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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이라크: 천막에서 분만실로 … 시리아 난민의 출산을 위한 안전한 공간 마련하기

2018.01.19

아블라 알리는 이라크 북부 도미즈 난민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산부인과 진료소에서 조산사 및 임신·출산 의료 감독으로 활동했다. 도미즈 난민캠프에는 현재 3만여 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MSF/Sacha Myers

천막 안에서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던 조산사 아블라 알리(Abla Ali)는 좌절했다. 아기 어깨가 끼어 있었고 산모는 벌써 네 시간째 진통 중이었기 때문이다. 장비도, 보조도 없던 아블라는 자신의 두 손을 의지해야 했다. 그렇게 아블라는 있는 힘을 다해 마침내 그 작은 아기를 세상과 만나게 해 주었다.

이는 2013년 아블라가 이라크 북부 도미즈 난민캠프에 막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아블라는 살던 도시에 교전이 일어자 가족들과 함께 시리아를 탈출했다. 이웃 집은 폭격을 맞아 무너지면서 온 가족이 몰살당했다. 아블라는 운 좋게 목숨을 지켰지만 캠프 생활은 힘겨웠다고 말했다.

“캠프에는 화장실이나 물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없었어요. 춥고 비가 오는 날에는 천막 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거기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견뎌 보려고 애썼죠. 제 여동생 중 한 명은 한 달을 꼬박 울었어요. 버티기가 힘들었던 거예요. 다마스쿠스에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어요.

시리아에서 조산사 교육을 받았던 아블라는 캠프에 와서 바로 조산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캠프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가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아블라는 천막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들을 도와주었다. 아블라는 위험한 분만을 보기 전까지는 상황이 괜찮았다고 했다.

“아기 어깨가 끼어 있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때면 늘 걱정에 휩싸였어요. 그저 제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아기가 살아남길 바랐죠. 때로 몹시 힘겨운 분만을 치르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팔을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였어요.”

그때 이후로 도미즈 난민캠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3만여 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여전히 살기는 어렵지만 생활은 조금 나아진 편이다. 천막들은 양철을 지붕으로 올린 콘크리트 거처로 바뀌었고, 간이 카페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리아 음식을 제공하며, 카펫 상점들은 먼지가 이는 거리에서 물건을 내놓고 판다.

그리고 이제 여성들은 더 이상 천막 바닥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산부인과 진료소를 세워 캠프 여성들이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출산 전후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미즈 난민캠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산부인과 진료소에서 첫 번째로 태어난 아이 ⓒMSF/Sacha Myers

쇼라쉬(Shorash, 29세)는 이 진료소에서 아이를 낳은 첫 번째 산모다. 쇼라쉬는 아이를 받아 준 산모에게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고, 이렇게 해서 지은 이름이 ‘이슬라’(Isla)였다. 이후 쇼라쉬는 이 진료소에서 둘째 쉬파(Shifa)도 낳았다.

쇼라쉬는 이렇게 말했다.

“이웃들한테서 산부인과 이야기도 들었고,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와서 새 진료소가 생길 거라는 소식도 전해 주었어요. 이곳에서 정말 좋은 의료 지원을 받고 있고, 직원 분들이 정말 잘 보살펴 주신답니다.”

“직원 분들이 와서 검사도 해 주셨고, 출산 전후로 저를 잘 살펴봐 주셨어요. 저는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지원이 정말 좋았어요. 이 산부인과 진료소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니 다른 데 가서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이곳에 오는 편이 훨씬 나은 거죠.”

지난 4년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이곳에서 신생아 3400여 명의 탄생을 돕고, 27,400여 회의 부인과 진료를 제공했다. 처음에 아블라는 이 진료소에서 조산사로 활동하다가 나중에는 임신·출산 의료 감독으로 일했다. 아블라 역시 이 진료소에서 자신의 아이를 낳았다.

“우리는 여성 분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임신 초기부터 분만 이후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자 노력하죠. 여성 분들이 여기 오시면 더 편하게 느끼세요. 진료소 직원들도 캠프에서 지내고 있고, 모두들 시리아 난민들이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도훅 보건부와도 협력하고 있는데요. 도훅 보건부에서는 이 진료소에 예방접종을 제공해 주고 있어요.”

“사실 제 아이를 낳으려고 여기 온다는 게 조금 당황스럽긴 했어요. 하지만 이 진료소는 깨끗하고, 직원들도 믿음직스럽고, 이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게 됐죠.”

“조산사로 일하면서 가장 좋은 부분은 바로 엄마들이 무척 고마워한다는 거예요. 캠프에서도 제가 지나가면 저를 멈춰 세우고는 아이들을 불러다 이렇게 말씀해 주세요. ‘이분이 아블라 선생님이셔. 너를 받아주신 훌륭한 조산사 선생님이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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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 도미즈 난민캠프에서 산부인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산전·산후 지원 및 가족계획 서비스 제공을 시작으로, 2014년도에는 프로젝트를 확대해 24시간 분만실, 중증도 분류실, 부인과 진료실을 갖춘 종합 산부인과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2017년 11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도미즈 난민캠프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도훅 보건부에 산부인과 진료소 활동을 인계했다. 앞으로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라크 전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현재 아르빌, 디얄라, 니네와, 키르쿠크, 살라헤딘, 안바르, 바그다드 등지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종, 종교, 성별,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료 지원을 실시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이라크 프로그램 활동에 있어 특정 정부 및 국제 단체의 기금을 받지 않고, 세계 곳곳의 대중이 지원하는 민간 기금을 바탕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