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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이곳은 난민과 망명 신청자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닙니다”

2019.10.07
  • 엘살바도르,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로 많은 주민들이 폭력을 피해 고국을 탈출
  • 최근 발표된 미국•엘살바도르 정부 간 협정은 미국이 망명 및 보호 책임을 타 정부로 넘기고자 하는 움직임 존재
  • 국경없는의사회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이 심한 나라 중 하나이며 미국에서 추방된 망명 신청자들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 주장

국제 인도주의 의료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미국과 엘살바도르 정부 간 협정이 발표됨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폭력이 심한 국가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는 미국에서 거부당한 망명 신청자에게 안전한 장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엘살바도르는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난민을 수용하며, 망명 신청자나 미국에서 추방된 이들에게 기본적인 보호를 제공할 역량이 없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부터 엘살바도르에서 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 책임자 스테판 풀롱(Stéphane Foulon)은 "엘살바도르는 자국민의 안전 조차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우리가 활동하는 지역 주민들이 겪는 일상적인 폭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에 만연한 폭력 때문에 사람들은 북쪽으로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살기 위해 엘살바도르를 떠나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입니다. 미국 정부조차도 엘살바도르를 위험국가로 간주하고 자국민에게 엘살바도르 여행을 삼갈 것을 권고합니다.” _ 스테판 풀롱 국경없는의사회 엘살바도르 현장 책임자

풀롱은 이어 “작년부터 미국에서 추방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엘살바도르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지원 여력이 부족해진 것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엘살바도르간 협정은 미국이 망명 및 보호 책임을 다른 정부로 넘기고자 하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엘살바도르 정부와의 합의, 또한 앞서 과테말라•온두라스와 맺은 협정은 이 국가들이 망명 신청자에게 안전한 피난처와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이런 국가간 합의는 자국의 폭력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과 멕시코의 이주 루트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줄 뿐입니다. 그들은 엘살바도르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될 것입니다." _ 스테판 풀롱 국경없는의사회 엘살바도르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 북부에 도착한 이주민을 대상으로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 Juan Carlos Tomasi/MSF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를 종단하는 이주민을 위한 보호소에서 치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온두라스, 과테말라, 또는 엘살바도르에서 온 사람들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멕시코 현장 책임자인 세르지오 마르틴(Sergio Martín)은 "수천 명이 극도의 폭력을 피해 탈출하고 있는 나라를 적절한 피난처라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와 같은 국가 간 합의가 중 이들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떤 합의나 장벽도 이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런 합의들로 이득을 볼 사람들은 밀입국 알선업자들뿐입니다.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들이 점점 더 위험한 루트를 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폭력과 강탈에 더 취약해집니다."

엘살바도르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올해 들어 총 1,434명에게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했다. 이들 중 57%는 폭력을 당했거나 폭력으로 인한 손실을 입었다. 온두라스 테구시갈파(Tegucigalpa)에서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성폭력 피해자 1,983명과 기타 폭력 피해자 2,482명을 치료했다.
 
멕시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계속해서 이주민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정신건강 환자의 88%가 폭력 피해자였다. 이들은 안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나라에서 치료와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는 폭력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엘살바도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지역 ©MSF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부터 엘살바도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도 산살바도르와 소야팡고(Soyapango)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며 범죄조직의 폭력 때문에 자유롭게 거주지역을 벗어날 수 없어 의료 접근이 어려운 주민들을 돕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소야팡고에서 구급차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내 실향민 및 강제 이송자에 대한 지원도 시작했다. 멕시코에서는 타파출라(Tapachula), 테노시케(Tenosique), 코아트사코알코스(Coatzacoalcos), 멕시코시티, 누에보라레도(Nuevo Laredo), 멕시칼리(Mexicali), 레이노사(Reynosa), 마타모로스(Matamoros)에 마련된 보호소에서 의료 및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온두라스에서는 1974년 활동을 시작해 촐로마(Choloma)와 테구시갈파(Tegucigalpa)에서 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의료와 심리 • 정신사회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