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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유럽 정부, 사람들 리비아 구금과 익사로 내모는 정책 중단해야"

2018.07.02

Roland Schilring

아쿠아리우스가 발렌시아 항구를 나서고 있다. 구조선 아쿠아리우스는 예상치 못한 8일간의 기나긴 여정 끝에 스페인에서 3일을 머물렀다. 이제 아쿠아리우스는 다시 리비아 연안 공해상으로 나가 생명 구조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 구조된 106명을 발렌시아에 상륙시킨 후 지금까지 아쿠아리우스는 선박에 물자를 보충했다.

2018년 6월 29일, 암스테르담

유럽 이사회 정상회담을 위해 각국 대표가 모인 오늘, 인도주의 의료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 정부들은 다시 각성하고, 극도로 취약한 사람들을 리비아에 가두거나 바다에서 죽도록 내버려두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지중해에서는 최소 220명이 익사하는 등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이는 피할 수 있는 비극이었다. 유럽 정부들은 비정부기구의 수색 구조 활동을 차단시키고 구조 임무를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넘겨주었다.

유럽 정부들은 곤경에 처한 배들을 붙잡아 리비아로 송환하도록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기금, 훈련, 장비 등을 제공하고 있다. 리비아로 돌아온 사람들은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 붙잡혀 있게 된다. 유례 없는 상황 전개 속에서 지난 주말에만 약 2000명이 리비아로 송환됐다. 사람들은 리비아 도착 즉시 적절한 법적 절차도 밟지 못한 채 임의로 구금당했다.

몇 달 전 리비아 노예 시장에 관한 보도에 강력히 비난의 뜻을 표명했던 바로 그 유럽 정부들이 지금은 리비아에 갇힌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적극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갇혀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유일한 ‘범죄’가 있다면 분쟁, 폭력, 빈곤으로부터 탈출한 것뿐이다.

“EU 회원국들은 생명을 구할 책임을 저버리고, 취약한 사람들이 리비아에 갇히거나 바다에서 죽을 운명에 처하도록 의도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일을 저지르는 그들이 리비아에서 난민 • 이주민이 겪는 극도의 폭력과 학대의 실상을 결코 모르는 바가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 국가들이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고, 지금 우리가 논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명과 고통'이라는 것을 기억해주길 촉구한다. 수색 구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구조된 사람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상륙을 돕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리비아 상륙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_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총괄 

리비아 구금센터에 갇힌 사람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국제 인도주의 단체 및 유엔 기관의 접근이 크게 제한돼 관찰과 지원을 실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러나 지난 한 달여 동안 구금센터 4곳에서 3,300여 차례 진료를 실시했다. 의료팀에 따르면 사람들이 주로 호소하는 질병은 과밀한 공간 등 열악한 생활 환경과 불충분한 식수위생 여건에 기인한다고 한다.

수색 구조 작업이 극도로 요구되는 지금, 비정부 단체의 수색 구조 활동에 대한 조직적 대항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현재 독립적 수색 구조 프로그램은 공해상에서 나날이 더 큰 방해를 받고 주변 항구로의 접근도 거부되고 있다. 아쿠아리우스는 이번주 지중해 중부 해상에서 수색 구조를 전담하는 구조선 3척 중 하나였다.

“바다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유럽 정부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인도적 지원은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부기구를 희생양 삼는 것은 유럽의 연대 혹은 비전 부재, 무너진 망명 시스템 등 실질적인 문제로부터 주의를 뺏으려는 의도다. 이로써 유럽 국가들이 이행에 실패한 일들을 우리가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가로막는 것이다. 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인간으로서 마땅히 존중하지 않는 행위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죽음은 이제 그들의 책임이다.” _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총괄

배경 정보

(1)    6월 9일, 10일 국경없는의사회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 운영하는 아쿠아리우스 구조선은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안전항으로의 입항을 거부당했다. https://www.msf.or.kr/article/3873

(2)    6월 19일-26일, 계속해서 사람들이 익사하고 리비아로 송환되는 가운데, 해상에서 339명이 ‘오퍼레이션 라이프라인’(Operation Lifeline), 상용 컨테이너 선박 ‘머스크’(Maersk) 등에 구조됐으나 인근 항구에서 입항을 거부해 수일간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했다.

(3)    6월 26일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몰타 당국은 아쿠아리우스와 프로액티바 구조선 ‘오픈 암즈’(Open Arms) 모두의 정례 입항을 거부하고 나섰다. 현재 아쿠아리우스는 프랑스 마르세유 항으로 향하고 있다. 또 다시 국제 수색 구조 지대에서 강제로 물러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