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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나우루 정부가 국경없는의사회를 추방한 이유?

2018.12.13

 

우리가 제공한 정신건강 서비스는 남겨진 난민들과 망명 신청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나우루에 계속 갇혀 있는 한 우리의 서비스도 해결책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도움을 부탁합니다.
나우루 섬의 난민, 망명 신청자 모두를 즉시 다른 곳으로 대피시켜 달라는 국경없는의사회 요청에 함께해 주세요.

change.org/MSFNauru 청원에 참여해 주시고 #EvacuateNow (즉각대피) 해시태그를 달아 이 영상을 널리 공유해 주세요.

 


 

환자 인터뷰: “우린 뉴스를 보면서 앞날을 걱정해요”

이란에서 온 카젬(가명)은 지난 5년 3개월간 나우루에 머물러야 했다.

이란을 떠난 건 종교 때문이었어요. 저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개종하면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하거든요.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아내와 저는 떠나기로 했습니다. 나우루에 와서 첫 해에는 천막 생활을 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2014년부터는 천막에서 나와 마을에서 지냈고 그렇게 난민이 되었습니다.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 다 좋아질 줄 알았어요. 얼마 지나자 천막이나 마을이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달라진 건, 작은 감옥에 있다가 바다로 둘러싸인 큰 감옥으로 옮겼다는 것뿐이었어요.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가장 큰 문제는 앞날에 대한 걱정이었어요. 2014년에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도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미국에 정착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최근에 거절됐어요. 미국 국토안전부에서 저와 아내를 거절한 거죠. 그렇게 되고 나니 너무 괴로웠어요. 언제 여기서 나가게 될지 지금도 몰라요. 그게 너무 힘들어요.

아내는 지금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를 잘 받고 있었는데, 국경없는의사회가 떠난 이후로 날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있어요. IHMS(국제보건의료서비스) 정신건강팀 진료 예약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아내는 24일째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심지어 침상에서 나오지도 않아요. 그저 누워만 있어요.

저는 힘을 내서 가족을 지키고 아내와 저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는데 요새는 너무 지쳐요. 큰 구멍이 뚫린 배처럼 제 인생도 점점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아요.

호주 정부 관계자들은 ‘크리스마스 전에 모든 어린이를 대피시키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또 어떤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 말은 한 적 없다’고 해요. 기한도 없고 룰도 없고 자기들 멋대로예요. 나우루에서 아이들을 내보낸다는 건 모두가 반길 소식이지만 다들 자기 자신이 걱정이죠. ‘우린 어떻게 될까? 우린 애들이 없으니까 여기 더 오래 있겠지. 호주가 계속 우릴 기만하겠지.’ 하면서 걱정하고 있어요.

호주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날마다 나우루 소식을 접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 때문에 사는 데 문제가 생기진 않잖아요. 우린 뉴스를 보면서 앞날을 걱정해요. 어떤 날은 뉴스를 듣고 희망을 품지만, 또 어떤 날은 우릴 낙담시키는 소식 때문에 절망에 빠져요.

다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여기서 나가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국적으로 살고 싶어요. 새 출발을 하고 싶어요.

 

'자폐 인식제고의 날'을 맞이해 나우루 공립 의료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와 나우루 보건부가 기념행사를 열었다. ⓒ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