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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소말리아: 중앙 소말리아 주민을 위한 의료 지원

2019.12.10

소말리아 남부와 중부는 최근 홍수 피해를 입어 수재민 수십만 명이 발생하며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홍수 이전에도 소말리아의 주민들은 수십 년간 지속된 분쟁으로 인해 이미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소말리아 중부의 마을 갈카요(Galkayo)에는 폭력, 가뭄 및 기타 자연 재해를 피해 온 국내실향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또한 이주민과 난민도 있으며,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찾아 에티오피아의 소말리 주에서부터 넘어 오는 사람들도 있다. 

무두그(Mudug) 지역병원은 도시 내 주요 진료 의뢰 병원으로, 약 50만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 5월부터 이 병원을 지원해왔으며, 응급실 운영, 영양실조 소아 환자 및 결핵 환자를 치료, 임신 합병증이 있는 산모 지원 및 이동 진료소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갈카요에서 만난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말리아 갈카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제 딸 파르히야(Farhiya)가 힘이 하나도 없고 불러도 미동조차 없었어요. 마치 기절한 것 같았어요. 오후 3시 정도에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가 응급실로 바로 데려갔습니다. 무척 걱정 됐어요.” 카드로 아흐메드 압디 (Khadro Ahmed Abdi)

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 지라레 마을의 카드로는 11개월 된 딸이 병이 들자 이웃의 조언대로 마을에서  5시간 정도 떨어진 무두그 지역병원을 찾았다. 8명의 다른 자녀는 남편에게 맡겨야 했다.  전통 목축에 종사하는 카드로의 가정은 가뭄이 든 지역에 살면서 하루 한 끼로 연명하고 있다. 파르히야는 심각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으며, 갈카요에 도착했을 땐 혼수상태였다. 간호사는 파르히야를 바로 입원환자 급식센터에 입원시켰다. 

“딸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영양이 풍부한 우유와 플럼피넛(땅콩 기반의 고칼로리 치료식)를 섭취하니 금방 나았고, 이틀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치료를 받지 못해서 제 딸과 같은 많은 아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어요.”_카드로 

소말리아 갈카요의 무두그 지역병원 소아병동에 입원한 카드로 아흐메드 압디의 생후 11개월 딸 파르히야. © Abdalle Mumin/국경없는의사회

 

 

가뭄과 폭력

소아 영양실조는 소말리아 전역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특히 폭력과 가뭄 때문에 집을 떠나 도시 빈민촌에 정착한 가정에 흔히 나타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 무두그 지역병원에서 약 2천명의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했다. 

기존의 빈곤과 열악한 생활 환경에 더해 최근 몇 년 간 강수량이 부족한 우기가 이어져  영양실조가 급증했다. 유니세프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소말리아의 5세 미만 아동 중 90만 3천명이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으며, 그 중 13만 8천명은 심각한 영양실조가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팀은 생후 8개월 빌랄(Bilal)을 불로 바레이 (Bulo Ba’ley) 실향민 캠프에서 병원으로 이송했다. 빌랄은 급성 설사에서 회복 중이다. 빌랄의 어머니 25살 콰사르 이브라힘이 빌랄을 병원으로 데리고 오는 동안 다른 세 자녀는 임시 노동자로 일하는 아버지가 맡았다. 

“빌랄은 3일 동안 설사를 해서 심각한 탈수 상태였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치료를 받았어요. 이제 설사는 멈췄고 아들도 다시 괜찮아졌어요. 빌랄이 다시 건강해져서 곧 집에 갈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_빌랄의 어머니 카우사 이브라힘(Kawsar Ibrahim)

발랄은 입원해 치료 받은 지 5일 후 퇴원할 수 있었다.

 

소말리아 갈카요 무두그 지역병원에서 8개월 아들 빌랄을 안고 있는 콰사르 이브라힘 오스만. 빌랄은 설사와 영양실조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 Abdalle Mumin/국경없는의사회

 

열악한 생활 환경과 계속되는 피난

갈카요 마을은 행정 구역 상 남북으로 나뉘어 각각 푼틀란드(Puntland)와 갈무두그(Galmudug)주에 속한다. 소말리아 전역에서 온 국내 실향민으로 인해 마을 인구는 10만 명 이상 늘어났다. 국내 실향민은 자원이 부족한 캠프 내에서 생활하는데, 그 중에는 몇 년 째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은 도시 양쪽에서 오는 실향민 및 난민, 지역 주민을 위해 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갈카요에는 실향민 캠프가 70개가 넘습니다. 게다가 매주 소말리아 내 분쟁이나 가뭄이 있는 지역에서 계속해 사람들이 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팀은 매일 23개 캠프를 방문해 기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각한 의료적 필요가 있는 환자를 이송합니다. 실향민들은 충분한 식수와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영양실조 아동이 많습니다.”_국경없는의사회 무두그 지역병원 의료활동 부책임자 바시르 무세 핫산(Bashir Muse Hassan)

 

소말리아 무두그 지역병원 치료급식센터에서 간호사가 영양실조 아동을 위한 우유를 준비하고 있다. © Abdalle Mumin/국경없는의사회

 

임신·출산 합병증 치료

갈카요에는 영양실조 아동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다. 전 세계에서 모성사망률이 가장 높은 소말리아에서는 임신과 출산 과정의 합병증을 다루는 것이 산모의 가족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큰 어려움 중 하나다.  

