어머니)

“저녁 6시쯤이었어요. 새끼 돼지들을 보며 정원에 있었어요. 뒤에서 한 남자가 나타나서 절 강간했어요. 제가 알던 사람이었어요. 주변엔 아무도 없었죠. 제 옷을 벗기더니 저를 여러 번 강간했어요. 그러고 나서 그는 달아나 버렸죠. 저는 힘이 없었지만, 겨우겨우 새끼 돼지들을 한데 모아 두고, 집에 들어가 친척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했어요. 친척들이 저를 국경없는의사회에 데려다줬어요. 그 남자는 시내를 떠났고, 우리는 경찰에게 가지 않았죠. 그가 달아났기 때문에 제 친척들은 보상을 받는 편을 원했어요. 우리 마을은 강간에 반대해요. 여기서 강간은 터부로 되어 있죠.”

연령을 알 수 없는 한 여성

“남편에게는 아내가 여섯이나 있었는데, 남편은 여섯 명 전부를 강간했어요. 한 살 된 제 아이를 심하게 때린 적도 있죠. 저는 친정에 피신해 있으려고 했는데, 우리 식구들이 남편에게 진 빚이 있었어요.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곳(가족지원센터)에 벌써 다섯 번이나 왔지만, 여전히 저는 남편과 같이 살아야 해요.”

포트모즈비 종합병원에 있는 여성(연령 알 수 없음)

국경없는의사회의 파푸아뉴기니 활동

70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파푸아뉴기니는 남태평양 최대의 섬이다. 풍부한 부족적·문화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800개가 넘는 언어를 쓰고 있는 파푸아뉴기니는 1975년 호주로부터 독립했다. 파푸아뉴기니 국민 중 하루 1.25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극빈층은 전체 인구의 2/3 이상이라고 추산된다. 이 나라는 또한 태평양 지역에서 최악의 보건 지표를 보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에 파푸아뉴기니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모로베(Morobe) 주, 헬라 주, 수도권의 포트 모르즈비, 밀른 베이(Milne Bay) 주, 이스트 세픽(East Sepik) 주 등 파푸아뉴기니 각지에서 활동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하는 일은 비밀이 보장되는 양질의 통합 의료 및 심리사회적 지원을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생존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2009년 이후, 국경없는의사회가 파푸아뉴기니에서 치료한 가정폭력, 성폭력 생존자는 2만7993명이며, 자주 국립보건부와 협력하여 지원 활동을 진행했다. 그 밖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타리 병원에서 6만8840건의 크고 작은 수술을 실시했는데, 그중 1/3은 폭력으로 인한 부상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2016년 3월,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가족지원센터를 인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파푸아뉴기니의 결핵 확산에 대응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