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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무력 분쟁에 둘러싸여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2018.01.19

풀카에 있는 임시 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줄을 정돈하여 나이 드신 어른들도 담요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이 캠프에서는 거처 없이 노숙하는 사람이 6천여 명에 이른다. ⓒMSF

루이스 에구일루즈(Luis Eguiluz) / 국경없는의사회 나이지리아 현장 책임자

풀카는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군이 통제하는 고립 지역으로, 이곳은 나이지리아 군과 보코하람이라는 무장 단체가 분쟁을 벌여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땅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풀카는 보르노 주도 마이두구리에서 약 100km 떨어져 있는데요. 우리 팀들은 이곳을 갈 때 헬리콥터나 혹은 유엔이 운영하는 항공기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치안이 계속 불안하기 때문이죠.

분쟁이 있기 전까지 이 도시에는 3만 명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지역에서 교전을 피해 떠나온 수많은 피난민들까지 있어서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최근에 풀카에 갔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그곳에서 응급 서비스를 포함한 1차, 2차 의료를 지원하고, 산부인과 지원 및 정신건강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피난민 캠프에도 갔었는데요. 그곳에 있는 나무 천막과 하얀 캔버스 천막들은 이제 도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한 여성 분의 말을 들어 보니, 자녀 네 명에 더해 엄마를 잃은 아이들 넷까지 돌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이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자신의 자녀가 아닌 아이들을 위한 배급표는 받지 못하기 때문에, 네 명이 먹어야 할 것을 여덟 명에게 나눠 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피난민 가족들도 만나 봤습니다. 대다수가 여성과 아동들이었죠. 캠프에 남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집과 경작지를 지키려고 마을에 남은 이들도 있었고, 탈출하기가 무서워 살던 곳에 남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생필품인 물과 식량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인이든 피난민이든 풀카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도시 외곽에 있는 경작지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곳이 유일한 생계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공격 위험이 너무 높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겁니다. 나이지리아 군은 사람들이 시내에서 일부 거리에 해당하는 곳까지만 다니도록 허락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만 농작물을 재배해야 하는 거죠. 요리를 하려고 나무도 구해 오고 하지만, 필요한 것을 다 채울 만큼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급수처에 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호소하는 여성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할 것이 없어서 캠프와 시내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학교들도 다 문을 닫은 데다 교사들도 마이두구리로 가버렸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가 기획한 몇몇 놀이를 빼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습니다. 옷가지를 좀더 챙겨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여성 분들도 많았습니다. 약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피난민 대다수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마을을 떠나 왔기 때문이죠.
지금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충격적인 일들을 수없이 겪으며 고통받았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끔찍하게 죽는 모습을 본 사람도 많고,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과 소녀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정신건강 서비스가 무척 중요한 상황입니다. 피난민 중에는 무력 단체가 쳐들어와 사람들을 죽이고 집을 태우기 시작하자 도망쳐 나온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분쟁이 벌어지는 동안 살던 곳에 그대로 있다가 풀카로 온 이들도 있었습니다.

풀카 임시 캠프에서 담요를 받고 있는 피난민들. 현재 이 캠프에서는 거처 없이 노숙하는 사람이 6천여 명에 이른다. ⓒMSF

턱없이 부족한 천막

풀카에는 귀환민들도 있습니다. 풀카를 떠나 마이두구리 등 나이지리아 내 다른 지역 혹은 카메룬으로 피신했다가, 나이지리아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다시 풀카로 돌아오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이들이 돌아온 캠프의 여건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모두가 인도적 지원에 의존해 살아가는데, 그마저도 충분치 않은 상황입니다. 공공 서비스도 없고, 행정 서비스나 학교도 없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일거리도 없어서 사람들은 식량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보르노 주에서 인도주의 활동이 주로 이루어진 곳은 마이두구리였습니다. 풀카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단체들은 숙련된 인력이 없어서 지역민들의 필요사항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장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는 직원 200명을 고용해 풀카 사람들의 필요사항을 채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피난민들은 식량이나 물도 없이 꼬박 며칠을 걸어서 풀카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풀카에 도착한 사람들은 군에게 보안 검문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피난민으로 등록해 의료 지원, 긴급 식량 배급, 예방접종 등을 받는 거죠.

이런 서비스들은 넉넉한 여건 속에 제공되지 않으며, 치안 부대의 엄격한 감시 속에 진행됩니다. 피난민으로 등록된 사람들은 공동 임시 천막에 가서 가족들이 머물 곳을 배정 받으려고 기다리는데 이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현재 거처를 배정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7천 명이 넘는데요. 그들 중 6천 명은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풀카의 춥디 추운 밤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거죠.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거처가 부족하기 때문에 홍역, 뇌수막염과 같은 유행병이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추운 날씨 속에 오래 있으면 호흡기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데, 특히 아동들은 그 위험이 더 큽니다. 가족 천막 건축이 늦어져, 우리 팀들은 긴급히 담요를 배급해 사람들이 추위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종종 묻는 질문이 있는데요.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분쟁이 인도적 위기의 원인이냐 아니면 결과냐 하는 질문이죠. 이곳 사람들의 인도적 필요는 보르노 주의 구조적인 문제가 불러온 결과이기도 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계속된 분쟁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분쟁 이전에도 이미 보건 수준은 낮았거든요. 하지만 대규모 피난, 필수 서비스 접근성 부족, 인도적 지원 수준 미비 등으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