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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나이지리아: 노마병 생존자들의 이야기 

2023.05.30

무하마두(Muhammadu), 물리카트(Mulikat), 다히루(Dahiru)는 각기 나이지리아의 다른 곳,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꿈을 가지고 살아 왔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린 시절 노마병으로 인해 삶이 180도 바뀐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아동인 노마병은 제때 치료한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이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단 몇 주 만에 안면 피부와 뼈가 심각하게 변형돼 환자 90%가 사망에 이른다. 생존자 10%는 고통과 불편감,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게 된다. 

무하마두, 물리카트, 다히루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나이지리아 소코토(Sokoto) 노마병원에서 매일 서로 얼굴을 보는 사이다. 세 명 모두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수차례 수술을 받은 후 자신감을 회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세 명 모두 소코토 병원에 잔류해 이곳을 지원하기로 했다. 

2023년 5월 현재 22살인 무하마두가 소코토 병원에서 세차 일을 하고 있다. ©Fabrice Caterini/Inediz

아버지가 절 치료해 주기 위해서 여러 곳을 찾아갔어요. 북동부 지역인 마이두구리(Maiduguri)의 병원에서 3개월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소코토 병원을 찾아가보라고 했어요. 저희 집에서 매우 멀었기 때문에 가축을 팔고 교통비를 마련해야 했습니다.”_무하마두 / 소코토 병원 청소부 

이제 중학교에도 등록한 무하마두가 소코토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입을 벌리는 것조차 힘들어 먹거나 말할 수 없었다. 두 차례 수술을 받고 나서 무하마두의 상태와 예후는 훨씬 나아졌다. 

이제는 창피함을 느끼지 않고 어디든 다닐 수 있어요. 매일 입 안을 닦으면 노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공유하기도 하고, 노마병에 대해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_무하마두 / 노마병 생존자

한편 물리카트는 보건증진 및 정신건강 증진 팀과 함께 일하며 노마에 대해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리카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현지 지역사회 안에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아동 노마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18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와 일하기 시작한 물리카트는 보건정보관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38세이다. ©Fabrice Caterini/Inediz

저는 이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해요. 저 역시 당시 매일 같이 울었고 사회적 낙인이나 시선을 견디지 않게 차라리 죽길 바랄 때도 있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의 교류는 꿈도 못 꿨습니다. 다행히 소코토 병원에 와 20년에 걸쳐 5번의 수술을 받았어요. 지금은 훨씬 나아졌고 세계보건기구의 소외열대질환 목록에 노마병이 공식 등재되게끔 열심히 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_물리카트 / 노마병 생존자 

니제르(Niger)주 출신 다히루는 청소년 시절 첫 수술을 받았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전했다. 치료를 받고 회복을 하다가 첫 번째 부인이자 노마병 생존자인 파티마(Fatima)를 만났다. 그 후 다히루는 청소부 및 병동 관리인으로서 소코토 병원을 지원하기로 마음 먹었다. 안타깝게도 파티마는 쌍둥이를 낳다가 사망했는데, 쌍둥이도 사망했다. 

그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재혼했는데 슬하에 두 명의 자녀가 있어요. 아주 건강합니다. 곧 학교에 보낼 수 있길 바라요.”_다히루 / 노마병 생존자

현재 32세인 다히루는 십대 때 아웃리치팀이 발견해 소코토 병원 환자가 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2023년 5월. ©Fabrice Caterini/Inediz

무하마두, 다히루, 물리카트에게 소코토 병원은 희망의 장소이다. 긴 시간 동안 이곳에서 치료받으며 존엄성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지고, 가정을 이루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단 꿈을 실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세 명은 병원 안팎에서 일하며 이들이 이전에 그랬듯이 절망감을 느끼는 다른 노마병 환자와 생존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들 셋에게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이제 노마병이라는 큰 제약이 사라져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리카트는 2018년 다시 학교로 돌아가 보건정보관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노마 생존자 재단인 엘리시움(Elysium)을 공동창설해 해외를 다니며 노마병 인식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2022년 나이지리아를 처음으로 떠나 해외를 다니며 노마병 관련 의사결정 주체와 이야기를 나누고 노마병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_물리카트 / 노마병 생존자 

무하마두는 병원에 오는 순간 의사가 될 거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글을 읽는 법을 배워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소코토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이 소코토에 남아 기숙학교에 가라고 제안했고, 아버지가 허락해 주셨습니다. 방학 동안에는 병원에서 숙식하며 세차 일을 해 돈을 모았어요. 그 후 청소부로 이곳에 취직했죠. 앞으로 의사가 되기 위해 정진할 예정입니다.”_무하마두 / 노마병 생존자 

무하마두와 다히루는 친구가 됐다. 병원 내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마주칠 때마다 웃음이 피어나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정말 행복해요. 이전과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요. 이젠 제가 남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합니다.”_다히루 / 노마병 생존자 

2023년 5월 나이지리아 소코토 병원에서 노마병 환자 수술을 담당한 나이지리아 의사/간호사 팀 ©Fabrice Caterini/Inediz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되는 병, 노마 

한편 노마병이 세계보건기구의 소외열대질환 목록에 등재될 날이 가까워 보인다. 이 목록에 등재되면 노마병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노마병 치료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이 분배될 것이다. 올해 무하마두, 물리캇, 다히루뿐 아니라 노마병으로 고통받거나 노마병의 여파를 감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바뀔 계기가 생기길 바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4년부터 나이지리아 보건부가 운영하는 소코토 노마 병원을 지원하며 재건 수술, 영양실조 지원,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보건증진 활동을 전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노마 활동을 통해 801명의 환자에게 1,152건의 수술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