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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다다브 난민캠프 – 소말리아 난민 본국 송환은 “비인도적이고 무책임한 처사”

2016.10.18

케냐 다다브 캠프에서 지내는 소말리아 난민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픈 자녀들을 난민캠프 외곽에 자리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새 급식센터로 데려오고 있다. ⓒBrendan Bannon

케냐 정부가 발표한 다다브 난민캠프 폐쇄일자가 임박해 오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케냐 정부와 유엔난민기구(UNHCR) 및 원조국들을 대상으로 수천 명의 난민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소말리아로 되돌려 보내는 정책을 대신한 대안을 찾아줄 것을 촉구했다.

다다브에서 소말리아로: 다시 위험으로 내몰리는(Dadaab to Somalia: Pushed Back Into Peril)”이라는 보고서에도 기록한 것처럼 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난민 80% 이상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결국 난민캠프에 갇혀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다시 소말리아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소말리아로 돌아가게 되면 억지로 무장 단체에 끌려가거나 성폭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소말리아의 의료 지원 결여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은 애초에 사람들이 소말리아를 떠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에서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두 송환할 경우 이에 따른 의료상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브루노 조쿰(Bruno Jochum)은 “25년을 끌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난민캠프가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난민캠프를 폐쇄해 버린다면 결국 이 사람들을 의료 시설이라고는 찾기 힘든 분쟁 지역으로 다시 밀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며 “이러한 결정은 전 세계 난민 보호에 또 다른 암운을 던지는 것이며, 우리는 위험에 빠진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총체적인 난국에 다시 빠지게 됩니다. 최근 유엔에서는 소말리아 내에서 기아 위기에 처한 사람이 5백만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더 많은 사람을 소말리아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비인도적이고 무책임한 처사입니다.”라고 말했다.

소말리아: 의료 서비스 부족 문제 심각

다다브 내 5개 난민캠프 중 1곳인 다가할리 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소말리아에서 들어오는 어린이들이 여러 예방 가능한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소말리아가 기본 의료 서비스조차 제공 못할 정도로 의료 체계가 망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임산부들을 소말리아로 돌려보낸다면 이들은 거의 아무런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며, 결국 임신부나 태아의 목숨이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고혈압 환자들도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다가할리 캠프의 경우 국경없는의사회가 돌보는 정신질환 환자의 70%가 약을 복용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케냐 현장 책임자 리스베스 아엘브레치(Liesbeth Aelbrecht)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약을 끊으면 인지 기능과 행동 발달이 역행하게 됩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의료 지원 자체가 없는 나라로 이들을 돌려보낸다면, 이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케냐, UNHCR 및 원조 국가들에 호소: 조속히 다른 해결 방안 마련해야

다가할리 캠프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난민 중 86% 는 소말리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치안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는데, 남녀를 막론하고 거의 모두가 소말리아에 돌아가면 성폭력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경없는의사회는 UNHCR이 홍보하고 있는 ‘자발적’ 송환에 의문을 표한다.

리스베스 아엘브레치 현장 책임자는 “난민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두려움은 실질적인 것입니다.”라며 “본국으로의 송환은 모두 자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소말리아에 돌아가면 어떤 상황과 조건이 기다리고 있는지 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 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경선 부근에 다다브 식의 캠프를 세우는 것은 단지 책임을 분산하고 전가할 뿐이며, 그것으로 난민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보호를 제공할 의무를 다할 수 없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케냐 내에 소규모 캠프를 설치하거나, 제3국 정착을 늘리거나, 난민들이 케냐 지역사회에 통합시키는 것 등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시급히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케냐 정부 혼자 해결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으며, 국제사회가 그 책임과 비용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도 했다.

리스베스 아엘브레치 현장 책임자는 “다른 해결책은 제시해 주지 않고, 수천 명에 달하는 난민들을 다시 갈등과 극심한 위기 속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애초 그런 상황 때문에 고국을 떠나 온 사람들입니다.”라며 “케냐 혼자 이 모든 부담을 짊어져서도 안 됩니다. 원조국에서 지원하는 자금은 난민들이 피신한 국가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며, 전쟁 지역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다다브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2년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다가할리 캠프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단체이다. 이들은 다가할리 캠프에서 100개 병상을 갖춘 병원 및 보건지소 2곳을 두고 외래환자를 보고 있으며, 정신건강 상담, 수술, 출산, HIV/TB 의료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 이 곳에서 제공한 외래 진료는 18만2351회이며, 입원 환자는 1만1560명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다다브 프로젝트는 정부 지원 없이, 전액 민간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