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콩고민주공화국: 분쟁으로 인한 성폭력 피해 심각

2018.12.12

 

성폭력 피해를 당한 소녀, 나이는 13세에서 15세 사이다 ⓒMSF/Carl Theunis

 

  •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민주 콩고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 “전시 성폭력 근절 위해 행동 필요” 촉구
  • 2018년 4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성폭력 피해자만 157명

지난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63)는 전쟁이나 무력충돌 때 성폭력을 무기로 악용하는 것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공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민주콩고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치료하며 이들을 보호하는 데 청춘의 대부분을 바친 무퀘게는 민주콩고의 정치지도자와 무장단체와 함께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집단 성폭행을 근절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 마니에마 주의 살라마빌라 지역에서는 올 초부터 무력 분쟁이 격화되면서 민간인, 특히 여성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장에 막대한 지원이 필요한 가운데, 2018년 4월부터 살라마빌라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 시설에서 마주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살라마빌라 출신 B씨(36)는 7명의 자녀를 둔 엄마이며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를 받는 성폭력 생존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1만 명이 거주하는 살라마빌라에서 지난 4월 이래 157명의 성폭력 생존자를 치료했다.

“마차파노에 있는 밭에 나갔는데, 무기를 든 남자 3명이 다가오더니 차례로 저를 강간했어요.” _ 성폭력 생존자 B씨

불행하게도 이런 일은 B씨만 겪은 것이 아니다. 크리스토발 어거스틴 지역 교구 신부는 이 수치가 실제 상황을 다 보여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오기 전까지 성폭력 신고는 전부 저를 거쳐 갔습니다. 지금 드러난 것은 실제 사례의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많은 여성과 부부들은 손가락질 당할까 두려워 말조차 꺼내려 하지 않습니다.” _ 어거스틴 신부

살라마빌라 시는 카밤바레 영토에 속한 곳이다. 인근의 천연 금광 나모야 산은 오랫동안 지역민의 주된 수입원이었다. 2012년 들어 금광, 토지 접근 권한을 둘러싸고 처음 분쟁이 발발했고, 주민들은 소유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그 어떤 타협안도 나오지 않았으며 무장 남성들의 수는 나날이 늘어났다.

이는 지역민에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불안을 느낀 주민들은 살던 곳을 떠나 수풀 속에 피신했다. 민간인과 무장 단체가 부딪힐 때마다 약탈, 방화뿐 아니라 수많은 폭력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성폭력 생존자들을 돕는 소수의 현지인도 있다. 그중 한 명인 H씨는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생존자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필요한 조언을 해 주고, 생존자 각각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지원 시설도 안내한다. H씨는 무장 단체의 존재가 성폭력 사건 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와서 여자들을 강간합니다. 임산부, 어린이, 노인도 가리지 않습니다.” _ 성폭력 생존자들을 돕고 있는 H씨

 

국경없는의사회의 대응 활동

2018년 4 월, 국경없는의사회는 1차 현장조사 결과에 따라 가장 취약한 지역민에게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의료 시설로는 살라마빌라 종합위탁병원 및 인근 보건소 3곳을 지원한다. 빅토리네(Victorine) 긴급 지원팀 의사는 지원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지 지역사회 단원들이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전달합니다. 마을에서 성폭력 생존자를 찾아내 담당자에게 인도하면, 담당자는 그를 병원 등 인근 의료 시설로 안내하죠. 의사들은 종합검진을 실시해 필요한 치료를 결정합니다. 이때 심리학자들은 환자의 외상 정도를 확인해 병원에서 혹은 가정방문을 통해 추후 지원을 실시합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성 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사회의 모든 남성과 남편들에게 성폭행 사건을 알림으로써 아내와 딸, 그 외 가족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 _ 빅토리네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지원팀 의사

공격을 당한 생존자들은 사회적 낙인, 지역사회와 가족의 배척, 질병 감염, 원치 않는 임신, 각종 심리적 외상 등 비참한 상황을 마주한다.

“남편은 날 버리고 소식도 끊어버렸어요. 저는 지금 아이 7명을 데리고 H씨와 함께 살고 있어요.” _ 성폭력 생존자 B씨

국경없는의사회는 여전히 불안한 현지 상황을 고려해 살라마빌라 활동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원 단체가 있어도 현지 여성들은 폭력에 취약하다. 연령, 지위, 외모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이 날마다 밭과 집 등 곳곳에서 끔직한 일을 당하고 있다. 의료 시설도 상황이 나빠 주기적으로 약탈을 당하고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공급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민 보호, 사회경제적 지원, 지역사회 인식제고 또한 중요한 부분이나 치안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인도주의 단체들의 유입이 더뎌지고 있다.

1981년부터 민주콩고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민주콩고 26개 주 가운데 20개 주에서 분쟁 및 폭력 피해자, 피난민, 그 외 콜레라, 홍역, 에볼라, HIV/AIDS 등의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의료를 제공한다. 2007년부터는 전염병, 자연재해, 분쟁 발생 시 민주콩고 전역에서 즉시 대응 활동에 돌입할 수 있도록 긴급 지원팀을 준비해 두고 있다. 2018년 4월 이후로 마니에마 주 살라마빌라에서는 현지 주민과 피난민에게 폭력 부상 치료, 응급 수술, 영양실조 치료, 정신건강 및 산부인과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