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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예멘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국경없는의사회 성명

2017.04.26

하이단 병원에서 의료 활동 매니저 로베르토 스카이니(Roberto Scaini) 박사가 한 어린 환자의 폐렴, 중등도 영양실조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 Florian SERIEX/MSF

2017년 4월 25일

예멘의 인도적 위기에 대처하고자 오늘 제네바에서 유엔이 구호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즉시 기금을 늘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최우선에 둘 것을 공여 주체들에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붕괴 직전에 놓인 예멘의 보건 체계는 지원이 절실하다.

예멘 곳곳에 의료팀을 두고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사람들이 처한 인도적 위기의 실상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2년이 넘는 전쟁 속에서 숨지거나 부상을 입거나 불구가 된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른다. 우리 팀들은 전쟁 부상 및 다른 폭력으로 부상을 입은 외상 환자 6만800여 명을 치료했다. 우리 환자들 중에는 부엌에서 점심 준비를 하다가 폭격을 맞은 사람도 있고, 밭을 걸어가다가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으며, 가축을 돌보다 지뢰를 밟아 불구가 된 사람도 있고, 집 밖 거리를 다니다 저격수의 총에 맞은 사람도 있다.

예멘 전역에 살고 있는 수백만 지역민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구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멘 경제는 대부분 무너진 상태이며, 기본적인 서비스도 제 기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사회적 안전망도 불안한 상태다. 우리가 치료하는 수많은 환자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의료진의 가족들은 생계 수단을 잃어 버렸고 질병, 치솟는 물가, 식량·연료·전기 등 생필품 부족으로 막막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진을 포함한 공무원들은 벌써 수개월째 봉급을 받지 못했다. 깨끗한 식수, 양호한 위생시설, 기본 위생물품들은 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폭력을 피해 살던 집을 떠나야 했는데, 그 많은 가족들이 불안한 지역 곳곳에서 빽빽하게 모여 지내야 했다.

예멘 내 의료적 필요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데 대응하여 우리는 활동 규모를 확장했으며, 지난해 활동 예산은 미화 7천만 달러에 육박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예멘에 국제 구호 활동가 및 현지인 직원 등 1600여 명을 배치해 예멘 내 병원 12곳과 보건소 18곳에서 의료 활동을 실시하면서, 예멘에서 효과적인 방식으로 직접적인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사실 지금의 인도적 지원은 시급히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공여 주체들은 즉시 기금 규모를 늘리고 생명을 살리는 활동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는 기금 운용 방식에 있어 평소보다 더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편, 유엔은 인도적 위기의 3단계 발표에 맞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긴급 상황과 치안이 매우 불안한 환경에 적합한 지침, 탄탄한 상황 관리, 이미 예멘에서 활동하는 유엔 기관 및 비정부기구에 대한 실질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

예멘 보건 체계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시급한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가 활동하는 예멘 내 10개 주에서는 제대로 운영되는 의료 시설, 특수 지원, 의료 장비, 의료진, 의료 물자 등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의료 지원을 구하기가 몹시 어렵다. 부상자와 만성질환 환자들은 불가피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으며 아동·임산부·노인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졌다. 보건 체계의 붕괴를 막고 그나마도 계속 줄어들던 급여에 의존해 살았던 가족들이 궁핍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공무원 특히 의료진의 급여 지급을 재개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기금 확대만으로는 무력 분쟁 속에서 민간인들이 겪는 피해를 전부 해소할 수 없다. 오늘 한자리에 모여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공여국들은 전쟁으로 인해 예멘의 남성, 여성, 아동들이 받는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도 적극 강화해야 한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구호 단체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적 접근을 개선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항구와 공항을 다시 열고, 국제 활동가들이 예멘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수입을 제한하고 선박 항로를 바꾸며, 세관 통과를 지연시키고, 필수 물품을 압수하고, 비자와 통행 허가를 가로막는 등 인도적 지원을 의도적으로 가로막는 행위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의약품·주식 등 필수 물자들의 예멘 반입이 허용돼 가장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 운송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 시설과 의료진을 포함해 민간인 및 민간 기반시설이 국제인도법의 보호를 받도록 확실히 해 줄 것을 전쟁의 모든 당사자와 동맹 단체에 촉구하는 바이다. 그동안 병원들은 여러 차례 폭격, 미사일, 공습, 총격의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시설 4곳도 포함된다. 이 공격들 속에 우리 환자와 직원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급차들은 총에 맞고, 물품을 압수 당하고, 무장 남성들의 강압적인 침입을 당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출근길에 총에 맞기도 하고, 폭행과 구금을 당하기도 했으며, 총으로 위협을 받기까지 했다.

오늘 우리는 민간인과 의료진을 보호하고 부상자와 환자들이 의료 지원을 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을 모든 당사자들에게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 읽기: “예멘 위기: 가로막힌 구호, 허물어져 가는 보건 체계”

예멘 알 살람(‘평화’)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