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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지구: “생명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도록”

2024.06.17

제닌(Jenin)과 툴카렘(Tulkarem)에서 의료지원이 가장 필요한 이때, 이스라엘군은 그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고 있다

 

이타 헬란드-한센(Itta Helland-Hansen) |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인 서안지구 북부 2개 지역(제닌과 툴카렘)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 서안지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이타 헬란드-한센 ©Oday Alshobaki/MSF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내 급습 활동 폭력성과 빈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부상자 지원을 하려해도 반복적으로 공격, 방해를 받습니다. 2024년 5월 21-23일 사이 제닌 시와 그곳에 위치한 난민 캠프는 42시간 지속된 군사 작전 대상이 됐는데, 이는 잔혹한 습격 작전 패턴 중에서도 가장 오래 지속된 최근의 공격 사례입니다.

  

이 습격은 오전 8시에 어린이들이 등교하고 직장인들이 출근하던 시간에 시작됐습니다. 첫 희생자 중 하나는 닥터 자바린(Dr. Jabarin)으로 칼릴 술레이만(Khalil Suleiman) 병원으로 일하러 걸어가던 중 등에 총을 맞아 사망한 외과의사입니다. 그는 들것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으며, 그의 동료들은 습격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동료를 잃었다는 상실감에도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 습격 작전 중 이스라엘군이 살해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총 12명입니다.

 

제닌에서는 습격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는 등 예측할 수 없는 기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주로 23,000여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기거하는 제닌 캠프가 대상이 됩니다. 캠프와 시내 곳곳에 저격수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크고 무장한 차량들에 탄 군대가 도로를 막고 구급차 가동을 방해합니다. 칼릴 술레이만 병원은 제닌 캠프 입구에서 2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이제는 수 시간이 걸립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이 죽음이 매복한 함정이 되어버려서 부상을 당하거나 기타 급한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처해도 집에 있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24년 5월 21-23일간 이스라엘군 습격 이후 피해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자원 구급대원들과 제닌 캠프를 찾은 국경없는의사회 팀 ©Oday Alshobaki/MSF

대부분의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는 의료지원체계 내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런데 여기, 의료지원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바로 길만 건너면 의료서비스가 있는데 고의적으로 접근이 차단되고 있는 겁니다. 제닌과 툴카렘 습격이 이뤄지던 당시 우리는 의료보건 직원들에 대한 계속적이고 체계적인 공격과 구급차 방해를 목격했습니다. 제가 이야기해 본 모든 구급대원들이 긴급 의료지원을 하려던 중 개인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육체적으로 공격이나 방해받은 상황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몇몇은 위협을 받거나 육체적으로 공격을 당하거나 총격까지 당했습니다. 

 

제닌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칼릴 술레이만 병원 응급부 의사 및 간호사 대상 역량 강화를 진행합니다. 툴카렘의 타벳타벳(Thabet Thabet) 병원에서도 같은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환자들이 제때 병원에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구급차나 캠프 내 의료 및 구급대 자원봉사자들에게도 훈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상자들이 좀더 오래 살아있도록 조치할 수 있는 게 목적입니다.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지원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을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도록 즉각적 구호 그 이상의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제닌과 툴카렘 캠프에 병상 2-3개와 필수적 의료품이 구비된 간단한 방인 안정화 지점을 설치했고요. 그런데 이 안정화 지점들도 이스라엘군이 습격시 공격해 파괴하는 바람에 그곳에서 일하는 게 더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의료 자원봉사자들이 있습니다. 그 이후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이동식 의료 키트를 주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그 외에도 캠프에서 의료인력이 아닌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지혈대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지혈하는 법'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훈련 도중에 가정주부들이 우리에게 구체적인 질문들을 합니다. 압박을 가하기 전에 총탄을 제거해야 하는지, 사지 절단을 하지 않으려면 지혈대를 얼마나 오래 대고 있을 수 있는지 등이요. 이러한 질문들만 봐도 제닌과 툴카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의료보건 접근성 방해가 사람들이 견뎌야 하는 일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습격은 또한 엄청난 규모의 파괴를 동반합니다. 집들이 폭격을 받거나 파괴되고, 거리도 무너지고, 식수위생 시설이 망가지고, 전력도 차단됩니다. 우리는 작은 골프카트 정도 크기의 이동차량인 툭툭을 기부해 제닌 캠프 내에서 툭툭들이 일종의 미니 구급차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툭툭들은 배터리로 움직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습격이 얼마나 길어질지 언제 다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을지 모르니 사용량을 적당히 조절해야 합니다. 발전기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는 없습니다. 또다른 공격 목표가 되어버릴 테니까요. 

 

자신들의 생명조차 계속해서 위협받는 상황이라 두려운데도 불구하고, 자원봉사 구급대원들은 계속해서 부상자들을 돌봅니다. 제닌 캠프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인 모함메드(Mohammed)는 제게 가장 최근 있었던 습격 개시 첫 한 시간만에 저격수의 총탄에 손목을 맞았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병원에 갈 수가 있었어서 붕대를 두른 후 바로 다시 일하러 갔습니다. 어떤 자원봉사자들은 구급대원 조끼를 입고 있지 않을 때 더 안전한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이들은 의료지원이나 사람 목숨이 완전히 경시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의료진 조끼에 방탄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게 오히려 목표물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툴카렘의 누르샴(Nur Shams) 캠프에서 있었던 다른 습격에선 국경없는의사회 훈련을 받은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alestinian Red Crescent Society) 자원봉사 구조대원이 환자를 향해 달려가던 중 다리에 총알을 맞았습니다. 분명 의료계 일을 하고 있다는 징표로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가 병원에 도달해 필요한 치료를 받기까지 7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다행히 그는 살아남았어요.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아무도 듣지 않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곳 사람들은 자기들이 중요하지 않고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세상이 자기들을 버렸다고 느낍니다.

 

닥터 자바린의 장례식이 열릴 무렵 저는 칼릴 술레이만 병원장인 닥터 아부 바커르(Dr. Abu Baker)에게 우리가 국경없는의사회로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가 말하더군요.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건, 세상에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리는 겁니다.”


가자에서 계속 진행중인 전쟁은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지구에서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하는 제한 조치와 폭력 정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3년 10월 7일과 2024년 6월 10일 사이 서안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아동 126명을 포함해 총 521명이다. 이중 대다수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사망자 중 약 74%(팔레스타인 주민 380명 이상)는 특히 제닌과 툴카렘 지역 시내, 마을과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군 작전시 발생했다.출처 그 외에도 2023년 10월 이후 480건 이상의 의료보건시설 공격이 서안지구에서 보고됐다.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