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 내에 위치한 케브리데하르 치료 센터에 급성 수인성 설사에 걸린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 MSF/Awad Abdulsebur
2017년 4월 24일
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 내에 위치한 둘로(Doolo) 지대에서는 최근 30년 사이 최악의 가뭄이 일어나 급성 수인성 설사가 매서운 기세로 퍼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국경없는의사회는 에티오피아 보건 당국과 함께 발병 통제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발병 확산 방지를 위해 더 많은 외부 기금 및 자원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4월 7일 공식 발표된 이번 발병으로 올해 초부터 이 지역 전체에서 1만6000여 명이 피해를 입었고, 현지 당국에 따르면 매월 약 3500명의 신규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에티오피아 정부는 간호사·의사 등 1200여 명의 전문 보건 인력을 배치하고, 환자 치료를 위해 100곳의 센터를 마련했다. 급성 수인성 설사에 걸린 전체 환자 수는 줄었다고 보고되나, 재감염의 위험은 여전히 높다.
소말리 지역 내 둘로 피해 지역 곳곳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에 따르면,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반시설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한다. 시추공, 펌프, 물 운반용 트럭, 안전한 식수를 보관할 탱크 등 각종 시설이 부족하고, 이러한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국제 단체들도 부족한 상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목민으로, 우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그 해 남은 기간에 그 물을 쓰곤 한다. 그런데 지난 두 차례의 우기 동안에는 강수량이 극히 적어 심각한 가뭄이 나타났고, 곳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2리터도 되지 않는 물에 의존해 지내고 있다. 깨끗한 물이 충분치 않아 많은 이들이 정수 처리가 되지 않은 수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급성 수인성 설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물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의료진이 급성 수인성 설사 환자들을 치료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갑자기 병이 나타나면서 많은 보건소들이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느라 힘에 부치는 상황이었고,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협력 단체들과 함께 공립 보건소 지원을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병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임시로 마련된 진료처에서 신속한 대응 활동을 늘리고자 힘쓰고 있다.
합타무 아바이네(Habtamu Abayneh)는 케브리데하르에 도착해 건설 현장 일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2주 뒤 급성 수인성 설사에 걸리고 말았다. 지금은 치료 속에 회복해 가는 중이다. ⓒ MSF/Awad Abdulsebur
이번 발병은 가뭄이 불러온 일련의 위기 중 가장 최근 일이다. 가뭄으로 인해 벌써 식료품 가격이 급속히 치솟았으며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과 아동들은 가족과 가축의 생존을 위해 물을 찾아 계속 자리를 이동해야 했다.
“가축이 전부 죽었습니다.”는 수많은 비공식 정착촌에서 저마다 내놓는 말이다. 한 여성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여성의 아이는 급성 영양실조에 걸려 와드허(Wardher)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낫게 되었다. 이 여성은 이렇게 전했다.
“전에 우리는 가축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옮겨 다녔어요. 그런데 마지막 남은 낙타마저 죽은 지금, 이제 우리는 그나마 물이 계속 나오는 곳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있어야 해요.”
이 정착촌은 줄로 지대 전역에 흩어져 있어 신속한 대응 활동이 더 어렵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약 570만 명에게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발병이 발표되기 전, 이미 국경없는의사회와 에티오피아 정부는 둘로 지대에서 중증 영양실조를 앓는 아동 수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
2017년 첫 3개월 동안, 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 내 둘로 지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여러 시설에서 중증 급성 영양실조 환자 2352명을 치료했는데, 이에 비해 2016년에는 1년을 통틀어 치료한 사람이 1230명이었다. 중증 급성 영양실조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특히 어린 아동들에게는 위험한 병이다. 보건 당국과 함께 겔라디(Geladi)·다노드(Danod) 등지에서 급성 수인성 설사 환자들을 치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그동안 영양실조가 명백해 보이는 5세 미만 아동 다수를 목격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에티오피아 현장 책임자 올리버 슐츠(Oliver Schulz)는 이렇게 말했다.
“가뭄, 영양실조, 질병은 치명적인 조합입니다. 깨끗한 물, 기반시설, 기금을 제공하려는 더 많은 노력이 절실합니다. 이 같은 도움을 조속히 제공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생명들이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