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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죽은 이들을 땅에 묻을 시간조차 없어”

2024.06.17

2024년 6월 8일 토요일 오전(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알 누세이라트(Al-Nuseirat) 난민캠프를 포함해 가자지구 중부 지역(Middle Area)을 집중 폭격했다. 현지 보건 당국에 따르면, 해당 공격으로 최소 27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하고 약 700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알 아크사(Al-Aqsa)와 나세르(Nasser) 병원 의료진과 함께 수백 명의 중상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들 중 다수는 여성과 아동이었다.

닥터 하젬 말로(Dr. Hazem Maloh)는 2013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로 근무했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현재 알 누세이라트 난민캠프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다수의 친구와 이웃을 잃었던 끔찍한 날을 떠올리며 자신의 경험담을 전한다.


공격이 발생하던 날, 저는 3시간 동안 진정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영겁 같던 1시간 동안, 제 큰아들이 어딨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들이 시장에 간지 몇 분 만에 모든 게 발칵 뒤집혔죠. 몇 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여기저기서 미사일과 폭발음이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죠.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어요. 구급차 사이렌 소리도 들렸고요. 마치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 것 같았죠.

 

아들이 돌아왔는지 보려고 일어났는데 아들 휴대폰이 집에 있더군요. 저는 당장 거리로 나가 ‘우리 아들 어딨니? 아들 어딨어?’라고 소리 질렀죠. 가족들은 저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소리를 너무 질러서 나중엔 목소리가 안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한 시간 후, 아들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이 얼굴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서려 있었습니다... 인간에게서는 본 적 없는 것이었죠.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들은 ‘아빠, 사람들이 산산조각 났어! 아이들과 여자들도... 아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들을 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나약한 기분이 들었죠.

 

그 후 저는 집에서 불과 몇 미터 거리에 있는 데이르 알 발라(Deir al Balah)의 알 아우다(Al-Awda) 진료소로 향했습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봤죠. 그들 중 일부는 죽어있었고 일부는 부상당한 상태였습니다. 사망자 3명과 부상자 4명을 태운 구급차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그러던 와중에 제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 형제가 등에 파편을 맞아 피를 토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계속 물었어요.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구급차도 없었어요. 저는 상처 부위를 천으로 묶어 압박하고 살아남을 수 있게 기도하라고 말했습니다.

현지시각 2024년 6월 8일 토요일, 폭격이 가해진 가자지구 중부 지역 소재 알 누세이라트(Al-Nuseirat) 난민캠프의 전경. ©MSF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에겐 죽은 이들을 땅에 묻을 시간조차 없었어요.

 

다수가 제 이웃, 친구, 친적들이었습니다. 아동, 여성, 남성 가릴 것 없이요. 제 친한 친구와 그의 딸인 라님(Raneem)이 둘 다 사망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의학 공부할 준비를 하고 있던 라님은 마지막으로 보던 날 웃으며 제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저 공부를 마치고 나면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마흐무드(Mahmoud) 역시 훌륭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정원을 가꾸고 농사짓는 것을 많이 도와주곤 했죠. 마흐무드가 죽기 전날, 그는 집 앞에 있던 장작을 가져와 자녀들 먹일 국수를 만들기 위해 불을 지폈습니다. 그는 제게 ‘저 이제 마끌루바(Maqluba, 팔레스타인 국민 음식)’보다 맛있는 국수를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마흐무드 역시 토요일에 세상을 떠났죠.

 

라미(Rami)는 소박한 낚시꾼이었습니다. 공격이 발생하기 하루 전, 그는 제게 ‘전쟁이 끝나면 다시 바다에 나가 수영할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라미 또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제 그들을 다신 볼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