7명의 자녀를 둔 32살 데가 아윌 핫산 (Deqa Awil Hassan)은 최근 의사로부터 자연분만이 어렵다는 소견을 들었고, 가족의 동의 하에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 

“임신 25주차에 자궁 출혈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에티오피아의 소말리 주 보크 지역 출신이라 처음에는 갈도고브(Galdogob; 에티오피아 국경 인근 마을)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의사가 이 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했습니다. 이번이 7번째 임신이어서 좀 무서웠어요. 다행히도 건강한 남자 아이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저와 아이 모두 상태가 괜찮아서 다행이에요. 아이가 산 채로 태어난 게 큰 행운이어서 아이 이름을 ‘압디 나십(‘운명을 따르는 자’라는 뜻)’으로 지었어요.”_데카 아윌 핫산

무두그 지역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압둘라히 모하메드 무세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 데카 아윌 핫산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Abdalle Mumin/국경없는의사회

 

2019년 6월 무두그 지역병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출산 합병증이 있는 170명 이상의 산모와 긴급 제왕절개가 필요한 산모 19명을 치료했다.  

“이 숫자를 보면 이 지역 사회에 임신·출산 합병증에 대한 의료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_바시르

산부인과 의사 압둘라히 모하메드 무세(Abdullahi Mohamed Muse)는 자궁 내부 출혈은 임신 중 흔히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이 있는 산모 중 30%만이 제왕절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태를 긴밀히 관찰하고 검사하면서 산모와 태아를 살리기 위해 어떤 개입이 필요한지 판단합니다. 긴급 제왕절개 같은 수술은 산모의 생명에 지장이 있을 때만 진행합니다. 우리는 이를 가족에게 설명하고, 산모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합니다. 이것은 소말리아의 모성 사망률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_ 의사 압둘라히 모하메드 무세 

결핵 치료

무두그 병원의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또한 결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결핵은 갈카요의 실향민 캠프와 같은 과밀집된 생활 환경에서 확산되기 쉬운 질병이다. 소말리아에서는 결핵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치료를 받더라도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약제내성 결핵이 발생활 확률이 높다. 

현재 일반 및 약제내성 결핵 치료 프로그램에는 172명의 환자가 등록되어 있으며, 2019년 상반기에는 100명의 환자가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쳤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어려움도 있다. 결핵 병동 개설 당시부터 병동을 관리해온 누르 아흐메드 누르(Nur Ahmed Nur)는 환자가 복약을 중단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역사회와 협력해, 환자가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가족이나 친척이 동행해 치료를 지원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후속 관리를 통해 환자가 매일 약을 복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약제내성 결핵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_누르

갈카요 북부에 사는 40세 파르도사 후세인 핫산(Fardowsa Hussein Hassan)은 폐결핵이 생겨 치료를 받았다.  6월 핫산은 첫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정기 검진을 받고 있다. 

 “1월 병원에 처음 왔을 땐 힘이 없고 아팠습니다. 몇 주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병원 연구실에서 가래 검사를 한 결과 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바로 치료를 시작했고, 6개월 후 다시 검사 하니 음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병원과 결핵 병동 관계자 모두에게 정말 감사합니다.”_파르도사 후세인 핫산

국경없는의사회는 1991년부터 소말리아와 소말리랜드(Somaliland) 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2013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에 대한 일련의 공격으로 활동을 철수해야 했다. 4년 후 2017년 5월부터, 소말리아의 심각한 의료 필요를 인식해 의료 구호 활동을 재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에서 2차 보건의료와 입원환자 관리를 제공하며, 난민, 국내실향민, 이주민을 중심으로 이동진료소 또한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소말리랜드 (하르게이사(Hargeysa), 보라마(Borama), 부라오(Burao), 베르베라(Berbera), 라스 아노드(Las Anod)), 푼틀란드 (북 갈카요), 남서부 (바이도아(Baidoa))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주바랜드(Jubaland)에 출입하며 이동 영양관리와 긴급 구호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곧 갈무두그 주 남갈카요 병원에서도 의료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