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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모술 아동 심리치료 — “예전의 저로 돌아왔어요. IS가 오기 전의 제 모습이요.”

2018.07.06

 

할리프는 딸 라샤와 함께 이라크 북부 피난민 캠프에 살고 있다. 본래 모술 출신이지만 라샤 삼촌이 살해당하고 IS-이라크군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모술을 탈출한 것이다. 2017년 3월, 라샤와 할리프는 아르빌 인근 하산샴 캠프에 도착했고, 이후 라샤는 모술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일들 때문에 끊임없는 공포에 시달렸다. 다행히 라샤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들의 지원을 받으며 공포를 극복해 나갔다. 아래는 할리프와 라샤의 이야기다.

할리프(아버지):

IS가 우릴 죽이려고 해서 (모술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산샴(캠프)으로 왔죠. IS가 파괴를 몰고 온 그때가 제 인생 최악의 날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방으로
 포위를 당했습니다. 정말 힘겨운 시간이었죠. 이동할 수도 없었고 물건을 사고팔 수도 없었습니다.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할 권리도 우리에겐 없었습니다. 의약품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들(IS)이 전화선을 다 끊어 버렸고 휴대폰 사용도 금지됐습니다. 심 카드를 가진 사람은 아마 살해당했을 겁니다. 가스도, 기름도 없어서 사람들은 장작을 피워 밥을 했습니다. 유독 큰 고통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모두가 끔찍한 삶을 살았습니다.

모술 서부에서 전투가 시작되자 어린 아이들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총을 쏘아댔습니다. 폭격 중에 사람들은 거리에서 총에 맞아 쓰러졌고 많은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상자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이었습니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1분 뒤에 죽을지 한 시간 뒤에 죽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하산샴 캠프에 있는) 우리 캠프에 방문했습니다. 그분들이 제 딸아이들을 도와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제 딸아이들과 그렇게 시간을 보내주셔서 국경없는의사회와 의사 선생님께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공포를 잊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IS, 피난 등등 과거 일들을 떠올리면 아이들이 또 다시 공포를 느낄 수도 있는데, 의사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들이 더는 무서워하지 않더라고요.

캠프 생활도 어느덧 1년이 됐네요. 앞으로 우리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모술, 이라크 사람들은 지금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라샤(딸):  

제 이름은 라샤이고, 저는 2007년에 태어났어요. 과목 중에는 영어가 좋아요.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거예요. 또 저는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 놀이와 운동도 좋아해요. 축구도 좋아해요.

저는 크면 통역가가 돼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영어를 말할 줄 모르면 제가 통역을 해줄 거예요. 통역가가 되면 사람들이 제게 아랍어로 말해준 것을 제가 영어로 말해 줄 거예요.

의사가 되고 싶기도 해요.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싶거든요. 사람들이 다시 건강해져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IS가 왔을 때 우린 (모술에 있는) 탈 알-루만 동네에 있었어요. 총알이랑 뾰족한 조각들이 우리집과 옆집을 뚫고 들어왔어요. 엄마는 우리들이 다칠까 봐 우릴 데리고 삼촌 집으로 갔어요. 그날 밤은 거기서 보냈어요. 다음날 우린 다른 집으로 가고 싶었어요.

아빠는 큰 삼촌(알리)한테, 정문으로 나가 골목 쪽으로 가 보겠다고 했어요. 알리 삼촌은 작은 문으로 나가 큰길까지 나가 보겠다고 했죠. 그때 저는 아빠랑 제 남동생 무사드와 함께 있었어요. 우리가 문으로 나가려는 순간 누가 우릴 향해 총을 쐈어요. 우리는 얼른 부엌으로 숨었어요. 그때 아빠가 “알리! 알리! 알리!”하고 소리쳤지만 삼촌은 대답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빠가 밖으로 나가 봤더니 차 옆에 삼촌이 죽어 있었어요. 저도 그 모습에 몹시 놀라고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캠프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국경없는의사회에 찾아가기도 해요. 국경없는의사회가 저를 낫게 도와줬어요. 지금 저는 훨씬 더 좋아요. IS가 왔을 때 제가 보고 들은 것들 때문에 생긴 공포에서 벗어났어요. 예전의 저로 돌아온 거예요. IS가 오기 전의 제 모습을 찾았어요.

 


1991년부터 이라크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1차 • 2차 의료, 산부인과 진료, 만성질환 치료, 전쟁부상자 수술 • 재활, 정신건강 지원, 보건 교육 활동 등을 실시한다. 현재 우리는 아르빌, 디얄라, 니네와, 키르쿠크, 안바르, 바그다드 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모술, 아르빌 근처에 있는 실향민 캠프 주변 6개 장소에서 고혈압 등의 비감염성 질환 치료와 정신건강 지원을 하고 있다. 정신건강 서비스로는 심리 • 정신과 상담, 집단 치료, 심리사회적 상담, 아동 치료 등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